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청주 방문 “행정도시 반대, 낙동강-한강 잇겠다” 주장
경부운하 건설 주장은 행정도시 무산, 대권노림수

데이비드 카퍼필드의 마술쇼처럼 막대한 예산을 들여 청계천을 복원해 서울시민들을 환상의 세계(?)에 빠져들게 했던 이명박 서울시장이 이번에는 ‘낙동강과 한강을 잇는 경부운하를 건설하자’며 유일한 내륙도인 충북에서 또 다른 마술쇼의 예고편을 선보였다.

헌법재판소가 오는 10월27일 행정중심복합도시 특별법에 대한 위헌여부를 최종 판결할 예정인 가운데 이명박 서울시장이 지난 15일 충북 청주를 방문해 “경제적 측면에서 행정도시에 반대한다”며 국토균형발전의 대안으로 ‘경부운하론’을 제기한 것.
이 시장은 이날 제4회 청주국제공예비엔날레 행사 중 ‘서울시의 날’ 기념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청주를 방문한 자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자신의 주장을 펼쳤다.

이 시장은 특히 “행정부서 몇 개가 옮겨와도 지역에 고용이 발생하고 생산을 유발하지 않는다”며 “정치적 측면이 아니라 경제적 측면에서 반대한다”고 강조해 은근히 ‘경제 대통령’의 이미지를 복선으로 깔았다.

내륙도인 충북이 ‘항구도시’ 될까?
이명박 서울시장은 이날 청주국제공항 활성화와 경부운하 건설을 연결시키며 충북의 민심에 접근을 시도했다.
대안에 대한 구체적인 언급을 회피하면서도 경부운하로 인한 내륙지역 발전과 청주국제공항 활성화의 필요성을 역설해 눈길을 끈 것이다.

이 시장은 “낙동강과 한강을 연결하면 충북은 항구도시가 될 것”이라며 “내륙지방인 충북이 중심이 될 수 밖에 없다”고 경부운하의 장점을 설명했다.
이 시장은 또 “인천공항이 단거리와 장거리를 모두 소화한다는 생각은 잘못된 것”이라며 “상해와 동경 노선은 청주공항으로 항로를 배분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쳤다.

이 시장은 이밖에도 “진정한 충청권의 발전과 대한민국의 발전을 위한 대안이 있다”며 “여론조사를 보니 충청권에서도 내 뜻을 알아주는 것 같다”고 덧붙여 서울시장이라기 보다는 대권주자 가운데 한 사람으로서 도를 넘은 대권행보를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도내 시민단체 관계자들도 냉담한 반응을 보였다.
“행정도시 건설이 국토균형발전 차원에서 이뤄지는 것인 만큼 수도권 과밀화 해소가 전제되지 않은 이 시장의 주장은 수도권의 기득권을 유지하려는 기만책일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충북참여자치시민연대 강태재 대표는 이에 대해 “철저하게 대권을 염두에 두고 나온 발상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며 “자연의 섭리를 거스르고 국민을 기만하려는 이명박 서울시장이 대통령에 당선되는 불행한 일이 없기를 진심으로 바란다”고 밝혔다.

월간조선 이미 4월호에서 경부운하 부각
건설비 8조7000억원, 3년이면 공사 끝난다며 청사진
이 시장 1996년 국회 대정부질의에서도 필요성 제기


이명박 서울시장이 경부운하 건설의 필요성을 처음 제기한 것은 1996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5대 국회의원이던 당시 국회 대정부질문에서 “한계에 달한 철도·도로 수송능력으로 서울-부산 간 운송비가 부산-LA 간 해상운송비보다 높다는 사실을 누가 믿겠느냐. 지금도 교통체증으로 연간 13조원이 넘는 경제손실이 발생하고, 매년 2조원씩 늘어나고 있다. 경부운하가 건설되면 물류비용을 3분의 1로 줄일 수 있고, 유지 보수비가 필요치 않다”며 그 필요성을 제기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사실은 월간조선 2005년 4월호에 ‘조령터널 뚫어 한강과 낙동강 연결…건설비는 골재 채취로 충당’이라는 부제 아래 자세하게 소개돼 있다.

월간조선은 또 이 의원(이명박 시장)이 경부운하 건설을 제기하기 1년 전인 1995년 세종대 부설 세종연구원이 ‘신국토 개조전략’이라는 프로젝트를 발표했는데, 서울과 부산을 연결하는 수상고속도로를 만들자는 내용이 프로젝트의 골자라고 소개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에 따르면 충주호에서 월악산을 관통하는 20.5km의 터널을 뚫어 전체 길이 500.5km의 대수로를 만들게 되며, 경부고속도로 물동량의 25%를 운하가 담당할 수 있다. 월간조선은 이같은 청사진 뿐만 아니라 운하건설의 가능성에 대해서 ‘낙관적’이라는 결론을 내려 이 시장을 확실하게 밀어주고(?) 있다. 한국자원연구소의 견해를 빌어 건설비는 8조7000억원, 공사기간은 3년이면 충분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기사 결론부의 소제목은 ‘신이 준 한강에 유람선만 띄울 것인갗로 결국 경부운하 건설도 수도권에 그 지향점이 있음을 분명히하고 있다.

원님 행차 길잡이는 청주출신 김병일 대변인
청주 부시장 톨게이트에서 에스코트 등 영접 조건 제시

이명박 서울시장의 청주행차는 그 영접 절차가 만만치 않았다. 연영석 청주 부시장이 청주 톨게이트까지 나가 이 시장을 에스코트 하는 등 손님맞이가 각별했기 때문이다. 이는 공예비엔날레 개막식에 참석한 이희범 산자부장관을 연중희 재정경제국장이 영접한 것과도 비교되는 것이다.

의전절차는 신호등 통과 등 세세한 부분까지 까다롭게 사전 논의됐는데 이른바 ‘이명박의 입’으로 통하는 김병일(51) 서울시 대변인(청주고 47회), 박장규(70) 용산구청장(청주기계공고 4회) 등 청주 출신들이 청주방문의 길라잡이 역할을 했다.

김 대변인은 연세대 정치외교학과에 재학중이던 1978년 행정고시(22회)에 합격한 뒤 1981년 국무총리실에서 처음 공직생활을 시작했으며, 서울시, 청와대, 정부 산하기관의 파리사무소장 등 요직을 두루 거쳤다.
2002년 7월 이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한 뉴타운 사업본부장을 맡으면서 핵심참모로 부상한 뒤 2004년 8월 대변인으로 전격 발탁됐다.

김 대변인은 지난 2월 이 시장이 “군대라도 동원해서 행정수도를 막고 싶은 심정”이라고 발언한 것과 관련해 여당 부대변인과 직격탄이 오가는 성명전을 벌이는 등 정치적 행보를 걷고 있는 이 시장을 엄호하는데 있어 진가를 발휘해 주목을 받았다.
청주에는 고교 동기인 민병회(치과 원장), 김영수(회계사) 등 지인들이 많이 있으며 동양일보 기자 출신의 김병선 충북체육회 실장이 사촌동생이다.

한편 이날 ‘서울시의 날’ 환영만찬은 이원종 충북지사 등 한나라당 관계자들이 대거 참석한 채 이뤄졌으며, 술자리는 2차로까지 이어져 문화행사가 아닌 대선 예비후보 출정식을 방불케 했다는 후문이다.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