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도시 아닌 일하는 사람을 위한 음성(3)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윤준 상담실장

음성노동인권센터와 충북노동자교육공간 ‘동동’이 공동주최한 2021 가장자리 4개 강좌가 ‘코로나19 이후, 우리가 사는 곳을 어떻게 바꿀까!’ 주제로, 지난 6월 10일부터 7월 22일까지 진행됐다.

음성노동인권센터 박윤준 상담실장은 마지막 강좌에서 ‘산업도시가 아닌 일하는 사람을 위한 음성군’이라는 주제로 담론을 이어갔다.

강좌 주요 내용을 총 3회에 걸쳐 연재한다./편집자주

(왼쪽) 박윤준 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 (오른쪽) 음성군 도시공간 구조 구상도(자료제공=음성군청·음성타임즈)
(왼쪽) 박윤준 음성노동인권센터 상담실장. (오른쪽) 음성군 도시공간 구조 구상도(자료제공=음성군청·음성타임즈)

프랑스의 철학자이자 도시학자 앙리 르페브르의 도시권에 대한 다섯 가지 정의 중 ①작품으로서의 도시와 그 작품에 대한 권리 ②전유의 권리 ③참여의 권리를 중심으로 음성군을 들여다보았다.

이번 칼럼에는 ④도시 중심부에 대한 권리 ⑤서로 다를 수 있는 권리를 통해 살펴보고 우리 도시가 지향해야할 모습을 개략적으로 그려보고자 한다.

 

산업도시의 중심엔 무엇이 있을까?

르페브르는 “중심이 없다면, 공간에서 태어날 수 있는 모든 것들이 함께 모이지 않는다면, 만남이 없다면, 도시의 실체는 없다”라고 확언했다.

그는 사람들이 도시 중심부로부터 배제되고 도시공간이 기능별, 계층별로 단절되는 현상을 비판하였는데 우리 도시는 어떤가?

2016년 3월에 발표한 「2030년 음성군기본계획」에 따르면, 음성군은 대안 두 가지를 놓고 고심하였다.

첫 번째 대안은 다핵 분산형으로 4도심(음성, 금왕, 대소, 감곡)-2부도심(삼성, 맹동)-3지구중심(생극, 원남, 소이)이고 두 번째 대안은 위치 중심형으로 1도심(금왕)-4부도심(음성, 대소, 감곡, 맹동)-2지구중심(삼성, 생극)이다.

음성군 정책입안자는 첫 번째 대안의 장점을 음성군 구도심의 기능을 회복하여 신도심과의 균형 발전을 도모할 수 있다고 봤고, 단점은 도심기능이 분산되어 기존 도심이 약화될 우려가 있다는 것과 도심이 네 군데가 되면 오히려 지역간의 연계성이 결여될 것이라 판단했다.

두 번째 대안의 경우 1도심설정에 따라 도심 기능이 집중되고 강화되고 부도심이나 지구중심에서 도심으로의 접근이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는 반면 군청소재지인 음성읍의 기능이 저하되고 음성, 소이, 원남이 소외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다.

결론적으로 음성군은 4도심-2부도심-2지구중심 대안을 선정하였다.

각 도심과 권역은 행정중심지(음성권역), BT(생명공학기술)․IT(정보기술)․태양광 등 첨단산업 중심지(금왕권역), 기술․자본집약적 산업 및 광역교통중심지(대소권역), 지식기반산업 및 물류중심지(감곡권역) 등으로 기능을 구분하였다.

다시 말해 행정중심지 1곳, 산업별 중심지 3곳으로 기능을 구분한다는 이야기다.

지난 7월 22일 진행된 2021 가장자리 네번째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박윤준 실장. (제공=음성타임즈)
지난 7월 22일 진행된 2021 가장자리 네번째 강좌를 진행하고 있는 박윤준 실장. (제공=음성타임즈)

기업의 언어로 이루어진 정책

인구 10만 명, 예산 규모 8천 억 지방자치단체에서 네 도심을 분산하여 운영하는 것도 무리지만, 도시의 기능을 산업 육성에만 무게를 두고 도시공간구조를 구상하는 것도 잘못이다.

