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가 먼저 치고 나오냐” 관심속 조만간 드러날 듯

이원종지사가 지난 14일 오송신도시 기본계획을 발표한 후 곧바로 해외투자 유치를 위한 유럽순방에 올랐다. 이를 두고 지방정치권에선 갖가지 해석을 내렸다. 그중 대표적인 것이 청주 청원통합이라는 골치아픈 문제를 자신이 원하는 대로 해결한 이지사가 본격적인 이미지 확산에 나섰다는 진단이다.

특히 오송신도시 개발계획은 향후 이지사의 3선도전 장도에 의심의 여지가 없는 ‘동반자’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런데 이런 분위기의 한켠에선 색다른 여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소위 이원종 대항마를 자처하는 내년 도지사 출마예상자들이 과연 언제쯤 확실한 선전포고를 하느냐는 것이다. 이는 도지사 경쟁구도의 밋밋함을 탓하는 반발일 수도 있고, 기껏 도지사 출마를 자처하고도 계속 변죽만 울려대는 후보들에 대한 촉구성 여론 형성인지도 모른다.

   
▲ 내년 지방선거에서 충북도지사에 출마할 인사들은 어떻게든 이원종 아성을 뛰어 넘어야 한다. 하지만 여전히 여론만 관망하며 본격적인 '맞장'을 미루고 있다. 현재 예비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 왼쪽 부터 서규룡 전 농림부차관, 안재헌 전 여성부 차관, 이시종 열린우리당 국회의원, 정우택 전 국회의원(가나다순)
실제로 내년 지방선거와 관련해 도지사 출마를 공언하거나 시사하고 있는 인사는 여럿이지만 공개적으로 이원종지사에게 도전장을 내민 경우는 한번도 없다. 이를 두고 ‘지역의 한계성’을 말하기도 하는데, 문제는 너무 눈치를 보거나 잰다는 것이다. 때문에 광역자치단체장을 원하는 인사들의 처신이 이렇게 소신없어서야 되겠냐는 비판이 많아지고 있다. 과거 선거에서 나타났듯이 선거에 임박해 좌충우돌 내지 좌고우면하기 보다는 차라리 지금쯤 자신의 정체성을 분명히 드러내 놓고 도민들의 심판을 구하는 것이 떳떳하다는 지적이다. 그래야 시류나 바람보다 인물 경쟁에 의한 선택이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관운좋은 이지사, 이번에도?
이원종지사에게 붙어다니는 말 중에 하나가 ‘관운이 좋다’는 것이다. 이는 청주 우암상가 붕괴등 과거 여러 사건을 거치면서도 공직생활을 계속 이어온데 따른 평가이기도 하지만, 선거 때마다 상대후보와의 경쟁에서 소위 게임이 안 되는 승부를 겨룬 것에 더 기인하는 측면이 있다. 이지사가 98년과 2002년 두 번의 지방선거에서 만만한 승부를 즐길(?) 수 있었던 배경은 대략 2가지로 정리된다.

본인이 연거푸 지지도가 높은 정당으로 옮기며 편한 길을 택한 게 첫 번째라면, 두 번의 선거에서 모두 상대후보의 경쟁력이 크게 낮았다는 게 두 번째 이유다. 3선에 도전하는 내년 지방선거 또한 현재로선 이지사에게 절대적으로 유리하게 보인다. 소속정당인 한나라당 지지도가 오랫동안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고, 자신의 지지도 역시 후보로 거론되는 다른 사람보다 현재 월등히 앞선다.

이 때문인지는 몰라도 이미 도지사 출마를 공언한 인사들조차 여전히 이지사의 그늘을 벗어나지 못한다. 각종 여론조사의 지지도가 이지사에 비해 크게 뒤질 뿐만 아니라 경쟁 후보군으로서 이지사와 대립각을 세우는 것에도 아주 소극적이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후자 쪽이다. 지역 현안이나 각종 주변 여건에 대해 이지사와는 분명한 다른 시각을 가지면서도 이를 표출하는 데엔 몹시 조심스러워 하는 것이다. 자칫 잘못 나섰다간 오히려 여론상 손해를 볼 수 있다는 판단만을 앞세운다.

때문에 이들 경쟁후보가 요즘 사석에서 자주 듣는 것은 “언제 본인의 실체를 드러내겠느냐”는 질문이다. 아울러 이지사와도 분명한 대립각을 세워 자신의 입지를 정립해야 한다는 주문을 많이 받는다. 하지만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여전히 이지사와 날을 세우기를 꺼린다. 한 출마 예상자는 “최근 심각한 논란을 빚은 청주 청원통합과 관련해 충북도와 이지사의 시각이 나와 전혀 다르다는 것을 알고 느낀 바가 있다. 때문에 할말은 많지만 아직 나설 때가 아니라고 본다. 정당 관계가 먼저 마무리돼야 하지 않겠는갚라고 반문했다.

지금까지는 원맨쇼, 앞으로는 버라이어티쇼
실제로 현재 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은 이지사에 대한 비판을 분명히 하면서도 이지사의 장점을 꼽는데 결코 인색하지 않아 엇박자를 내고 있다. A후보는 “예비후보 등록이 있는 내년 1월 말까지는 결코 이지사와 대립하지 않겠다. 지금의 추세라면 가만히 있어도 승산이 있다. 최근 여론조사 추이를 보면 알 것이다. 솔직히 지금의 여론조사는 의미가 없다. 이지사 혼자만 드러난 상황인데 결과는 뻔하지 않은가. 앞으로 정당별 후보가 결정되면 분위기는 엄청 달라질 것이다. 때문에 지금 이지사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은 오히려 역효과라고 본다”고 밝혔다.

B후보는 “이지사와의 사적 관계때문에 내가 인위적으로 먼저 치고 나갈 수는 없다. 때가 되면 자연스럽게 대중앞에 설 것이다. 그 때까지 내 나름대로 활동하며 일단 관망하겠다”는 입장이다. C후보는 몹시 조심스러워하면서도 이지사와의 대립각 필요성엔 공감했다. 그는 “현재 주변 많은 사람들에게 자문을 구하고 있다. 확실한 계기를 만들어서 도민들에게 다가갈 것이다. 굳이 전략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지만 어차피 정치신인이 주목받으려면 분명한 자기 색깔을 보여야 할 것이다. 지금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들은 최근의 이원종지사 지지도 추이에 주목하며 나름대로 자신감을 키워가고 있다.

한 정당 관계자는 이지사와 다른 예비후보간의 관계에 대해 충북도교육감 보궐선거를 예로 들었다. 그는 “당시후보로 나선 대부분이 김천호 전 교육감을 의식했다. 그의 그늘을 활용해 득표에 도움을 받기위해서다. 그런데 결과는 어떤가. 김천호 전교육감을 팔고 다닌 인사들은 다 떨어졌고, 초지일관 자신의 소신을 부각시킨 후보가 당선되지 않았나. 관건은 바로 이것이다. 도지사후보로 거론되는 인사들이 지금쯤 제대로된 목소리를 내야지 그렇지 않으면 한번 살짝 나타났다가 슬그머니 사라지는 들러리로 끝날 것이다. 이원종지사가 관선 민선을 통틀어 10년이나 해왔기 때문에 어차피 도민들중에선 식상함이나 피로증을 느낄 것이다. 이러한 변화욕구를 충족시켜 경쟁력있는 후보로 부상하려면 분명한 정체성을 갖고 지금쯤 치고 나오는 것도 유리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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