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 혼자 운영하는 4곳 가게에 전화…“블랙컨슈머 아니길”
같은 날짜, 같은 번호, 같은 피해상황에 상인들 ‘망연자실’

충북혁신도시상가번영회 단톡방 캡쳐. (자료제공=충북혁신도시상가번영회·음성타임즈)
충북혁신도시상가번영회 단톡방 캡쳐. (자료제공=충북혁신도시상가번영회·음성타임즈)

충북혁신도시 내 4곳의 음식가게에 지난 1일 똑같은 번호로 ‘포장해 간 음식물을 먹다가 치아가 깨졌다’는 요지의 항의전화가 걸려왔다.

같은 날짜, 같은 번호, 같은 피해상황을 두고 해당 가게주인들은 물론 충북혁신도시 상인들이 놀라움과 함께 근심에 빠져 있다. 공교롭게도 항의전화를 받은 4곳 모두 여자주인이 운영하는 가게이다.

이 같은 내용이 처음 알려진 것은 지난 1일 충북혁신도시상가번영회 단톡방에 회원 A씨가 글을 올리면서 시작됐다.

A씨는 이날 “어제 저희 가게에서 음식을 구해 먹었는데, 이물질 때문에 이빨이 나가서 병원을 갔다. 9만원이 나왔으니 보험처리를 해 달라는 전화를 받았다”며 “처음 겪는 일이라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는 사연을 올렸다.

A씨는 이 글에서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한 남성과의 전화통화 내용을 비교적 상세하게 공유해 나갔다.

A씨에 따르면 영수증과 사진이 있으면 보내 달라고 하자 처음에는 그냥 없던 일로 하자며 전화를 끊었다고 한다.

A씨는 대화창에 이렇게 넘기면 안 될 것 같은 생각에 “저희가 만든 음식으로 인해 이빨치료를 하신 진단서를 주시고, 저희 책임이 맞다면 당연히 보험처리를 해 드리겠다”며 재차 전화를 걸자 “당장 돈을 달라면서 사진이랑 다 있으니까, 그렇지 않으면 인터넷에 올리겠다며 전화를 끊었다”고 밝혔다.

충북혁신도시상가번영회 단톡방 캡쳐. (자료제공=충북혁신도시상가번영회·음성타임즈)
충북혁신도시상가번영회 단톡방 캡쳐. (자료제공=충북혁신도시상가번영회·음성타임즈)

그런데, 해당 글이 올라가자 같은 항의전화를 같은 번호로 받았다는 B씨가 답글에 나섰다.

B씨는 “(피해를 주장하는) 손님의 전화번호가 같다. 금액도 9만원으로 같다”면서 “죄송하다고 했고, 치료한 영수증을 주면 처리해 드린다고 연락했다”며 “문자로 깨진 치아 사진도 받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수요일에 영수증을 갖다 주겠다고 했고, 보험처리를 해 주라고 했다”면서, 주고받은 문자내용도 공개했다.

그러나, 충북혁신도시상가번영회에 따르면 약속했던 수요일인 지난 4일 이 남성은 해당 가게에 오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충북혁신도시상가번영회 단톡방 캡쳐. (자료제공=충북혁신도시상가번영회·음성타임즈)
충북혁신도시상가번영회 단톡방 캡쳐. (자료제공=충북혁신도시상가번영회·음성타임즈)

이 남성으로부터 같은 전화를 받았다는 가게는 또 있었다. 

충북혁신도시 상인들 사이에 이 같은 내용이 퍼지면서 C씨, D씨 등 새로운 가게 주인들이 등장했다. 이번에도 같은 전화번호에 내용도 비슷하다.

충북혁신도시상가번영회 관계자는 “번영회 차원에서 알아 본 결과, D씨는 전화를 받고 이 남성에게 19만원을 입금한 것으로 확인됐다”며 “여성 혼자 하는 가게를 노린 블랙컨슈머가 아니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4곳의 가게주인들은 모두 손님의 피해상황을 걱정하고 있다. 악의적인 사건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 피해를 입었다는 분과 가게주인들의 직접 만남도 필요해 보인다. 피해를 입었다면 보상을 해 주는 일은 당연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번 일의 진위여부를 끝까지 지켜보고, 해당 가게주인들과 공동대응해 나가겠다. 이들이 안심하고 생업에 전념할 수 있도록 힘을 보태겠다”며 "유사한 내용의 항의전화를 받은 상인들이 추가로 있다면, 상가번영회에 연락을 주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이어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상인들의 어려움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이다. 이번 일로 4곳의 가게주인들은 심한 허탈감에 빠져있다”며 “제발 우리가 생각하는 그런 일이 아니길 진심으로 바란다”며, 더 이상의 말은 아꼈다.

한편, 현재 충북혁신도시 내에서는 “아무래도 이상하다. 경찰에 알려야 될 것 같다”는 의견도 있지만, 4곳 가게주인들은 “실제로 상처를 입은 피해자일 수도 있다”며 여전히 전화를 건 손님에 대한 배려를 잃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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