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충북 비정규직 철폐 투쟁주간 기고⓵

2003년 10월 26일 근로복지공단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던 한 노동자가 ‘비정규직 철폐’를 외치며 자신의 몸에 불을 당겼다. 바로 이용석 열사다. 이 날을 잊을 수 없었던 노동자들은 해마다 전국비정규노동자대회를 열고 거리로 나와 열사의 뜻을 기억하고 알렸다.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도 매년 10월 ‘비정규 철폐 투쟁주간’을 선포하고, 지역 비정규노동자들과 함께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올해는 간접고용, 돌봄공공성, 사회서비스원, 5인 미만 사업장 노동자 노동법 적용제외, 플랫폼노동 문제를 지역사회에 알리고, 연대의 힘을 모으려고 한다.

앞으로 게재할 세편의 기고에서는 간접고용, 돌봄공공성, 플랫폼노동의 문제와 개선방안에 대해 서술하고자 한다.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제공.
비정규직없는충북만들기운동본부 제공.

현재제철 비정규직 노동자의 분노

현대제철 당진제철소에는 32곳에 달하는 사내하청업체 소속 7천여 명의 비정규직 노동자가 근무한다.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갑자기 사내하청업체들을 폐업하고 9월 1일부터 ITC라는 자회사를 설립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금속노조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은 자회사를 거부했다. 비정규직 노동자 2671명은 8월 31일 자회사를 거부하는 집단 선언 기자회견을 열고 “현대제철 비정규직 노동자는 자회사를 거부합니다”라며 그동안 착취와 억압에 쌓여왔던 분노를 쏟아냈다. 8월 23일부터 지회 조합원 100여명은 생산부서 사무실인 통제센터 농성에 돌입한 상태다.

그럼 이쯤에서 확인해보자. 현대제철의 자회사 설립을 사내하청 노동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기 위한 좋은 뜻으로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사실은 그렇지 못하다. 현대제철은 사내하청업체에 고용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불법파견 소송에서 승소하자, 정규직으로 직접 채용하지 않고 불법파견을 회피하기 위한 꼼수로 자회사 설립이라는 방법을 꺼내들었다. 하지만 법원 판결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사내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직접 고용해야 한다.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제 5조(근로자파견대상 업무 등) ①항에는 ‘제조업의 직접생산공정업무를 제외’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처럼 법에도 명시 되어 있듯이 현대제철 당진제철소는 사용자성을 인정하고 자회사 꼼수가 아닌 정규직 전환을 통해 고용을 책임져야 한다.

 

자회사전환은 '꼼수'

정규직으로 전환되어야 할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회사의 이런 꼼수를 받아들일 이유가 없다. 이들은 당연히 자회사에 지원하지 않고 정규직으로 직접고용을 요구하며 투쟁에 돌입할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사측은 자회사를 거부하고 있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을 본인의 업무와 다른 하청업체로 강제 전적을 시도하고 있다. 이는 명백한 단체협약 위반이다. 최근 파업에 따른 대체인력으로 투입된 관리자의 업무 미숙과 무리한 인력배치로 작업현장 사고 위험 또한 커지고 있다. 불법파견을 일삼아 온 현대제철이 불법도 모자라 이제는 자회사를 앞세워 불법을 감추려는 꼼수를 부리고 있다. 이에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자회사 꼼수를 철회하고 직접고용을 쟁취할 때까지 투쟁하겠다는 의지를 하루에도 수십 번 씩 다지고 있는 것이다.

현대제철 뿐만이 아니다. 현대모비스도 마찬가지다. 충북 충주에 위치한 현대모비스 공장에는 정규직 노동자가 없다. 그린이노텍, 동우FC, 화인텍이라는 사내하청업체들로 운영되고 있다. 또한 물류를 담당하는 현대모비스 물류사업소도 같은 방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대모비스 물류사업소 노동자들은 현대모비스 물류업무를 하고는 있지만, 소속은 동원로엑스라는 회사다. 국내 굴지의 재벌기업에서도 이렇게 간접고용이 넘쳐나고 있다.

 

‘진짜 사장’ 원청이 사용자…노조법2조 개정돼야

간접고용 비정규직노동자들의 처우 개선은 어떤가? 노동조합을 만들어서 회사와 교섭을 해도 사내하청업체 사용자들은 원청회사 핑계 대며 노동조합의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고 버틴다. 원청회사에서 들어주지 않으면 자신들은 노동조합의 요구를 수용할 여력이 없다는 것이 주된 핑계거리다. 간접고용 비정규직 노동자들 입장에서는 원청회사를 상대로 교섭을 해야 실질적인 교섭이 가능하다. 지금처럼 하청업체를 내세우고 원청회사는 뒤에 숨어있는 형태로는 노동조합이 제대로 된 교섭도 할 수 없다.

그래서 노조법 개정이 필요하다. 노조법 2조를 개정해서 사용자의 범위를 넓혀야 한다. 형식적인 근로계약만 맺고 있을 뿐 아무런 권한도 없는 사내하청업체가 아니라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회사가 진짜 사용자이다. 노조법 2조를 개정해서 간접고용 노동자들이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원청회사를 상대로 교섭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진짜 사장이 나와라’라는 이야기가 간접고용 노동자들에게는 자신의 생계와 노동조건이 걸린 절실한 요구일 수밖에 없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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