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세론’-‘필패론’ 내세우며 서로 힘겨루기

16대 대통령선거가 10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정치권이 요동치고 있다. 정몽준의원의 대선출마가 기정 사실화되면서 제3 신당 창당이 유력한 상황이다. 특히 통합신당을 표방한 민주당은 외부 세력 영입에 실패한 가운데 친노, 비노, 반노 그룹간의 미묘한 당내 갈등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정몽준·이한동 등 새로운 대권 후보군은 당내 경선에 따른 부담 때문에 민주당 입당을 꺼리고 있다. 친노 의원들은 신당창당 추진에 시간을 허비할 수 없다는 판단으로 노무현 대세론을 내세워 선대위 체제 전환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노후보 ‘필패론’을 내세운 반노 그룹들은 탈당 불사를 공언하고 있다. 특히 송석찬 의원등 대전·충남권 의원과 원유철 의원등 국민신당 출신 경기도 의원들의 반발이 거세다. 충북에서는 지난 4월 민주당 국민경선에서 7개 지구당 위원장이 모두 이인제후보 지지를 공언했었다. 따라서 친노 반노의 갈등속에 도내 민주당 원내외 위원장들의 향후 행보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진작부터 반노 입장을 견지해온 홍재형의원(청주 상당구)과 국민경선 이후 노무현후보 지키기에 나선 노영민위원장(청주 흥덕구)을 만나 민주당 대선 구도와 전망에 대해 알아본다. / 편집자

대안부재… 노 중심 선거체제 전환시급
“국민경선 후보 흔들기는 명분 실리 모두 잃어”
“昌 ‘병풍’·몽준 ‘후보검증’ 거치면 ‘노풍’은 산다”