‘사람들을 어디서 만날 수 있는지’, ‘사람들이 그곳에서 무엇을 할 수 있을지’보다 ‘기업을 어디에 유치시킬지’, ‘어떤 산업을 육성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두고 있다는 사실이 여실히 드러나는 계획이랄까.

공간구조가 경제성장 프레임으로 대상화되는 순간 공간을 통해 이윤을 창출하는 자본주의 논리만 남게 되고 그곳에 살아가는 사람들의 존재와 목소리는 ‘정책의 언어’에서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요즘의 도시기본계획과 같은 정책의 언어는 기업의 언어이고, 기술의 언어에 불과하다. 정책 언어라는 권력의 장에 들어오지 못한 다양한 사람들, 동식물들과 자연의 이야기는 고립에 빠지고, 없는 것처럼 여겨진다.

기업은 ‘사람과 사람과의 만남의 장’에서 자신의 모습을 잘 드러내지 않기에 기업 중심으로 재편된 도시와 도시중심부는 황폐화 될 수밖에 없다.

도심일수록 유통이 강조되어 도로가 넓어지고 인도가 좁아진다. 도심일수록 큰 마트가 들어와 작고 다양한 가게들은 문을 닫는다. 도심일수록 경제성장이라는 이념이 강화되기에 기업 중심, 유통 중심의 도시가 되어 사람의 삶은 갈수록 왜소해진다.

(자료출처=음성군청)
(자료출처=음성군청)

오늘과 다른 내일을 위해 

경제성장, 기업유치의 이념 아래 기능적으로 분류된 도시는 ‘서로 다를 수 있는 권리’마저 침해한다. 이 지역에서의 생존수단이라는 게 제조업체에 취직해 주간노동이나 주야간 교대제 노동을 하는 것이 대다수를 차지하고 있다.

물론 공무원, 공공기관 노동자들, 각종 기술직과 사무직, 사회복지서비스 종사자 등 다양한 업종이 있지만 대다수가 주 40시간, 또는 주 52시간제 틀 속에서 획일화된 노동을 수행하고 있다.

이렇듯 산업도시는 주민들의 삶의 터와 시계를 통제하고, 획일화되고 반복되는 일상을 살아가도록 말없이 강요하고 있다. 

오늘과 다른 내일을 기대하기 어려우며, 자신에게 맞는 삶을 찾아가는 도전, 모험을 감행할 수 있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산업화된 도시에서 자신의 고유한 특성, 재능, 꿈을 실현하며 살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기계화된 노동, 산업화된 노동, 그리고 관료제 안에서 작동하는 노동은 각자의 고유성을 은폐하도록 요구하고, 기계처럼 무비판적인 반복을 요구한다.

지난달 22일 진행된 2021 가장자리 네번째 강좌. (제공=음성타임즈)
지난달 22일 진행된 2021 가장자리 네번째 강좌. (제공=음성타임즈)

“민중의 언어가 정책에 담겨져야”

그렇다면 다양성을 존중받기 위해서는 반대의 움직임이 요구된다. 시간과 공간을 지배함으로써 민중의 일상을 효과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헤게모니에 균열을 내야한다.

생존을 미끼로 박탈당하고 있는 수많은 기본권(이동권, 주거권, 참여권, 안전하게 일할 권리 등)을 내세워 사회의 구조부터 일상의 구조까지 뒤흔들어야 한다. 이러한 일을 행정관료들이 하진 않는다. 기업가들이 나설리도 만무하다.

노동자, 시민, 소상공인, 농민, 청소년, 청년, 노인, 여성, 장애인 등으로 대변되는 민중들이 행동하고, 민중들의 언어가 정책에 담겨질 수 있도록 발언해야한다.

오늘과 다른 내일을 위해선 우리의 일상에, 언어에 그어진 선을 넘어야한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