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실천방안 정책마련 토론회에 다녀와서……>

얼마 전 ESG행복경제연구소가 발표한 보도 자료를 봤다. ‘17개 광역자치단체 ESG평가에서 충북이 꼴찌’라는 내용이었다. 지속가능한 발전을 위해 친환경, 사회공헌, 지배구조 개선을 위해 지자체별로 어떤 노력을 했는지 성적을 매긴 결과 충북이 전국 꼴찌라는 것이다. 다른 시·도에서는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 기업과 지자체가 힘을 모으고 있는 것에 비해 너무나 조용한(?) 충북이 꼴찌를 한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라는 생각을 하면서도, 그래도 그렇지 ‘전국꼴찌’라니…….

성적표야 어찌됐건 지금이라도 ESG실천방안을 마련할 수 있는 정책토론회가 열린다는 소식은 반가웠다. 이제라도 지속가능한 사회를 위해서 실천방안을 고민하는 자리가 열린다니 뭔가 시작할 수 있을 거라는 생각도 들었다.

15일 기쁜 마음으로 토론회장에 갔다. 충북도의회와 생활ESG행동 청주네트워크가 주최하는 이 자리에는 연구위원, 공무원, 교수, 환경운동가 등 각계의 전문가들이 자리했다.

토론회에서 충북연구원 성장동력연구부 이유환 연구위원은 ESG의 개념부터 충북 기업의 ESG 등급 현황, ESG실천을 위한 지방정부의 지원방향과 역할 등에 대해 발표했다. 또 박은철 생활ESG행동 상임집행위원장은 기업ESG를 넘어선 생활ESG 중요성을 발표했다.

이유환 연구위원은 “2020년 기준 충북에 본사를 두고 있는 기업 82개사 중 ESG등급평가를 받은 기업은 총 16개사이고 이들의 등급평가는 전년대비 0.05p감소했다”며 “기업이 ESG등급평가 참여율 및 공개가 낮은 원인은 다수의 기업들이 ESG등급평가 기준에 미치지 못하고 경영진의 적극적인 참여의사가 부족하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기업인들의 인식개선 △적절한 인센티브를 통한 기업의 자발적인 참여유도 △충북 산·학·관·민ESG위원회 설립 △충북 ESG 경영 지원 조례 제정 △ESG 등급평가 지원 등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발제 후 토론 시간이 이어졌다. 이 시간에 청주대학교 홍상표 교수는 “SK는 RE100(Renewable Energy 100%)을 선언한 기업임에도 청주에 SK하이닉스 LNG발전소를 짓겠다고 발표하는 등 상충되는 활동을 하고 있다”며 이유환 연구위원에게 의견을 물었다. 또 ESG지원정책을 충북도가 추진할 역량이 있는지를 물었다.

이에 대해 이 연구위원은 “ESG는 기업의 사적영역에 해당하는 사항으로 공공영역의 개입과 지원에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그러면서도 “지역에서 먼저 합의를 통해서 실천하면 그 뒤에 행정력이 나서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이쯤에서 SK하이닉스의 LNG발전소와 관련해 그간에 진행됐던 논란을 떠올리지 않을 수 없다. 지난 2019년부터 청주시민들은 SK하이닉스 LNG발전소 건설의 문제점을 수없이 지적하며 개선방안을 청주시, 환경부 등에 요구했다. 수많은 논의와 무수히 많은 집회, 시위, 면담요청도 있었다.

다른 것은 차치하고라도 SK하이닉스 LNG발전소 문제만 보자면 과연 이 연구위원이 말한 ‘합의’라는 것이 과연 존재하기는 하는 걸까하는 회의감이 들었다. 또 ESG가 기업의 사적영역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어서 안 된다면 이러한 정책마련 토론회는 왜 하는 걸까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결국은 허공속의 메아리는 아닐까?하는 생각까지.

더욱이 이날 토론회에서는 충북의 '꼴찌성적표'와 관련해서는 한마디 언급도 없었다. 충북도 김연준 환경산림국장은 탄소포인트 제도, 탄소중립 숨쉼캠페인 등을 언급하며 개인적인 영역의 실천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우리는 그동안 수십 년 동안 ‘자율적인 참여와 개개인의 실천’에 의존했다. 그러나 이제는 더 이상 아니다.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안 된다는 것을 이미 너무나 잘 알고 있다. 박은철 상임집행위원장은 “ESG는 개인의 문제가 아니다. 정치적이고 행정적이고 정책적으로 접근하지 않으면 해결되지 않는다. 절차적 민주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동의 가치, 인권, 청년이 살기 좋은 충북 등 진정한 ESG를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해서는 결국 토론회에서 나오지 않았다.

실천방안을 논의하기 전에 ESG가 무엇인지, 왜 ESG가 필요한지, 충북은 왜 꼴찌를 했고, 무엇이 부족한지를 우선 공부하는 자리가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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