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문제로 다투다 대출업체 직원 살해 후 도주…
수사망 좁혀오자 검거 직전 산에서 추락 사망

지난 26일 청주시 상당구 율량동 D아파트에서 일어난 대출업체 직원 살인사건의 용의자 오모(41·청주시 상당구 율량동)씨가 사건 발생 5일만인 30일 오전 옥천의 한 야산에서 숨진채 발견됐다.
오씨는 26일 오후 2시경 자신의 집에서 승용차 할부금 연체문제로 이를 독촉하러온 박모(29·S캐피탈 직원·서울시 강동구)씨와 실랑이를 벌이던 중 자신이 가지고 있던 공기총으로 박씨의 머리를 쏴 살해하고 곧바로 도주해 자취를 감췄다.
8월 26일 오후 5시 30분 청주시 상당구 오씨가 사는 율량동의 D아파트. 학교에서 돌아온 오씨의 아들(15)은 안방에서 시체 한구를 발견, 겁에 질린 채 어머니인 김모(오씨의 처·45)씨가 일하는 식당으로 바로 연락을 했다. 전화를 받은 김씨는 급히 집으로 와 같은 아파트에 사는 친구에게 연락, 결국 친구의 남편에 의해 신고가 이루어 졌다.

도주후 숨진 박씨행세

신고를 받고 출동한 청주동부서 형사계는 박씨의 지갑등 소지품이 사라져 신원확인이 어려웠으나 결국 조사를 통해 숨진 박씨가 모 대출업체 직원이라는 사실이 밝혀냈다. 이어 경찰은 박씨를 통해 승용차를 할부로 샀던 집 주인 오씨를 유력한 용의자로 보고 신원확보에 나섰다.
공기총에 의해 박씨가 살해되었다고 판단한 경찰은 가족 조사에서 오씨의 아들로 부터 ‘아빠가 평소 공기총을 갖고 다녔다’는 말을 전해듣고, 현장조사를 거쳐 장농뒤에 숨겨두었던 공기총 1정을 찾아냈다. 그리고 그 공기총이 오씨의 것임을 가족을 통해 확인한 경찰은 범행 직후 오씨가 공기총을 숨겨논 것으로 판단했다.
도주를 결심한 오씨는 자금이 필요했다. 박씨의 지갑을 가지고 도주한 오씨는 박씨의 행세를 했다. 사채업자에게 전화를 걸어 ‘나 캐피탈 직원 박00인데 우리 선배 오00가 경매로 집이 넘어가게 생겼다. 800만원이 급히 필요하다’고 해 먼저 600만원을 폰뱅킹을 통해 자기의 계좌로 입금케 했고,‘차용증’등 서류 문제로 나머지 금액을 만나서 받기로 했다. 그러나 만나기로 한 장소에 오씨가 나오지 않자 이를 의심한 사채업자는 폰뱅킹을 급히 취소했고 오씨는 이로 인해 600만원중 60만원의 돈밖에 찾지 못했다. 도피자금 확보에 실패한 것이다.

