만 5세 초등입학은 국제적으로도 거의 보기 어려운 정책
만 5세 유아 이미 공교육 기관에서 양질의 교육 받고 있어
박순애 전 장관 공교육 개념 이해 못한 것 아닌지 의심돼
성적 위주 교육풍토에서 인성 중심 교육으로 전환돼야

안체윤(충북교육발전소 교육위원장)

안체윤 충북교육발전소 교육위원장.
안체윤 충북교육발전소 교육위원장.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은 국제적으로도 거의 보기 어려운 정책이다. OECD 교육지표 2021을 보면, 초등학교 입학연령이 ‘만 6세 이상’인 나라는 38개 회원국 가운데 34개국이다. ‘만 6세’인 곳은 우리나라를 포함해 26개국이고, ‘만 7세’인 곳은 8개국이다. 반면 ‘만 5세’인 곳은 3곳뿐이며, 유일하게 영국만 ‘만 4~5세’ 입학을 하고 있을 뿐이다. 
지구촌 대부분의 나라들이 초등학교 입학연령을 그렇게 잡은 이유는 무엇일까? 그것은 지역, 인종을 망라하고 인간의 신체발달, 정서발달, 인지발달에 따른 적합한 교육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제 성인이 된 둘째딸이 어느 날 나에게 물었다. 
“엄마 나 5살 때 글자 못 읽는다고 왜 그렇게 화내고 때리고 나 혼냈어?” 
헉! 금방 넘겼는데 또 못 읽으니 조금 목소리를 높이고 무릎을 쳤을 뿐인데, 30살 성인이 된 아이는 지금도 묻는다. 
아이의 기억과 나의 기억이 왜 이런 차이가 나는 것일까? 아이의 힘들고 두려웠던 마음은 엄마가 무릎을 살짝만 쳐도 온몸을 두들겨 맞은 듯 한 감정의 기억으로 남았고, 시간이 가면서 사실 기억처럼 하게 된 것이다. 그렇다고 둘째 딸이 아주 공부를 못한 것도 아니다. 6살에 한글을 깨쳤고 수학, 미술도 꽤 잘했고, 이제는 대학원도 졸업하여 자신의 일을 하는 전문가가 되어있다. 하지만 아이에게 공부는 늘 가슴을 짓누르는 무거운 짐이 되었었다고 옛날의 기억을 소환하여 나에게 따진다. 
유아교육을 전공하고 아동심리를 공부하기 시작했을 때, 우리나라 아이들이 가진 정서문제의 70%이상이 공부 때문이라는 말을 들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나라 아동·청소년들의 정서적 심각성은 그보다 더 크게 느껴진다. 청소년 자살률 1위, 흡연율 2위라는 가슴 아픈 결과들을 성적표처럼 받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이 이 세상이 행복하다고 느끼는 긍정적 정서, 자신이 잘 할 수 있다는 자존감, 어려워도 끝까지 해내는 성숙한 태도 등 신체·정서·인지능력을 모두 아우르는 힘을 키우기 위해서는 ‘만 3세~5세’는 아주 중요한 시기이다. ‘만 3세~5세’는 언어를 담당하는 측두엽의 발달로 언어 폭발이 일어나고, 종합적인 사고기능과 인성, 도덕성을 담당하는 전두엽이 집중적으로 발달하는 시기다. 즉 아이의 전 생애로 이어지는 신체·정서·인지 발달을 키워야 하는 결정적 시기이다. 
정서·인지 발달은 건강한 몸과 마음이 기초가 되어야한다. 건강한 몸이 되려면 아이들은 몸을 움직이고 탐색하고 경험하며 가족, 친구, 자연, 세상과 끝임 없이 놀아야한다. 놀이 속에서 배우고 함께하고 행복한 자신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2019 개정 누리과정 목적 또한 ‘유아가 놀이를 통해 심신의 건강과 조화로운 발달을 이루고 인성을 바르게 하며 민주시민의 기초를 형성하는 것’이다. 
그런데 교육부 장관은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정책’을 발표했고, 8월 2일 학부모등과의 간담회에서는 “취학연령 하향을 업무보고에 포함시킨 것은 아이들이 조기에 양질의 공교육을 받기 위한 취지”라고 학부모단체 대표들에게 이해를 구했다. 이는 대한민국의 백년지대계 교육을 이끌 교육부 장관이 교육대상에 대한 기초적인 파악도 못한 것이며, 공교육에 대한 개념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다. 

유아교육법 제1조(목적) '이 법은 「교육기본법」제9조에 따라 유아교육에 관한 사항을 정함을 목적으로 한다. <개정 2010. 3. 24.>’ 제3조의2(유아교육발전기본계획) ① 교육부장관은 유아교육의 발전을 위하여 유아교육에 관한 중장기 정책 목표 및 방향을 설정하고, 유아교육발전기본계획(이하 “기본계획”이라 한다)을 수립하여 추진하여야 한다.<개정 2013. 3. 23.>'

법에 따라 현재 ‘만 5세’ 아이들은 유아를 위한 국가 교육과정인 누리과정 적용을 받는 유아교육기관에서 양질의 공교육을 받고 있는 것이다. 
현재 유치원과 초등학교는 모두 공교육이지만, 초등학교는 유치원과 달리 의무교육기관이다. 혹시 교육부 장관이 공교육과 의무교육을 헷갈린 것은 아닐까? 만 5세가 꼭 초등학교에 조기 입학해야만 의무교육을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교육 선진국처럼 유아교육기관에 대해서도 무상의무교육을 실시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대한민국의 모든 아이들이 차별 없는 교육을 받게 해야 한다. 
21세기 인류와 지구가 평화롭지 못한 이유는 인성의 부재로부터 시작된다. 지금까지 교육이 인지적 측면으로 지나치게 치우쳐 정서적·신체적 행동화로 발현되지 못하였다는 교육계의 지각도 있다. 
우리 아이들은 뉴노멀(New Normal)시대에서 살아가게 될 것이다. 이 시대에는 인성이 진정한 실력이고, 미래경쟁력이다. 성적 위주의 교육풍토에서 인성중심 교육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인성을 갖춘 인재는 자신을 행복하게 할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 및 사회를 행복하게 할 수 있다. 어떤 직업을 가지든 자아실현을 위해 일하며, 행복한 삶을 설계하고, 자신의 꿈과 인격완성을 위해 살아갈 수 있도록 해주어야 한다. 교육부는 ‘만 5세 초등학교 입학정책’을 철회하고 ‘만 3세~5세 유아교육의 의무 교육화’를 추진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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