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삼남도 김해시 부원동은 김해시청을 비롯한 주요 공공기관이 위치해 있는 김해 지역의 행정중심지다.

김해시는 인구 50만명이 넘는 도시다. 김해시 부원동에는 27개의 숙박업소가 있다. 숙박업소의 형태는 갈린다. 모텔이라는 이름을 쓰지만 다른 구도심처럼 낡고 오래된 곳이 많다.

낡고 오래된 모텔 혹은 여관은 새롭게 생겨난 다른 숙박시설과 경쟁에서 밀리는 것은 당연하다.

경쟁에서 밀린 숙박업소는 선택해야 한다. 새로 건물을 짓던가 시설을 단장하거나. 또 하나의 탈출구가 있다. 바로 ‘달방’이다. 달방은 임대주택처럼 월세로 임대를 준다.

부원동에 소재한 Q 모텔을 찾았다. 외부에 있는 간판엔 네온사인이 들어오지 않는다. 주차장에 차량 한 대가 있지만 오래된 차량이다. 2층부터 5층까지가 24곳의 객실이 있다.

월세는 25만원이다. 현재 20명 정도가 월세를 내고 거주한다.

경남 김해시 부원동 소재 한 모텔 복도 전경
경남 김해시 부원동 소재 한 모텔 복도 전경
3평 조금 안되는 경남 김해시 부원동 소재 한 모텔 내부. 침대방도 있고 온돌방도 있다.
3평 조금 안되는 경남 김해시 부원동 소재 한 모텔 내부. 침대방도 있고 온돌방도 있다.

모텔을 운영하는 전선혜(74)씨는 “주변에 깨끗하고 좋은데가 널려 있는데 돈 주고 누가 하룻밤 자러 이곳에 오겠어요”라고 말했다.

전 씨가 말한 것처럼 시설은 낡았다. 이곳 객실은 9㎡ 안팎의 넓이다. 침대가 있는 방도 있고 온돌방도 있다.

요즘 새로 지어진 모텔에는 객실마다 전자렌지, 정수기, 냉장고, TV, 공기청정기 등 갖가지 전자제품이 들어서 있지만 이곳 객실에는 TV가 유일하다.

대신 각 층마다 냉온수기가 복도에 설치돼 있다. 달방 거주자를 위해 옥상에는 세탁기가 설치돼 있다. 세탁기는 단 한 대다.

그래도 이곳은 대전이나 청주, 서울 창신동이나 용자동과 같은 여인숙 쪽방촌에 비하면 호텔이다.

 

숙박업소 주인도 세입자, 거주자도 세입자

숙박업소를 운영하는 전 씨는 남편과 함께 둘이 Q 모텔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전 씨는 숙박업소 운영하면서 남는 것이 별로 없다고 말한다.

전 씨는 “월 임대료가 150만원이다. 전기세와 난방비 내고, 기타 관리하는 돈 내면 별로 남는게 없다”고 밝혔다. 전 씨가 밝힌대로 24개의 객실이 모두 임대로 나갔다고 하더라도 최대수입은 월 600만원이다.

70대 중반의 두 노인이 가져 갈 수 있는 수입은 한달 100~200만원도 안된다.

전 씨는 “건물주가 이곳에 전혀 투자를 안한다. 그러니 손님들은 더 줄어 든다”며 “우리보다 조금 시설이 덜 낡은 곳은 월 30만원을 받는다”고 말했다.

이곳 시설에 입주해 있는 사람들에 대해 전 씨는 “그래도 월세를 꼬박 꼬박 내려하고 잘 지내는 사람들”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이곳에 오는 사람들은 절반 이상은 이곳 주변 건설 일자리를 찾아 일하러 온 사람들”이라며 “일부 수입 없이 기초생활수급자로 지내는 사람이 있다”고 말했다.

전 씨는 “월세가 밀리거나 형편이 어려운 사람이 있으면 행정복지센터에 연락해 정부의 도움을 받을 수 있도록 안내해준다”고 말했다.

그는 “이곳에 거주하는 사람 중 월세를 내지 않고 사라지거나 주소지를 둔 채 연락이 안되는 사람도 꽤 있다”고 밝혔다.

