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렌과 스코트 니어링 부부가 쓴 책 스테디셀러로 자리 잡아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 ‘조화로운 삶’이어 ‘조화로운 삶의 지속’ 출간

충북대 철학과 교수로 이름을 날리다 돌연 전라북도 부안군 변산면 운산리로 들어가 농사를 지으면서 변산공동체학교를 운영하는 윤구병씨가 최근 ‘조화로운 삶의 지속(도서출판 보리)’을 번역했다. 이미 헬렌 니어링과 스코트 니어링의 이야기가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보리)’ ‘조화로운 삶(보리)’ 헬렌 니어링의 소박한 밥상(디자인하우스)’ 등으로 여러 차례 소개돼 이들 부부의 이야기를 다룬 책은 꽤 많은 독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세계의 많은 이들에게 감동
그러나 헬렌과 스코트 니어링의 책은 질리지 않는다. 화려한 수식어도 없고, 그럴 듯하게 포장한 이론 없이 살아가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임에도 언제 읽어도 감동적이다. 번역자 윤구병씨는 “‘아름다운 삶, 사랑 그리고 마무리’와 ‘조화로운 삶’이 그렇듯이 이 책도 꼭 농사를 지으리라 마음먹지 않은 사람에게도 큰 감동을 줄 것으로 믿는다. 이 책에는 그런 큰 울림이 있다. 스코트와 헬렌 니어링의 삶에서, 그 삶의 마무리 단계에서 그윽하게 퍼져 나오는 울림이라고나 할까? 내 욕심으로는 이 책을 읽고 많은 젊은이들이 귀농해서 죽어가는 이 땅을 살려내는 데에 뜻을 모으고 힘을 합했으면 좋겠다”고 서문에서 말했다.
실제 스코트와 헬렌 니어링 부부는 미국의 번화가를 피해 시골로 들어가 땅을 일궈 농사를 짓고 모든 것을 자급자족하며 살았다. 그러면서 거칠고 메마른 땅을 기름진 땅으로 되살려 냈다. 이들의 손이 가면 어디든 먹을 거리와 땔감, 집이 생겼다. 그 만큼 열심히 일했기 때문이다. 생명운동가며 환경운동가, 평화주의자인 스코트는 101세, 헬렌은 91세 세상을 떠났다. 두 부부는 반세기 동안 서로의 빈 곳을 채우며 함께 했고, 땅에 뿌리박고 사는 모습은 세계의 많은 이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땅과 가까이 산 부부
대학교수였던 스코트는 미국의 산업주의 체제와 그 문화의 야만성에 줄기차게 도전하다 대학관계자들과 불화를 겪고 두 번씩이나 학교에서 쫓겨났다. 그러면서 한 때 크리슈나무르티의 연인이었던 헬렌을 만난다. 이들이 만나면서 두 사람의 인생은 달라졌다.
“우리는 ‘내 남편’ 또는 ‘내 아내’ 라는 말이 지나친 구속과 소유를 나타내는 것으로 보았기 때문에 거의 쓰지 않았다. 우리가 같이 한 삶, 그 뒤 결혼으로 이어진 생활은 성질이 서로 비슷한 두 영혼의 결합이었다. 폭넓은 공동 관심사, 비슷한 호기심, 간소하고 검소하며 몸을 쓰는 생활 환경을 좋아하는 것같은 모든 것이 진실한 결혼생활을 이루는 사랑을 낳았다.”
이들의 삶은 ‘도덕경’에 나오는 이런 글과 일맥상통한다. ‘땅과 가까이 살고, 명상을 할 때는 마음 깊숙히 들어가라. 다른 사람과 사귈 때는 온유하고 친절하라. 진실되게 말하고, 정의롭게 다스려라. 일처리에 유능하되 행동으로 옮길 때는 때를 살펴라.’
집필과 강연 등을 손에서 놓지 않은 헬렌과 스코트의 미덕은 인생을 두 부부만이 자족하지 않고 여러 사람들과 나눴다는 것이다. 어느 해는 친구들과 낯선 사람들을 합해 2300명이 방문했다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듯, 세계 각국에서 스스로 문명에서 물러난 생활을 하는 부부를 보러 모여들었다.

90대와 70대 ‘젊은이’가 지은 책
‘조화로운 삶의 지속’이라는 책은 스코트가 죽기 네 해 전, 우리 나이로 97세된 바깥노인과 75세를 넘긴 안노인이 자신들 뒤를 이어 귀농하려는 사람들에게 실용 지식과 마음의 양식을 나눠주겠다는 뜻에서 쓴 책이다. 이미 도시 노인들은 낡은 기계처럼 쓸모없는 천덕꾸러기가 되고도 남았을 나이에.
윤구병씨는 이와 관련해 이렇게 말했다. “농사를 지어본 사람들은 안다. 지식을 많이 쌓는 일과 지혜로와지는 것이 때로는 반비례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을. 우리 말에 ‘철든다’는 말이 있다. ‘철난다’는 말도 있다. 이것은 우연히 생긴 게 아니다. 땀흘려 일하면서 봄, 여름, 가을, 겨울 한철 한철 접어들고, 한철 한철 나다보면 이 철의 변화가 우리 마음속에 새겨져서 그 만큼 지혜로워지는 것을 경험한 사람들이 만들어 낸 말이다.”
그렇다. 헬렌과 니어링이 이 책에서 풀어낸 말들은 잘 익은 과일에서 나오는 것처럼 깊이가 있다. 그들은 가을밭일과 겨울밭일, 갈무리, 거름주기, 연못만들기, 숲에서 얻는 것, 나무하기 등 자연속에서 일하며 살아가는 모든 것을 보여준다.

MBC의 ‘느낌표’에 나와야 베스트셀러가 된다?
출판사, 방송 한 번 타기 위해 경쟁 치열
괭이부리말 아이들, 모랫말 아이들, 아홉살인생이 잘 나가는 이유

MBC의 주간 프로그램인 ‘느낌표’에 등장하는 책들이 소위 베스트셀러로 ‘직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괭이부리말 아이들(창작과 비평사), 봉순이 언니(푸른숲),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웅진닷컴), 무량수전 배흘림 기둥에 기대서서(학고재), 모랫말 아이들(문학동네), 아홉살인생(청년사),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우리교육) 등이 이 프로그램에 소개됐는데 이 책들은 모두 한동안 대형 서점에서 베스트셀러 상위권을 차지한 것들이다.
청주시내 한 서점 관계자는 “느낌표에 나와야 베스트셀러가 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지방 서점가의 경우 대부분 이런 책들이 진열대를 덮고 있고 청소년들도 여기 소개된 책들만 찾는다. 그래서 이 방송에 나왔다 하면 일단 잘 팔릴 것으로 간주돼 출판사들끼리 경쟁이 치열한 것으로 알고 있다. 작고 이름없는 출판사들은 이런 경쟁에 끼지도 못한다”고 말했다.
일단 방송에 나오면 최소한 50만부는 ‘예약’된 거나 마찬가지라는 서점 관계자의 말은 방송의 위력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한 중학교 교사 이 모씨는 이와 관련해 “요즘에는 아이들이 미디어의 영향을 많이 받아 TV를 무조건 따라하는 경향이 있다. 과거에 책은 이런 경향에서 다소 비껴나 있었는데 이제는 책마저 유행을 탄다. 좋은 책과 베스트셀러는 다른 것인데 거대한 방송의 힘으로 동일시 돼가고 있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주관있게 책을 선택하는 방법”이라고 한마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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