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일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공동체’의 문제로 전환됐습니다. 충북인뉴스는 위기의 시대에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는 목소리를 담아보려 합니다. 풀꿈재단과 함께 2주일에 1회씩 매주 ‘풀꿈 칼럼’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미호강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모래강이다. 청주시 옥산면 미호강 전경
미호강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모래강이다. 청주시 옥산면 미호강 전경
미호강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모래강이다. 사진은 청주시 옥산면 일대 미호강 모래사장
미호강은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모래강이다. 사진은 청주시 옥산면 일대 미호강 모래사장

 

글: 김경중(청주국제에코콤플렉스 관장)

처음 바다를 본 것은 6학년 겨울방학 때 울산에서였다. 정말 바닷물이 짠지 맛을 보았다. 바다와 접하지 않는 충청북도에서 태어난 탓일까.

그 멋진 바다를 접하지 않는 것은 조금은 운 나쁜 것처럼 여겨졌다. 성인이 되어서야 충북이 바다는 접하고 있지 않지만 정말 아름다운 강을 가지고 있는 지역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충북의 북부지역에는 단양, 제천, 충주를 지나는 한강이 흐르고, 충북의 남부지역에는 영동, 옥천, 보은, 청주를 지나는 금강이 흐른다.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4대강 중 2개의 강이 지난다.

여기에 속리산에서 발원한 달래강이 보은, 청주, 괴산, 충주를 흘러 탄금대에서 한강에 합류한다.

124km의 달래강은 충북과 경북 도계의 경계선이 되는 백두대간에서 흘러내린 물이 모이고 수달 등 다양한 생물이 살아가는 서식처가 되어 준다.

미호강은 음성 마이산에서 발원하는데 중부고속도로를 타고 서울을 가다보면 안성입구의 우측으로 보이는 산이다.

미호강은 음성, 진천, 청주를 지나 세종시에서 대청댐을 지나온 금강과 합류하는 89km의 금강의 가장 긴 지류하천이다.

미호강은 유역이 모래가 많은 모래하천으로 유명한데, 가는 모래에 몸을 숨기고 사는, 종개류 중 가장 작은 입을 가진 미호종개(천연기념물 454호)가 사는 곳도 이곳이다.

미호강은 그 자체가 거대한 선사문화 유적지다.
미호강은 그 자체가 거대한 선사문화 유적지다.

미호강 유역에는 많은 사람이 살고 있고, 많은 공장, 축사가 자리잡고 있어 오염물질의 배출도 많은데 그나마 이 정도의 수질을 유지하고 있는 것도 모래의 자정작용 덕분이 아닐까 싶다.

도심하천인 무심천은 주거지 근처에서 쉽게 자연을 접하기 어려운 시민의 운동, 휴식공간으로 끊임없는 개발압력에 시달린다.

2005년 처음 만들어진 무심천의 자전거도로는 일반도로옆 인도를 나누어 설치된 자전거 도로가 연속성이 없어 이용률이 적자, 자전거 이용활성화를 위해 만들어졌다.

자전거 도로를 만들면서, 자전거 이용자뿐 아니라 무심천을 걷는 보행자를 위한 공간을 자전거도로 한 켠에 만들었다.

많은 사람이 무심천 자전거도로를 운동, 산책의 공간으로 사용하면서 자전거 이용자와 안전문제가 불거졌다.

이에 별도의 보행로를 조성하는 공사에 들어가게 되었다. 기존의 자전거도로와 보행자도로를 합치면 무심천 동편 둔치에 자리잡은 하상도로의 폭만큼이나 넓은 도로가 서편둔치에도 만들어지는 셈이다.

여기에 우레탄 도로만을 걷는 단조로움에 지친 시민을 위한 샛길이 갈대숲 사이에 조성되었다.

도심하천은 끊임없는 개발압력에 시달린다. 공공의 공간이니 시민복지를 위한다는 명분이면 이를 반대하기도 어렵다.

이러는 사이 방서교와 용평교 사이에 살던 원앙은 사라져 버렸다.

미호강은 음성의 들판을 지나 진천의 협곡지역을 거쳐 여천보 아래 청주지역에 다다르면 제방과 제방 사이가 4~500미터에 달할 정도로 넓은 공간 사이를 흐른다.

장마철을 제하면 하천에 이렇게 넓은 공간을 줄 필요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물은 하천의 중심부를 흐르고 둔치는 버드나무 등 수생식물로 가득하다.

진천군 문백면 은탄리 소두머니 전경. 회룡포처럼 미호강이 휘감아 흐르고 있다.
진천군 문백면 은탄리 소두머니 전경. 회룡포처럼 미호강이 휘감아 흐르고 있다.

부동산이 비싼 나라에서 그 넓은 땅을 놀리고 있다는 생각은 둔치에 파크골프장을 만들고 다양한 편의시설을 계획하게 된다.

이번 지방선거에서도 여야할 것 없이 미호강 생태정원 미호토피아 조성, 미호강 양안에 국가수목정원 건설 등 다양한 시민 편의시설 조성이 공약으로 제시되었다.

대형오리류에 속하는 고니는 백조라고도 불리며 겨울에 우리나라를 찾는 겨울철새다.

2000년대 중반 고니를 보기 위해서는 충주지역의 한강을 찾아야 했지만 2010년대에 들어서는 미호강에서도 백조를 관찰할 수 있었다.

이와 함께 아름다운 황색자태를 뽑내는 대형오리류인 황오리, 멋진 군무를 보여주는 금강하구둑의 가창오리도 미호강을 찾았다.

삑삑도요, 꼬마물떼새, 논병아리 등 정말 다양한 철새들이 미호강을 찾았다. 털발말똥가리, 쇠부엉이 등도 미호강 하늘을 날았다.

미호강은 강물, 모래밭, 수생식물이 어지러이 엉켜있는 사람의 접근이 용이하지 않은, 편의가 제공되지 않는 공간으로 보이지만 그곳은 다양한 새들이 찾아오는 새들의 주요한 서식공간이었다.

미호강은 모래밭을 흐르는 물 자체로도 아름답지만 그곳을 삶터로 찾아오는 새들이 있어 더욱 아름답다.

사람에게 최소 주거면적이 필요하듯 생물들에게도 생존을 위한 절대적인 공간이 필요하다.

먹이를 구하는 공간, 휴식을 위한 공간, 산란을 위한 공간 등등. 모든 생물이 인간이 정해준 공간에만 살 수 없으며 그것이 생태적으로 건강한 자연이라고 말할 수도 없다.

미호강은 달래강과 대비되는 넓은 농경지를 가진 하천으로 사람들의 먹거리를 생산하기도 하지만, 다양한 새들이 서식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이것이 충북의 미호강을 더욱 특색있는 강으로 만든다. 미호강에 살면서도 부동산 등기권을 가지지 못한 새들은, 더욱이 투표권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래서 인간을 위한 개발이 그들의 삶터에서 이루어질 때 아무런 주장도 하지 못한다. 새들의 삶터를 고려하지 않는 인간만을 위한 힐링공간에서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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