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8월 31일자로 명예퇴직서 제출
불합리한 문화·관행·제도 개선에 매진
서열화로 교육의 본질 훼손되지 않길

김상열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김상열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김상열 충북단재교육연수원장 인터뷰>

이 사람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까? 누군가는 ‘공모 교장’, 누군가는 ‘김병우 사람’, 또 누군가는 ‘골수 전교조’라고 부른다. 사실 이 모든 표현은 맞는지도 모른다. 그가 살아온 인생에서 열정을 쏟아 부은 결과물이다. 그러나 실제 그를 잘 아는 사람에게는 충분하지 않다. 뭔가 빠져 있는 느낌. 그렇다면 여기에 ‘할 말은 하는 사람’이라는 표현을 추가해 보자. 이제야 그 사람을 완전하게 표현한 느낌이다.

김상열 충북단재교육연수원 원장. 김 원장은 그런 사람이다. 참교육을 주창하는 충북 전교조의 핵심멤버이자 지난 8년간 김병우 교육감 곁에서 ‘행복교육’을 견인했던 사람. 비민주적이고 불합리한 학교 문화 개선을 위해 열정을 갖고 노력했던 사람이다.

김상열 원장이 지난 9일 명예퇴직서를 제출했다. 단재교육원장을 끝으로 모든 교직에서 물러나는 것이다. 일각에서는 윤건영 당선인 이후 ‘김병우 정책 지우기’ 일환이 아니겠냐는 의견도 있지만 사실 그가 명퇴를 결정한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더 이상 행복교육 정책을 추진할 수 없게 된 상황에서 당연한 수순이었다고 할까? 그의 32년간의 교직생활은 그렇게 정리됐다.

 

그에게 전교조는 든든한 버팀목

김병우 교육감에 앞서 김상열 원장을 굳이 조명하려는 이유는 어쩌면 김병우 교육감의 핵심정책을 다시 한번 되돌아보자는 취지일지도 모른다. 그의 인생에는 ‘행복교육’의 면면이 녹아있기 때문이다.

그는 1985년 충북대 사범대를 졸업하고 1990년 9월 음성 삼성중학교로 첫 발령을 받았다. 얼핏 ‘전교조 멤버’라고 하면 대학시절, 운동 꽤나 했던 사람이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그의 대학시절은 사실 ‘운동권’과는 거리가 멀었다. 오히려 5년을 꽉 채워 군 장교 생활을 했으니 당시 군사 정권에 누구보다 ‘충성심’이 강한 사람이었다고 할 수도 있다.

하지만 합리적이고 강직한 그에게 불합리한 학교문화와 고쳐야 할 것들은 너무나 많이 보였다. 그리고 이를 뜯어 고치자고 건의하다보니 관리자들과의 마찰은 늘 생길 수밖에 없었다.  

일례를 든다면, 학교안전공제다. 당시에는 학생들에게 돈을 걷어 학교안전공제에 가입하는 것이 당연한 일이었다. 그런데 김 원장 눈에는 이 당연한 것이 아무리 생각해도 당연하지 않게 보였다. 일종의 보험 형식으로 학교안전공제를 드는 것인데, 언제 교통사고를 당할지도 모르는 보행자(학생)가 돈을 내야 한다니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았던 것이다. 공제비용은 학생이나 학부모가 아닌 학교, 교육청이 부담하는 것이 맞다고 그는 생각했다. 결국 1990년 삼성중학교는 충북에서 유일하게 학교안전공제에 가입하지 않은 학교가 됐고, 이후에는 모든 학교의 안전공제 비용을 교육청이 부담하게 된다. 작은 일에서부터 그는 불합리한 관행과 제도를 바꾸는 일에 주저하지 않았고, 그런 그에게 전교조는 든든한 버팀목이자 이정표가 된다.

이렇게 그의 ‘전교조 입문’은 비민주적인 학교문화를 바꾸기 위한 자연스러운 결정이었고, 30여 년간 불합리한 제도와 조직을 개선하는 일에 매진하며 전교조와 동고동락하게 된다.

 

교육의 본질 훼손되길 않길

괴산 송면중학교에서의 일도 잊을 수 없는 추억이다. 행복씨앗학교 철학에 맞게 소신껏 학교를 운영했고 날마다 아이들의 성장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야말로 행복한 시간이었다.

공모교장과 자신을 두고 선거기간동안 여러 가지 억측도 있었지만 그는 공모교장 제도는 아무런 법적 하자가 없는 제도이며 효과 또한 크다고 자부한다. 특히 김상열 원장을 교장으로 뽑은 주체는 김병우 교육감이 아니라 당시 송면중 구성원들이라고 강조한다.

 

“공모교장은 학부모, 지역인사, 동문 등 학교 심사위원들이 선출하는 것입니다. 공모교장이 전교조 편향이라고 한다면 심사위원들이 전교조나 김병우 교육감의 사주를 받았다는 이야기밖에 안됩니다. 너무 지나친 억측입니다.”

 

정년을 2년 앞둔 시점에서 명퇴를 하려니 아쉬운 점이 한두 가지가 아니다. 그중에서 가장 큰 아쉬움은 역시 ‘행복교육’이다.

 

“혁신교육과 미래교육의 씨앗을 막 뿌리고 자라고 있는 상황인데 결실을 못 맺고 불투명하게 됐으니 그게 제일 아쉽죠.”

 

그래서 김 원장은 윤건영 당선인에게 조언한다. 자신의 정책과 맞지 않더라도 너무 단칼에 행복교육 정책을 지우지는 말아달라고. 교육의 본질이 훼손되지 않는 범위 내에서 정책전환을 해달라고. 정책전환으로 학교 현장과 교육가족들이 큰 충격을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그리고 학력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서열화로 인해 상처받는 아이들이 더 이상은 없게 해달라고.

명퇴라고 하지만 그의 눈길은 여전히 민주적인 교육문화, 합리적인 교육활동, 참교육을 실현하는 교사들, 아이들에게 있다. 지속가능한 혁신교육을 위해 동지들과 함께 무언가를 하고 싶다. 그래서 ‘자연인’으로 돌아가더라도 자신의 자리에서 무언가를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행복교육과 함께 한 김상열 원장 앞날에 응원의 메시지를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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