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가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기후 위기’는 이제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의 문제’로 다가옵니다. 일부 국가만의 문제가 아니라 ‘지구 공동체’의 문제로 전환됐습니다. 충북인뉴스는 위기의 시대에 다양한 해법을 제시하는 목소리를 담아보려 합니다. 풀꿈재단과 함께 1주일에 1회씩 매주 ‘풀꿈 칼럼’을 연재합니다. (편집자 주)

사진 : 지난 7월 1일 산림청이 한반도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백두대간 정령치에서 환경단체 및 대학생들이 구상나무를 심고 있다.(사진=산림청 제공)
사진 : 지난 7월 1일 산림청이 한반도 생물다양성의 보고인 백두대간 정령치에서 환경단체 및 대학생들이 구상나무를 심고 있다.(사진=산림청 제공)

 

대한민국의 생태계는 건강한가?

글 : 하민철 청주대학교 교수

대한민국의 생태계가 그 건강함을 잃어가고 있다. 생태계의 건강함을 보여주는 가장 중요한 지표는 다양성이다.

많은 국가들이 자연생태계의 건강함을 유지하기 위해 생물종다양성을 위한 국제협약을 맺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 국립생물자원관의 자료(2017년 12월 29일 기준)에 따르면 멸종위기 야생생물 I급은 60종, II급은 207종으로 모두 217종에 이른다.

그만큼 우리나라의 생물종 다양성이 위기에 처해 있다. 더 피부에 와 닿는 지표는 우리나라에서 생산하는 주요 곡물의 다양성이 심각한 위험에 처해 있다는 것이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곡물 수급안정 사업·정책 분석’(2021.10.1.)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곡물자급률은 1990년 43.1%에서 2019년 21.0%로 심각한 수준으로 떨어졌다.

쌀을 제외한 곡물자급률은 더욱 심각하다. 밀은 0.5%, 콩은 6.6%, 옥수수는 0.7% 등으로 국내 생산기반이 붕괴된 상태나 다름없다(한국농어민신문 2021년 10월 19일자).

이 수치는 우리나라에서 식량으로 사용되는 주요 곡물의 다양성이 심각한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이고, 식량안보의 측면에서 식민지로 전락할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에서 어찌 자연환경의 생태계만 중요하겠는가? 사람들이 상호작용하면서 만들어내는 각 분야의 공동체를 모두 생태계로 비유할 수 있다.

정치 분야에도 생태계가 있고, 경제 분야에도 생태계가 있다.

그런데 지금 어느 누가 정치 생태계와 경제 생태계가 건강하다고 말할 수 있겠는가?

정치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다양성이 얼마나 높은가?

성별, 연령별, 직업별 다양성이 결코 높지 않다.

과연 우리나라는 대기업 중심의 편향적 경제구조에서 중소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경제구조로 변화했는가?

전혀 그렇지 못하다. 심지어 최근에는 대기업들이 골목상권에까지 침입하여 소상공인의 먹거리까지 빼앗아가고 있는 문제가 우리 사회의 중요한 이슈가 되고 있다.

어디 정치와 경제 분야뿐이겠는가?

문화와 예술, 체육, 교육 등 우리 삶의 곳곳의 생태계들이 건강함을 잃어가고 있는 것이 뚜렷하다.

지금 지방소멸 이슈가 큰 화두다. 우리 충북지역의 농촌들도 예외가 아니다.

지방이 소멸되고 있다는 것은 대한민국이라는 생태계의 다양성이 약해지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우리나라 국토 면적의 12%가 안 되는 수도권에 인구의 50.2%가 집중되는 생태계는 분명 불균형을 안고 있다.

그 불균형은 나중에 생태계를 심각하게 교란할 것이고 망가뜨릴 것이다.

2000년대 초에 노무현 정부가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과 지역혁신도시 건설 등의 균형발전 정책을 추진하여 그 속도를 조금 늦추는 효과를 거두는 것으로 평가됐지만 근본적인 변화까지 가져오지는 못하고 있다.

좀 더 인간의 동기구조를 바꿀 수 있는 보다 더 강력한 정책수단이 필요하다.

다양성을 잃은 생태계는 곧 건강함을 잃게 되고 결국 사라지게 된다. 강자들만이 살아남은 생태계가 오래 갈 수 없는 것은 자연의 법칙이다.

지금 대한민국 생태계는 중간층이 사라지고 양극화가 심해지고 있으며, 약자들은 더 이상 살아가기 어려운 생태계로 되어 가고 있다.

그만큼 다양성이 약해지고 결국 사라질 수 밖에 없다. 몇 년 전 우리 젊은이들이 자조섞인 목소리로 뱉어내던 ‘헬조선’, ‘N포세대’는 과연 나약한 젊은이들의 근거 없는 말인가?

한국의 문화적 우수성을 보여주고 있다는 둥 떠들어내는 영화 ‘기생충’과 TV 드라마 ‘오징어게임’의 열풍은 우리 대한민국 생태계의 건강함에 대해 말하는 바는 무엇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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