그의 말대로 1층 우편 수령함에는 주인이 찾아가지 않은 우편물이 수북이 쌓여 있었다. 우편물의 대부분은 독촉장이다.

주인없는 우편물. 경남 김해시 부원동 소재 한 모텔 우편함에 남아있는 주인없는 우편물
주인없는 우편물. 경남 김해시 부원동 소재 한 모텔 우편함에 남아있는 주인없는 우편물
옥상 한켠에 널린 빨래. 이 모텔에는 옥상에 투숙객들이 공통으로 사용할수 있는 세탁기가 한 대 설치돼 있다.
옥상 한켠에 널린 빨래. 이 모텔에는 옥상에 투숙객들이 공통으로 사용할수 있는 세탁기가 한 대 설치돼 있다.

 

이곳 객실에는 취사가 안된다. 숙박업소 운영자 전 씨는 “방 안에서 취사를 하면 화재 위험이 있다”며 “대부분 근처 식당에서 식사를 한다”고 말했다.

부원동에 소재한 인근 두 곳의 숙박업소를 찾아봤지만 Q 모텔과 별반 차이가 없다.

전 씨는 “이곳에 새로 신축한 곳을 빼곤 다 비슷하다”고 말했다.

 

왜 숙박업소에 들어오게 됐을까?

이혼 등 가족관계 단절, 경제적 자립 능력 부족 공통점

쪽방촌은 아니지만 25만원 안팎의 숙박시설에 거주하는 사람들은 어떤 경로를 통해 이곳에 왔을까?

‘복지 사각지대 해소를 위한 숙박업소 거주자 실태조사 및 경험연구 최종보고서’(주관기관 인제대학교, 연구책임자 박정란)에는 이들 숙박업소 거주자들의 유입경로가 생생하게 조사돼 있다.

 

A씨 사례 : 이혼→비정규직→자녀집→노숙→숙박업소(행복센터 주선)

A(남·60대초반)씨는 현재 숙박업소에 2년째 거주하고 있다. 그는 이혼을 한 뒤로 비정규직 형태로 일을 하면서 자녀집에 거주했다. 그러다 거리에 나와 노숙생활을 하던 중 행정복지주민센터의 주선으로 숙박업소에서 거주하기 시작했다.

그의 수입은 정부에서 지급하는 기초생활수급비 50여만원과 폐지를 수거해 얻는 수입이 전부다.

폐지를 수거하는 일에 대해 그는 건강상태 때문에 힘이 든다고 했다. A씨는 “돌아 다니다가 또 다리 아프고 이러면 앉아 있다가 조금 잠깐 앉아 있다가 일 나가고 한다”며 “수술을 해야 하는데 수술을 하려고 하면 누가 보증금 그것도 뭐 해야 된다고 한다”며 “그래서 내가 안 했다. 다시 병원에 가서 주사 맞고 약 타고 지금까지 그래 하고 있다”고 말했다.

숙박업소 생활에 대해서는 “나도 안 되겠다 싶어 나갈까 생각을 하다가 여관에서 아줌마가 막 밥 먹으라고 전기 밥통도 주고 한다”며 “여기서 반찬도 갖다 주곤 한다”고 밝혔다.

공공주택 입주 등 주거상향 정책에 대해서는 “뭐 그런데 가면 이불 이런 거는 또 안 주는 거지 내가 그런 거 사야 된다”고 말했다.

B씨 사례 : 이혼→친구집→숙밥업소

B(여·60대 후반)씨는 현재 7년가까이 숙박업소에서 살고 있다. 그는 이혼 후 친구집에서 머물다 숙박업소로 거주지를 옮겼다. 정부에서 지급하는 기초생활급여가 수입의 전부다.

건강상태에 대해 B씨는 “허리 다치면서 골반도 무리 왔다”며 “그러고 나서 협착증이 있지 허리 디스크도 있다. 허리 관절 안 좋아져서 또 수술했다”고 전했다.

숙박업소 생활에는 “ 여기 불편한 거 없다. 주인도 좋고. 뭐 하면 갖다 주고 먹고 얻어 먹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집(숙박업소)에서 (생활기구등을) 다 주고 다 하니까는 신경 쓸 일이 없다”며 “처음에는 참 서글프지만 혼자 어떻게 살아가나 했는데 이제 뭐 그게 이제 오래되다 보니까 이제 별로 그런 것도 신경이 쓰이지 않는다”고 밝혔다.

