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갑(충북교육발전소 상임대표, 교육학 박사)

충북교육발전소는 시민들이 함께 참여하고 연대하여 건강하고 행복한 교육생태계를 만들어 가는 교육단체입니다. 작은 배움도 소중히 여기고, 친구와 같이 성장하고 기쁨이 있는 학교를 희망합니다. 교사와 부모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아이들을 돕는 교육, 미래의 희망인 아이들을 지원하는 지역사회를 꿈꾸지요. 충북교육발전소가 전하는 희망을 이곳에 담습니다.(편집자 주)

 

이동갑 충북교육발전소 상임대표.
이동갑 충북교육발전소 상임대표.

세월호는 나에게 무엇인가? 당신에게는 어떤 의미인가? 우리 사회에는 어떤 영향을 끼쳤는가? 우리가 사는 이 세상(지구)에서 세월호는 무엇인가? 세월호라는 말을 듣는 순간 당신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되는가? 당신의 몸과 마음은 어떤 반응을 하게 되는가? 우리 중의 일부는 벌써 기억의 저편으로 세월호를 잊어버렸을 수도 있고 “또 세월호야! 아직도 끝나지 않았던가?”라고 반문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세월호는 8주기를 맞으며 더욱더 큰 절망과 비통함으로 다가온다. 유가족뿐만 아니라 우리 사회에서 세월호는 아직도 해결되지 않는 커다란 심리적 트라우마가 되어 가슴을 짓누르고 있다. 해결되지 않은 세월호는 모든 어두움과 불의, 몰염치와 부끄러움을 돌무덤 속에 급히 감추고 입구를 커다란 돌로 막아 놓은 것이기 때문이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는 권력이 시퍼렇게 살아 있는 현직 대통령을 탄핵으로 물러나게 하는 불씨가 되었다. 그해 6월 4일 치러진 지방선거에서 지방자치단체장은 8석(새누리당)과 9석(새정치민주연합)으로 균형을 이루었지만, 교육감 선거의 결과 이른바 보수는 대구, 대전, 울산, 경북의 4곳에 불과한 반면, 나머지 13개 시·도에서 진보성향의 후보라고 불릴만한 이들이 당선되었다.

하지만 이들이 세월호의 교훈과 정신을 얼마나 교육에 반영하였는지는 깊은 의문이다. 많은 학부모들이 왜 진보성향의 후보들에게 표를 몰아주었는지 그 절박한 물음에 응답하지 못하면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다. 2018년의 지방선거는 탄핵의 영향이 고스란히 반영하여 더불어민주당에 압승을 안겨다 주었다. 그 연장선에서 대부분의 진보교육감들이 살아남아 재선, 3선에 이르렀다. “지나온 8년 동안 세월호의 재단 앞에서 그들이 무엇을 하였는지 준엄한 심판이 기다리고 있다”는 경고를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2022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국민들은 검찰총장 출신 대통령을 선출하였다. 우리 교육은 폭포 앞에 뗏목처럼 위태롭게 밀려가고 있다. 우리 교육이 어디로 갈 것인지 우려가 크다.

세월호는 교육에 있어서 인간과 생명에 대한 소중함을 생각하게 하는 대한민국교육 백년사의 가장 큰 사건이다. 단연코 세월호는 정치적인 사건도, 사회적 사고도 아닌 수학여행이라는 교육 중에 일어난 교육사의 일대 사건이다. 이 큰 비극으로부터 우리 교육을 무엇을 배웠으며 실천하였는지 물어본다. 겨우 계기 교육 수준의 추모식 외에 근본적인 변화를 하지 못하는 것에 깊은 고통과 절망으로 가슴을 쥐어뜯는다. “이러한 상실에 직면하여 어떤 사람들은 더욱 비통함에 빠지고 위축되지만, 어떤 사람들은 자비심이 커지면서, 어둠과 슬픔의 에너지 안으로 스며드는 통찰을 이용하여 스스로를 치유하고 타인의 아픔으로 손을 뻗친다”(파커 파머, 2012:116). 세월호 이후 우리 교육은 바뀌어야만 했었다. 인간과 생명을 가장 최우선으로 여기고 안전하고 성숙한 민주사회를 만드는 것을 이른바 진보성향의 교육감들이 추진했어야 했다. 이것은 진보와 보수의 문제가 아니라 모든 교육 당사자들이 함께 감당해야 할 일이었다. 그 비통함을 딛고 일어서 부서져 열린 마음으로 우리 교육을 한 단계 끌어올렸어야 할 기회를 우리는 놓치고 말았다.

“동일한 사건을 두고도 누구는 재채기 한 번으로 끝낼 일을 누구는 감기처럼 앓고, 또 다른 누군가는 열병으로 며칠간 앓아눕는다. 모두 개인의 면역력의 차이다(산만언니, 2021). 세월호 참사를 바라보는 우리 모두 공감의 범위와 고통의 정도가 다를 것이다.

하지만 우리 사회가 더 커다란 사회적 공감을 발휘하여 인간의 생명과 존엄이 존중받는 사회가 되어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 세월호는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세월호는 우리 사회의 안전과 생명을 향한 종소리로 부활하여야 한다. 부활절을 지나며 세월호를 무덤에 묻고 커다란 돌로 입구를 봉인하려는 세력들의 창끝을 이겨내고 기어이 생명으로 부활하여야 한다. 우리 사회를 공감과 용서, 회복과 성장이 넘실대는 문명의 나라로 이끌어 가게 하라. 세월호는 또 다른 시작이 되어야 한다. 4·16 세월호는 제주 4·3과 광주 5·18 민주화운동 사이에서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 되어 우리 교육을 바꾸는 6·8 혁명이 되어야 한다. 다시 5월이 온다. 뜨거운 여름이 다가온다. 비통함에 처하여 부서지고 흩어지려는 마음을 다잡아 열리고 깨쳐 나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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