노영민 위원장

노위원장은 80년대 대학운동권 출신으로 도내 486세대 정치인의 상징이었다. 따라서 민주당 대선후보 국민경선에서 상대적으로 진보적인 노무현후보 지지가 점쳐졌다.
하지만 국민경선 당시 도내 신문·방송사들은 노위원장을 노후보 지지파로 분류하지 않았다. 또한 7개 지구당 위원장 모두 이인제후보 지지성명에 이름이 올렸다. 충북 경선결과 이인제후보는 61%, 노무현후보는 32%를 득표했다. 진보적 시민사회단체의 일부 인사들은 노위원장이 노후보 지지에 적극 나서지 않은 것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거두지 않았다. 하지만 노위원장이 이후보 지지를 위해 직접 발로 뛴 흔적도 나타나지 않았다. 경선 당시 그의 입장은 어떠했을까.
-국민경선 당시 이인제후보 지지성명에 서명했었다. 광주경선 승리이후 노풍의 위력이 확산되는 시점이었는데 과연 노위원장이 이후보 선거운동을 했을까, 궁금하다.
“내가 이후보를 지지한 것 처럼 알려진 것은 전혀 사실과 다르다. 충북 경선 당시에도 대의원들에게 특정 후보 지지를 언급한 적이 없다. 이후보 지지 성명도 2000년 총선에서 낙선한 충청권 원외지구당 위원장 모임인 ‘청민회’ 주도로 이뤄졌을 뿐 순수한 자의에 의한 것은 아니었다. 당초 원외 위원장들의 친목모임이었는데 언제부턴가 이인제후보 지지그룹으로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다른 후보를 내심 지지하는 위원장들도 있었지만 소수에 불과해 이인제 대세에 묻혀 발언할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다. 지지성명도 그런 분위기에 휩쓸려 작성된 것이다”
지구당 위원장이란 노출된 신분 때문에 특정후보 지지활동은 힘들었지만 나름대로 노후보 득표를 위해 애를 썼다는 것이 노위원장의 설명이다.
충북경선이 임박한 시점에는 선거운동을 위해 청주에 들른 노후보와 저녁식사를 하며 결의(?)를 다졌다는 것. 당내 개혁모임의 선두주자인 진천출신 이재정의원이 노후보의 측근으로 노위원장과 다리 역할을 하기도 했다. 항간에는 노후보측에서 노위원장에게 충북 선대위원장직을 권유했으나 거절하는 바람에 신언관씨에게 돌아갔다는 소문이 나돌기도 했다.
-충북 경선 결과 이인제 61%, 노무현 32%의 결과로 나타났다. 노후보가 기대만큼 득표한 것인가?
“충청권은 말그대로 이후보의 텃밭이기 때문에 30%대 득표는 선전한 결과로 본다. 흥덕지구당 당직자들이 당시 노후보 지지세 확산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청주는 이후보측의 집중관리 지역이었고 상대적으로 느슨했던 군단위 지역에서 노후보 지지표가 많았던 것으로 분석됐다. 노후보측 도선대위원장직을 제의받은 적은 없었다. 어느 날 신언관씨가 지구당으로 찾아와 자신이 선대위를 맡게 됐다고 해서 알게 된 것이다”
이인제고문은 국민경선에서 중도하차했고 인기가 급상승하던 노후보는 ‘YS 읍소형 방문’ ‘대통령아들 비리사건’에 대한 여론악화로 지지세가 곤두박질쳤다.
민주당 지지기반이 붕괴되면서 6·13 지방선거 참패를 불렀고 위기의식을 느낀 충청권 의원들은 후보직 사퇴를 요구하며 적극적인 반노대열에 서게 됐다. 송석찬 의원등 대전·충남권 의원들이 앞장섰고 충북에선 홍재형의원의 반노입장이 확고했다.
-대전·충남이 반노의 안마당이라면 충북은 뒷마당이다. 아무래도 영향권으로 볼 수 있는데, 향후 도내 민주당 조직의 움직임에 대해 어떻게 전망하는가.
“대전·충남은 JP의 영향력이 살아있는 곳이기 때문에 자민련과 연대를 희망하는 분들이 있다. 하지만 충북의 상황은 크게 다르다고 본다. 물론 6·13지방선거에서 자민련이 민선군수 3석을 차지했지만 이는 당이나 JP의 힘이 아닌 후보 개인역량에서 비롯됐다고 본다. 제3의 정치세력과 통합연대라면 몰라도 충북에서 자민련 연대는 득보다 실이 많다고 본다. 현실적으로 통합신당 추진이 벽에 부딪친 상황이기 때문에 더 이상 힘을 소모하지 말고 노후보 중심의 대선체제로 전환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용희 최고위원이나 이원성의원도 노후보 이외에 대안부재라는 사실에 공감하고 있다. 실제로 당내에서 노후보 이상의 득표기반을 갖춘 대상자가 없지 않은가?”
-이회창-노무현 양자 대결은 물론 정몽준이 포함된 3자 대결에서도 여론지지율이 가장 저조한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과연 노풍이 다시 살아날 수 있다고 보는가.
“각종 게이트 사건을 통해 민주당에 실망한 전통적 지지층이 일부 정몽준의원쪽으로 쏠린 것으로 판단된다. 하지만 정의원에 대한 후보검증과 각 자에 대한 정책비교, 후보자 토론회 등을 거치면 논리적이고 도덕적인 노후보의 차별성이 부각될 것으로 본다. 이회창·정몽준측은 각자 병풍과 후보검증이라는 돌발변수가 남아있다. 반면 노후보는 그동안 특정언론을 통해 모든 것이 사실 이상으로 까발려졌기 때문에 더 이상 피흘릴 것이 없다고 본다”