정부의 주거상향 정책에 대해서는 “여기 좀 주택공사도 자주 한 통씩 날아온다. 신청하라고”라며 “근데 신청하면 자기네는 신청하라지만 그게 공짜 아니다. 5천만 원 500만 원 해준다고 해도 전세자금(보증금을) 200만원 걸어야 되는 데 돈이 어딨습니까?”라고 말했다.

정부 지원을 받아 주택상향을 하고 싶어도 보증금이 없어 할 수 없다는 얘기다.

 

C씨 사례 : 공장기숙사 → 실업 후 숙박업소

C(남·60대초반)씨의 경우 취업한 공장에서 기숙사 생활을 하다 일자리를 잃고 숙박업소로 거처를 옮겼다. 거주기간만 7년이 다 돼간다.

정부에서 지원하는 기초생활급여와 주거급여가 수입의 전부다. C씨는 “(수입의) 반은 여기(숙박업소)에 주고 반은 생활비로 쓴다”고 밝혔다.

식사는 “옆에 수퍼가서 라면 가져 와서 먹는다. 그게 전부다”라며 “이빨이 없어서 씹어 먹지 못한다. 팔도 아파 밥하기도 그래서 안먹는다”고 했다.

그도 마찬가지로 “다른 곳은 보증금이 있어야 들어간다. 돈만 있다면”이라며 보증금 문제를 언급했다.

 

D씨 사례 :이혼→자영업부도→일자리 따라 숙박업소 이동

D(남·50대 중반)씨 경우는 숙박업소로 거주지를 옮긴지 4년이 다 돼간다. 자영업을 하다 부도가 난뒤 일자리를 따라 계속 숙박업소를 이동해 다닌다. 그래도 다른 거주자와 달리 월 2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린다고 답했다.

가족관의 관계에 대해 그는 “안 보고 지낸지 한 10년 됐다”며 “초반에는 연락했습니다. 하다가 내가 또 중간에 술도 많이 먹고 이래가지고 좀 그런 게 있었다. 쪽팔려서 말 안한다”고 했다.

숙박업소 생활에 대해서는 “그냥 자고 나가고 이러니까 그냥 있는 거다. 다른 곳 있으면 내가 직접 청소하고 이런 거 다 해야 된다”고 말했다.

 

E씨 사례 : 이혼→자영업부도→신용불량→숙박업소 

E(남·60대초반)씨의 경우 숙박업소에 거주한 지는 3년 정도 됐다. 건설현장 일용직 일을 하고 있다. 기초생활급여나 주거급여는 받지 않고 있다.

E씨는 “방세 내고 나면 한 이십만원 남는다”며 “누구 아는 사람 지인이 있으면 밥 한 끼 사주면 얻어 먹고 아니면 편의점에 가서 뭐 돈이 있으면 또 사 먹고 그렇다”고 밝혔다.

 

F씨 사례 : 숙박업소 계속 전전

F(남·40대중반)씨의 경우 숙박업소에 거주한지 20년이 넘는다. 건설 일용직 일을 하고 있다. 기초생활급여 차상위 계층으로 수급과 탈락을 반복하고 있다.

그는 “ 지금 비참하게 사는 내 모습을 부모님한테 보여주는 거 그거 부모 가슴을 더 아프게 하는 거다”며 “내가 잘 살고 있다. 잘 먹고 잘 살고 있다. 전화하면 거짓말을 한다”고 밝혔다.

F씨는 “노가다 쪽 일을 하다 보니까 아파서 또 일을 못 한다.”며 “우리 같은 사람들은 별로 건강한 사람이 아무도 없다. 정상적으로 운동하고 정상적으로 직장에 가서 정상적으로 먹고 살고 활동하고 잘 때 되면 자고 하는 사람들이 우리보다 훨씬 건강하지 우리처럼 이 생활 패턴이 틀어진 사람들 다 절대 건강할 수 없다. 병원 가서 몸 몸 딱 해 보면 올해 죽어도 할 말 없는 사람들이다”고 했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진흥재단의 정부광고 수수료를 지원 받아 제작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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