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에서 처음으로 ‘진보의 미래를 위한 대안모색’ 포럼 열려
"진보진영 존재의미 다시 한번 성찰하고 반성하는 기회 되길"

‘(가칭)새로운 진보를 위한 시민연대’는 20일 충북시민사회지원센터에서 ‘진보의 미래를 위한 대안 모색-전국건설노조 충북지부 사례로 바라본 진보의 과제’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가칭)새로운 진보를 위한 시민연대’는 20일 충북시민사회지원센터에서 ‘진보의 미래를 위한 대안 모색-전국건설노조 충북지부 사례로 바라본 진보의 과제’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대한민국 민주화의 첫걸음’, ‘진보정치 원년’, ‘본격적인 변혁 지향적 민중운동’ 등으로 불리는 1987년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

6월 항쟁과 노동자 대투쟁은 우리나라 현대사에서, 진보진영 세력화의 단초를 제공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지닌다.

그러나 35년이 지난 현재, 진보정치와 진보진영의 세력화는 어떤가. 혹시 진보정치는 갈 길을 잃고 헤매고 있고, 진보세력 또한 신자유주의적 시장논리와 집단이기주의로 제한적인 범위에서만 적극성을 띄고 있지는 않은가?

특히 활동범위와 주장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충북에서 진보진영은 과연 제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일까? 과거 그토록 비판했던 권력자들의 권위주의, 권력남용, 비민주적인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충북에서 진보진영의 현재 모습을 진단해보고, 문제점은 무엇이며, 이를 개선하기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논의하는 포럼이 처음 열렸다.

‘(가칭)새로운 진보를 위한 시민연대’는 20일 충북시민사회지원센터에서 ‘진보의 미래를 위한 대안 모색-전국건설노조 충북지부 사례로 바라본 진보의 과제’를 주제로 포럼을 열었다.

특히 이날 포럼에서는 2018년부터 A씨와 갈등을 벌이고 있는 전국건설노조 충북지부(이하 건설노조 충북지부)의 사례를 들며, 문제점 및 대안마련을 위한 토론을 벌였다.

이날 사회를 맡은 김태윤 청주노동인권센터 소장은 “진보란 인권과 정의를 위해서 나아가는 것을 말한다. 물론 진보에 대해서 자신 있어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럼에도 이번 포럼을 준비한 것은 진보진영의 존재의미가 무엇인지 다시 한번 성찰하고 되새기길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됐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기조발제를 맡은 김태종 충북사회문제연구소 희망언덕 대표는 “직책이 권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은 우리가 바람직한 구조를 이루고 인간다운 삶을 누리기 위해 극복해야 할 아주 중요한 과제”라며 “야만적 사회구조의 폐단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집단 내에서 책임적 위치에 있는 직책 담당자들이 자신의 관행이나 태도를 내려놓을 수 있는 용기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 “민주주의와 민주적 가치의 중심은 인권”이라며 “(건설노조 충북지부와 A씨의 문제에서)인권이라는 개념을 옹호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염두에 두고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덧붙여 “어느 한쪽을 일방적 피해자, 어느 한쪽은 일방적 가해자로 규정할 수는 없다”며 “부디 합리적이고 건설적인 결과들이 도출되어 우리들 자신은 물론이고 문제의 양 당사자, 그리고 우리 사회가 나아갈 수 있는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시간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자주·민주 표방하지만 절차도 없이 대기조치”

이날 포럼에서 화두가 된 건설노조 충북지부와 A씨의 갈등은 2018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2018년 건설노조 충북지부에 가입한 A씨는 “정당한 절차도 없이 노조 간부로부터 두 번이나 ‘대기조치’라는 문제메시지를 받았다”며 “조합팀 운영세칙이 있지만 자신은 그 세칙을 무시한 채 조합원의 권리와 인권을 짓밟혔다”고 주장했다.

충북지부 토건분과 분회운영세칙 제9조 분회운영⓼항 다의 ‘대기조치’란 곧 작업에서 배제되는 것으로 지난해 ‘1주일 이내 현장에서 작업배제’로 변경됐다.

또 A씨는 “자신이 2019년 12월 대의원으로 선출됐으나 자격미달이라는 이유로 합당한 절차 없이 다른 조합원으로 대체됐으며 문제제기 후 곤욕을 치렀다”고 주장했다.

A씨는 이외에도 건설노조 충북지부로부터 특정 정당 가입 종용을 받았다는 주장도 제기했다. A씨는 “건설노조 충북지부는 자주적이고 민주적인 노동조합으로 거듭 태어나 노동자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여러 가지 불합리한 일들에 대해 정직한 반성과 성찰의 기회를 가져야 한다”며 △대기조치 삭제 △특정정당 가입 강요 근절 △정당한 절차에 의한 선출직 선출과 임기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한편 이와관련 민주노총 충북지부 측은 “양쪽의 입장이 정확히 나와야 하는데 현재는 한쪽 입장만 나온 상황이다. 건설노조에서는 문제제기한 부분에 대해서 일정하게 수용해서 수정·조정했다”며 “건설노조 규약이란 것이 완성된 것이 아니기 때문에 오류가 있으면 피드백을 통해 수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민주노총 태생 자체가 한국노총의 비민주성에서 탄생한 조직이기 때문에 민주노총이 정말 비민주적이라면 한 조합원 문제에 대해서 몇 개월 동안 갈등조정을 하고 사과를 하고 규약 변경을 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든다”고 밝혔다.

 

김태종 충북사회문제연구소 희망언덕 대표가 포럼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김태종 충북사회문제연구소 희망언덕 대표가 포럼에서 기조발제를 하고 있다.

 

“조합주의 아닌 혁명적 변화만이 모순 극복할 수 있어”

토론자로 나선 허석열 전 충북대 사회학과 교수는 “민주노총은 자주적인 노동자 계급의 조직으로 한국의 민주화를 상징하는 존재였으며 형식적 민주화를 넘어 한국사회의 실질적 민주화를 추동할 추진력이라는 기대를 받았으나 자기 정파 이익에 매달리면서 진보정치운동 전체에 여러 문제를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단위 노조가 자기 조합원들의 경제적 처지만을 개선하고 노동조합을 넘어선 사회변혁에 대한 전망을 포기하는 이른바 조합주의에 매몰됐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한국사회는 경제적으로 선진국 반열에 올랐는지 모르나 젊은이들이 헬조선이라 부르는 극심한 사회적 모순에 시달리고 있다”며 “혁명적 변화만이 이 모순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홍성학 청주노동인권센터 운영위원은 건설노조 충북지부와 A씨와의 문제를 노동조합의 관료화·비민주적인 모습으로 규정하고, 앞으로도 발생할 개연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또 노동운동을 주도해 온 진보진영의 과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건설노조 충북지부 조합팀 운영세칙과 분회운영세칙에는 분회운영위원회 구성과 기능에 대해 구체적으로 제시된 것이 없다며 시스템상 미비점이 많다고 지적했다.

대의원 선거 또한 “시스템에 의한 운영보다는 특정인에 의해 비민주적이고 비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다”며 “A씨의 문제도 민주주의 시스템 구축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홍성학 운영위원은 “진보진영은 민주와 인권을 주장하지만 비민주적, 반인권적으로 조직을 운영하고 학벌능력주의에 편승하고 있으며 진보를 표방하지만 편법적 이익을 추구하는 등 이중성을 지니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거대 양당이 무능과 혼란함으로 보이는 현재를 진보가치의 중요성을 부각시킬 수 있는 적기”라며 “민생대책과 경제혁신, 사회와 정치혁신에 대한 비전과 방안을 선언하는 등 진보의 대중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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