숨겨논 애인을 찾아라

오씨는 96년 前부인과 이혼한 후 김씨와 재혼했다. 특정 직업이 없었던 오씨는 포장마차를 시작했지만 여유치 않자 이를 그만두었고 부인김씨가 식당일을 해 버는 돈으로 생활을 유지해 왔다. 처에 대한 의처증이 심했던 오씨는 그러나 자신은 정작 바람을 피웠다. 주위에서는 담배값까지 처에게 타쓰는 처지에 애인까지 있으리 라고는 상상조차 할 수 없었지만 3년전 부터 알고 지냈다는 원모(42·청주시 봉명동)씨를 경찰이 찾아내 추적하기 시작한 것이다.
경찰은 맨처음 오씨의 연고지 수사에 착수했다. 8남매 중 7째인 오씨. 형제들은 대부분 서울에 살고 있었고 3째 누나가 청주에 살고 있었다. 오씨는 도주 후에 누나와 친구에게 에게 전화를 해 ‘사람을 죽였다’ ‘자살하겠다’라는 전화를 했다. 그러나 누나와의 전화등에서 발신지 추적에 실패한 경찰은 본격적인 주변 탐문수사에 나섰다.
오씨가 자주 다녔다는 음식점을 통해 오씨의 애인 원씨를 확인한 경찰은 추적끝에 원씨를 찾아냈고, 원씨로부터 ‘박씨를 살해한 날 밤에 원씨와 함께 술을 마신것’ 과 ‘오씨와 오씨의 후배가 원씨와 원씨의 친구등과 자주 어울렸다’는 진술을 확보했다. 원씨는 “그러나 사건이 있던날 밤 만난 오씨는 박씨의 살해사실을 철저히 숨겼다”고 말했다.
주변에 숨을 곳이 마땅치 않았던 오씨가 후배나 후배 애인을 통해 은신처를 마련했을 것이라 판단한 경찰은 29일 원씨로 부터 주변인물에 대해 파악한 후 후배애인(원씨의 친구)이 종업원으로 일하는 옥천군 북국면에 있는 K파크에 잠복하게 된다.
29일 오후 4시 30분경 드디어 오씨가 이 여관에 모습을 나타냈다. 그러나 경찰이 잠복해 있다는 것을 직감한 오씨는 인근 야산으로 도주하기 시작했다. 경찰은 오씨를 쫓기 시작했고, 인근야산 수색에 나섰다. 오씨는 다음날인 30일 오전 7시경 옥천군 군서면 소정리 야산에서 시체로 발견됐다. 오씨의 시체 옆에는 오씨가 마신것으로 추정되는 소주 2병이 함께 있었다. 경찰은 오씨가 다리등에 골절상을 입은 점으로 미뤄 경찰이 포위망을 좁혀오자 술에취해 도망가다 발을 헛딪여 추락, 사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박씨 유족 ‘공범자 있을것’의문

경찰조사결과 버스운전을 하던 오씨는 일이 성격에 맞지 않자 포장마차를 하기위해 지난해 1톤 화물트럭을 구입해 지난해 4월부터 포장마차를 운영했다. 그러나 생각대로 장사가 잘 되지 않자 그 일을 접었다.
직업이 없이 집에서 쉬고있던 오씨는 중고로 트럭을 구입한 할부금을 값을 길이 없어 200여만원의 연체를 한 상태로 알려졌다. 대출업체 직원의 독촉이 이어졌고, 박씨가 오씨의 아파트를 찾아온 26일 말다툼 끝에 자신의 공기총을 이용, 박씨의 머리에 2발을 쏴 살해한 것으로 경찰은 파악하고 있다.
박씨의 유족들은 “생떼같은 자식을 돈 몇푼 때문에 잃었다”고 오열을 토했다. 박씨의 부모는 “우리 아들이 젊고 태권도 등 운동까지 했는데 체구가 작은 오씨가 어떻게 혼자서 살해할 수 있었겠나”며 의문을 던졌다. 경찰은 이에대해 “공범에 대한 아무 흔적이나 단서도 찾을 수 없다”며 “‘사건이 우발적으로 일어난점’과 ‘총기를 사용한 점’ 등으 로 미루어 충분히 단독 범행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이번 사건을 담당한 동부서 형사계 신반장(35)은 “돈 200만원에 의해 사람이 둘씩이나 죽어 참으로 어이가 없고 비참하다”며 “어떤 사건이든 돈의 액수나 사안의 경중을 떠나 서로간의 다툼이 커지면 예기치 못한 사건이 발생하기도 한다. 최근 폭력사건이나 흉기사건 등에서 이런 우발적 범죄가 늘고있다. 직장과 사회의 스트레스 등에 시달리다보니 갈수록 인내심이 없어지는것 같다”고 우려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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