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아 님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에서 활동하는 MZ(20~30)세대 활동가입니다. 필명은 ‘박하’입니다. 환경운동 활동가이자 MZ세대가 겪는 삶의 다양한 이야기를 글로 풀어봅니다. (편집자주)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박현아 활동가
청주충북환경운동연합 박현아 활동가

 

스스로 감내해야 하는 것

지난 8월부터 A4용지 1페이지 분량의 글을 쓰기 시작했다. 정해진 주제는 없었다. 하고 싶은 이야기나 환경을 주제로 자유롭게 써 내려가는 글이었다.

어릴 때부터 글쓰기를 자주 했었다.

책을 읽고 독후감을 쓰거나 신문을 읽고 와닿는 기사를 스크랩해서 생각을 쓰거나 시사잡지를 읽고 마음에 드는 기사 3가지를 선택해 생각을 쓰는 것이었다.

사람마다 갖고 있는 생각이나 관점은 다양하기 때문에 글을 쓰는데 정답은 없다.

일주일에 한 번 나름대로 써 내려간 생각들을 아버지와 이야기하며 정리했다.

처음은 어렵고 힘들고 하기 싫어도 규칙적으로 반복되면 하기 싫어도 어느새 신문을, 시사잡지를 읽고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기숙사 생활을 하는 고등학교로 진학하게 되면서 글쓰기의 형태는 바뀌었다.

주제도 분량도 모두 자율적이었다. 단 최소한 원고지 3~5장은 채워야 하는 조건만 있었다. 200자 원고지를 채우는 것은 아주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어릴 때는 이렇게 글을 쓰는 게 막연히 숙제 같다고 생각했다.

대학생이 되고, 사회인이 되고 난 다음에는 글 쓰는 게 뜸해졌다. 그 막연한 숙제를 해야 한다는 부담감이 줄어들었고 벗어났다는 자유가 행복했다.

그렇게 몇 년이 지나면서 글쓰기와 멀어졌다. 두루뭉술한 생각들이 한곳에 모여 정리되지 못하고 머릿속을 둥둥 떠다니는 느낌이었다.

때문에 한 살씩 나이를 먹어가고 있지만, 생각은 자꾸 어려지는 느낌이다.

최근 들어 다시 글쓰기가 시작됐다.

둥둥 떠다니는 생각들을 잡아서 글로 풀어내는 일은 절대 쉽지 않다.

무엇보다 어릴 때 썼던 글들은 가족 외에는 아무도 본 적이 없었다.

가족 외에 다른 사람들이 내 글을 본다는 것은 자신이 없다.

같은 주제라도 생각이 서로 다른 사람들은 옹호하거나 비판하거나 둘 중 하나겠지만 대부분 후자일 것이라고 스스로 생각했다.

또 그런 사례들을 많이 봐왔기 때문에 더더욱이나 내 생각을 다른 사람에게 보인다는 것은 약점을 내보여주는 것이라고 느꼈다.

생각보다 주변에 많은 사람이 내 글을 읽고 있다고 했다.

어떻게 그렇게 매주 글을 쓰느냐고 대단하다며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칭찬에 아주 많이 약한 편이라 부끄럽다.

더군다나 집중력이 조금 부족한 편이라 한 가지 이상 집중을 잘하지 못한다.

큰 행사를 앞두고 글쓰기를 미루고, 다시 시작하려니 영 자신감이 붙지 않는다.

자유로운 주제도 괜찮지만 환경에 대한, 그러니까 우리가 날카롭게 보고 지적해야 하는 것들에도 관심을 두고 문제점을 짚고 풀어야 한다.

오랫동안 멈춰있었던 글쓰기를 다시 시작하는데 부끄럽지 않으려면 노력해야 하고, 자신감을 가져야 한다. 글쓰기의 걸음마를 다시 배우는 중인가 보다. 어쩌면 지금 글을 쓰는데 제일 큰 핵심일지도.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