홍재형 의원

지난 10일 오후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 334호에서 만난 홍재형의원은 충북대병원 응급센터 완공 예산을 살리기 위해 고심하고 있었다. 최근 보건복지부가 응급센터 지정을 취소시키는 바람에 본예산 편성이 원천봉쇄됐기 때문이다. 인터뷰 중에도 기획예산처와 관계 부처 장관실로 계속 전화통화를 시도했다. 국회 예결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고보니 지역구 예산민원만 챙길 형편이 아니었다. 경기지역 모국립대 총장 일행이 찾아와 학술정보센터 건립예산 확보에 대한 협조를 당부하고 돌아갔다. 눈코 뜰 새없이 일에 쫓기는 홍의원과 마주앉아 선뜻 민주당 내부갈등에 대한 질문을 던지기가 부담스러웠다. 도내 국회의원 가운데 가장 ‘비정치적인’ 정치인으로 통하는 그 아닌가? 하지만 서울까지 방문 인터뷰를 시도한 취재계획을 접어둘 순 없는 노릇.
-오늘(10일) 저녁 한광옥·정균환최고가 주선한 중도파 의원들의 신당추진위 중간 결산모임에 참석할 것인가.
“집안에 일이 있어서 참석하기 곤란하다. 다들 당을 위한 마음으로, 대선을 잘 치러내기 위한 방안을 연구하는 것 아니겠는가? 당내 여러 갈래로 다양한 의견들을 모으고 있다”
-홍의원은 국민경선 당시 상당지구당 사무실을 방문한 노후보를 피하는등 완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현재도 그런 입장인가.
“노후보가 오전에 지구당을 방문했는데 마침 그날 오후에 이인제(IJ)후보의 추대대회가 예정돼 있었다. 나야 어차피 IJ를 지원해야 할 형편아니었나? 그런데 오전에는 이 사람을 영접하고, 오후에는 딴 사람을 맞이하고 하는 모양새가 스스로 용납되지 않았다. 또 노후보도 지구당 방문일정을 내게 사전에 통보해 주지 않아 그렇게 된 것이다. 이제 당의 대선후보로 결정됐으니 그에 따른 예우를 해주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민주당내 반노·비노 의원들이 정몽준의원 영입을 주장하면서 노후보의 기득권 포기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에 공감하는가.
“정몽준의원과 힘을 합치는 것이 대선 승리를 기대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국민경선을 다시 하느냐는 문제가 있는데…, 이미 국민경선으로 추대된 노후보의 명분을 무시할 수도 없고. 어차피 정치는 생물인데, 두 사람이 손잡을 수 있는 현실적 방안이 나오지 않겠나 생각한다”
홍의원은 국민경선 이후 노후보로부터 잊지못할(?) 상처를 입었다. 어쩌면 IJ계보로 분류된 업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한화갑-노무현 체제가 출범하면서 홍의원이 유력한 정책위 의장으로 추천됐으나 노후보가 끝내 거부권을 행사했던 것. 앞서 질문을 되풀이 했다.
-노후보에 대한 거부이유는 무엇인가. 지금도 대선후보로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하는가.
“후보경선 때는 서로 경쟁상대로서 입장이 있는 것 아닌가, 그런데 대선후보가 된 마당에 당직인사에서 의도적으로 나를 배제한 것은 정말 서운했다. 그래서 나중에 노후보와 만난 자리에서 솔직하게 서운한 감정을 털어놓았다. 그랬더니 자기 생각이 짧았었다며 미안하다고 사과했다. 그때 느낌이 ‘아, 솔직한 사람이구나’였다. 이밖에 노후보의 포용력에 대한 문제점은 언론에도 자주 지적됐고, 진보적인 노선이 자칫 색깔론 시비에 휘말리지 않을까 우려스럽기도 하다”
-송석찬의원등 대전·충남권 의원들이 반노 성향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충북도지부장으로서 도내 지구당 위원장들의 성향은 어떻게 보는가.
“반노, 비노 하지만 사실상 속사정은 같을 수 있다. 지역구 의원인 이상 지역민심을 외면할 수 없다는 것이다. 대전·충남은 그래도 자민련 정서가 살아있고 민주당은 지방선거에서 참패하지 않았는가? 그러니 그쪽 의원들은 자민련과 결합을 염두에 두고 제3 신당과 향후 당 대 당 통합론을 제기하는 것이다. 물론 자민련 문제는 충북과 속사정이 다르지만, 결국 충청권과 경기·강원도에서는 비슷한 위기감을 가지고 있다고 봐야 한다. 도내에선 김진선위원장이 이미 사퇴했고 노영민위원장은 노후보를 지지하는 입장이고 다른 지구당은 서로 걱정하고 있는 상황이다”
-노후보의 본선 경쟁력에 대해 불안감과 지역구 민심이반에 따른 회의감이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하지만 노후보는 후보확정 직후 노풍의 최고점에서 충북 여론조사에서도 50%이상 지지도를 나타냈다. 과연 노풍의 재현은 불가능한 것인가.
“당시 이회창후보의 빌라게이트가 터지면서 노후보 지지가 최고조에 달했다. 여기에는 기성 정치인에 대한 실망감이 노후보의 차별성을 부각시켜 인기몰이의 원인이 됐다고 본다. 하지만 노풍이 수그러들고 대통령 아들비리 문제가 터지면서 이회창후보가 다시 부상했고, 이젠 병풍이 부니까 정몽준의원에게 바람이 쏠리는 게 아닌가 싶다. 하지만 정풍도 거품이 빠지는 단계는 있을 것이다. 단, 노풍은 되살아 나더라도 한계가 있을 것으로 본다. 결국 서로 손을 잡아야만 모두가 살 수 있는 길이 열린다고 생각한다”
지역 정가에서는 홍의원이 반노 입장을 견지하는 배경에 대해 IJ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다는 시각도 있다. 정몽준과의 연대가 여의치않은 가운데 이한동·김중권 회동으로 제3당 추진설이 나돌았던 IJ는 여전히 민주당내 계보수장으로 지분 확보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6·13 충청권 대패로 계파의 존립기반이 크게 위축됐고 충북은 그 후유증이 심각하다.
-이인제고문이 러시아 방문을 마치고 오늘 귀국하는데 공항에 나가지 않았는가? IJ와의 정치적 관계는 어느 정도 유지되고 있는가.
“아, 오늘이 귀국하는 날인가.(무심하게 달력으로 눈길을 돌렸다) 언제까지 그 분 뒤만 따라 다닐 수는 없는 것 아닌가. 나의 정치적 후원자로써 IJ에 대한 고마움은 늘 간직하고 있지만, 국민경선 이후 특별히 만날 일은 없었다. 새로운 정치 전환기에 적합한 역할을 하실 것으로 기대하고, 서로 지켜보는 입장이다”

