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성의한 프로그램 편성이다” 지적

요즘 지역주민들은 지역 방송 제작 프로그램들을 보고 있노라면 어리둥절하게된다. 기획·제작은 지역 방송사라는 자막이 나오는데 지역성이 전혀 가미되지 않은 내용들이 주를 이루고 있어 지역방송사의 정체성을 의심하기도 한다. 게다가 요즘 들어 이러한 기획·특집방송이 부쩍 늘어났다는 점이다. 이는 법정 외주제작 프로그램 방영 비율이 확대되고 있으나 지역 방송사들이 열악한 재정형편과 제작 환경을 들어 자체 기획한 외주제작 대신 중앙 또는 타 지역에서 의뢰, 제작한 외주 제작물을 구입·방영하는데 그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외주제작 프로그램 편성 비율 확대를 지역 방송에 그대로 적용해야 하는가라는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외주제작 비율은 높고 능력은 안되고
방송위는 지난 7월15일 전체 회의를 열고 법정 의무편성 비율을 위반한 EBS에 대해 과태료 600만원을 부과했다. EBS는 매달 전체 방송의 80% 이상을 국내 제작 프로그램으로, 26%이상은 외주제작물로 편성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월 방영에서 국내제작 프로그램은 각 70.2%, 69.4%, 외주제작 프로그램은 각 18.9%, 16.9%, 25.6%에 불과했기 때문이라는 것이 방송위의 과태료 부과 이유다.
4월부터는 외주제작 비율이 더 높아졌다. 방송위원회는 지난 4월9일 2002년도 외주제작 방송 프로그램 편성 비율을 개정 고시했는데 자회사의 외주제작 프로그램을 납품받는 지상파 방송 사업자는 매월 전체 방송 시간의 33% 이상, 자회사의 외주 제작이 없는 지상파 방송 사업자는 28% 이상을 외주제작 프로그램으로 편성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편성 비율은 지난해 보다 각각 2%포인트 높아진 것이다.
외주제작 프로그램의 편성 비율을 이같이 높이는 것은 다매체 다채널 시대에 지상파 방송사의 독점 체제를 무너뜨려 양질의 프로그램을 만드는 환경을 조성케 하겠다는 취지다. 방송 제작의 전문성을 높여 프로그램의 질적 개선을 확보하자는 것이다. ‘외주제작 활성화’를 앞장서서 외치는 방송위는 2005년까지 외주제작 비율을 40%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방침이다.
그러나 방송위의 외주제작 활성화를 위한 강력한 행정 조치가 방송환경이 열악한 지방 방송에 그대로 적용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인가의 논의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오히려 프로그램의 질을 떨어뜨리는 독이 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열악한 경영상 자체적으로 외주 제작 의뢰를 할 수 없는 지역 방송사들이 외주제작 편성 비율을 맞추기 위해 질이 낮은 싸구려 외주제작 프로그램에 유혹당할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편당 제작비 고작 400만원
이는 프로그램 질이 떨어진 다거나 지역성과는 무관한 것이어서 지역 방송사의 편성 무성의를 지적하는 사람들이 많다.
청주 MBC 관계자는 “방송위가 법정 의무편성비율을 위반한 EBS에 과태료를 물리는 것처럼 외주제작 비율 편성 위반에 점차 강력한 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 상황에서 지역 방송사 자체적으로 외주 제작 의뢰를 할 수 없어 중앙 및 타 방송사 프로그램을 구입해 방영하고 있는 실정이다. 경영상 방송제작 비용이 편당 400만원 밖에 책정되어 있지 않은 처지에서 외주 제작의뢰는 엄두도 못내고 있다. 또한 지역에 방송 프로그램을 제작할 만한 독립 제작사도 없다”고 밝혔다.
청주 CJB의 경우는 이들 외주 제작물을 지역 9개 민방과 공동으로 구입 방영한다. 9분의 1 비용으로 프로그램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역 민방과 공동 제작에 나서기도 한다. 그렇지만 외주 제작물 중 휴먼 다큐물이나 자연 다큐 등이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다만 건강 프로나 영화가 산책과 같은 씨네 프로 등으로 다양화하려는 노력을 보이고 있다.
청주 CJB 편성제작국 관계자는 “CJB는 자체 제작 프로그램이 전체의 25%에 달하고 그 안에 8%정도를 외주제작물로 채우고 있다”며 “생방송 ‘행복한 아침’, 집중토론 일요스페셜, CJB 특강 등 자체 프로그램의 질과 자체 편성 비율을 높이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지역적인 한계로 인해 지역에서 외주 프로그램 제작이 쉽지 않고 소화할 수도 없어 여건을 고려치 않은 외주 제작 비율 확대 편성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방송학계 모 교수는 “외주제작 편성 비율의 확대는 지역방송에 부담이 될 것이다. 서울 중앙 방송의 중계 역할을 떠나 어떻든지 외주 프로그램을 사야 하기 때문이다. 이런점에서 자칫 싸구려 프로그램 구입 방영에 의한 시간 때우기를 담보하는 편법 편성이 될 가능성도 높다.”며 프로그램 제작 프로덕션이 지방에도 분산되어 있지 않은 현실에서 외주 제작 비율의 일괄 적용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밝혔다.
지상파 방송의 독점적인 지위를 제한하여 완성도 높은 프로그램을 만들겠다는 외주제작 비율의 법정 규정의 근본취지는 좋으나 지방 같은 경우 기준을 융통성 있게 적용하여 현실을 반영하는 것이 낫다는 것이다.
시민단체나 시청자들은 국내 방송시장은 진입과 경쟁이 제한되어 있어 지상파 3사가 엄청난 이윤을 얻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프로그램의 질을 높이기 위한 제작비 투자에는 인색하다며 비난도 한다. 학계와 방송계에서 지상파 TV의 지나친 인건비 비중과 비제작 인력의 비대화가 양질의 프로그램 제작을 막고 있다는 비판을 내놓는다.

지역 외주 제작 업체 형편은?
2-3개 업체 명맥만

충북지역에서 실질적으로 영상 외주제작을 할 수 있는 형편은 어느정도일까. 현재 청주지역에는 방송사와 직 간접적으로 관계를 맺으며 일을 하고 있는 업체는 2-3개. 현재 큐미디어가 청주케이블TV의 노래자랑 프로그램을 맡아 제작하고 있는 정도며 나머지는 가끔 광고물 제작 일을 한다.
지역 한 업체는 “방송사 일이 너무 박하다”고 말하면서 요즘에는 그나마도 없는 형편이라고 털어놓는다. 프로그램의 영상 질에 대해서는 예전 아날로그 기술 같으면 장비 차이가 많이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나 요즘 디지털 장비로 대체되면서 큰 차이가 없다고 말한다.
PD, 카메라맨, 편집자, 구성작가, 성우, 리포터 등 종사 인원도 극히 적지만 방송과 프로덕션을 오가며 프리랜서로 활동하는 사람들이 있다.
최근 지역 영상 활동인들은 영상 협회 구성을 위한 모임을 갖는 등 지방 영상문화 발전을 위한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 주목받았다. 이들은 지역 방송사들이 지역 업체에 외주 제작을 하는 것은 지역 방송 제작 발전과 지방 영상 문화 발전에 기여하게 될 것이라며 관심을 가져 줄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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