노후보 지지율 전망,
친노-반노 입장차 뚜렷

최근 대선 여론조사 결과를 놓고 민주당내 반노·비노그룹은 이회창 후보와 정몽준 의원이 앞서고 노무현 후보가 뒤쳐진 2강 1중 구도가 계속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의원의 경우 아시안게임 등을 통한 이미지 강화 효과 때문에 상승세가 지속될 것으로 점치고 있다.
따라서 지지층이 겹칠 것으로 보이는 노후보는 상대적으로 반등 기회를 잡기 힘들다는 분석이다. 하지만 친노그룹의 전망은 사뭇 다르다. 정의원이 아직 무대로 오르지 않은 상태에서 허상에 현혹된 뜬표로 보고 있다. 후보검증 작업이 시작되면 역풍에 의해 일시에 날아갈 수 있다는 분석이다. 벌써부터 가족관계, 학창시절과 관련한 약점이 거론되고 있기 때문에 대선 경쟁에 뛰어들면 소나기 공세를 피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특히 역대 대선에서 제3후보의 득표율이 20%를 넘지 못했다는 근거자료도 제시하고 있다. 92년 대선에서 국민당 정주영후보가 16.3%, 97년 국민신당 이인제후보가 19.2%의 득표율을 나타냈다. 우리나라 유권자의 성향상 선거구도 확정전에는 제3후보를 선호하다가 막상 선거전에 돌입하면 양대 정당 중심으로 결집한다는 분석이다. 또한 후발주자인 제3후보는 지구당 조직력이 취약해 일정 한도이상의 표를 모으기가 힘들다는 현실론도 제기하고 있다. 이같은 이유로 친노그룹은 이회창-노무현 맞대결에 정몽준 변수가 끼어드는 2강 1중 판세가 유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정몽준 변수에 대해서도 15대 대선을 감안하면 ‘노무현후보가 손해볼 것이 없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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