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황에서 기찻길로 약700㎞서쪽으로 가면 중국에서 가장 낮은 오아시스도시 투르판이 나타난다. 투르판이란 위구르어로 저지대, 분지란 뜻이니 그 지형을 잘 설명해 주는 지명인 셈이다. 50℃에 육박하는 한여름 더위와 연강수량 십수밀리에도 불구하고 천산의 눈녹은 물이 투르판을 사막 속의 오아시스로 바꿔놓고 있다.

교하고성과 고창고성
투르판지역은 한나라와 흉노가 서역지방의 세력판도를 놓고 각축을 벌이던 당시 중요한 전략요충이었다. 투르판주변에 유적이 남아있는 교하(交河)고성과 고창(高昌)고성은 그 틈바구니에서 명멸했던 실크로드상의 소규모 서역국가들이 남긴 흔적이다. BC2C에서 14C에 걸쳐 존속한 교하고성은 두갈래 물이 합수하는 교차지점에 조성된 높이 30m가량의 둔덕위에 구축되어 있다. 성에 들어서면 남북을 관통하는 350m의 도로가 나 있고 길을 따라 주거지, 관청지구, 불교사원 터 순서로 조성되어 있다. 흥미로운 것은 사원을 제외하고는 모두 땅을 파고 들어가 지하에 건축해 놓았다는 점이다.
투르판시가지 동남쪽 46㎞지점에 위치한 고창고성은 흙벽돌로 쌓은 외성, 내성, 궁성의 3층 구조로 되어있는 성곽도시다. 궁성 주위에는 여러개의 사원이 자리잡고 있었다. 지금도 남아있는 15m나 되는 흙탑의 감실 속에는 부조상과 벽화가 일부 남아 있다. 7C 당나라때 삼장법사(현장)가 불경을 구하기 위해 인도로 가던 도중 고창국왕의 간청으로 1개월가량 머물면서 국왕과 승려들에게 불경을 강의한 곳이 바로 여기였다. 10여미터가 되는 고창의 성벽 위에 올라 주위 사방을 둘러보면 황량하게 펼쳐진 사막 위에 의연히 버티고 선 서유기의 무대 화염산이 한눈에 들어온다. 행여 비라도 내려 화염산의 먼지가 씻길 양이면 붉은 빛을 머금은 암석이 태양빛을 받아 말그대로 화염을 내뿜는 듯하다고 한다. 작열하는 태양아래 폐허화된 고성안 여기저기서 흙먼지를 뒤집어 쓴 채 자그만 빨간 꽃을 피운 낙타풀. 그 풀 만이 이곳이 불모의 땅이 아님을 온몸으로 이야기하고 있었다.

지하수로 카레즈
투르판의 지하수로인 카레즈는 만리장성, 북경, 항주 사이의 운하인 경항운하와 함께 고대 중국의 3대 토목공사로 꼽히는 유적이다. 8월부터 이듬해 5월까지 내린 천산의 눈이 녹아 지하로 스며들어 고인물을 이용하기 위해 지상에서 20∼30m 간격으로 수직굴을 뚫고 들어가 지하에 관개수로를 내는 것인데 그 물 갈래가 1000여개 총수로길이는 만리장성 길이에 육박한다. 카레즈란 말은 페르시아어로 지하수라는 뜻이다. 이는 지하수로 개발방식이 서쪽에서 전래되었음을 의미한다. 오늘날에도 이란의 사막지대에는 지하수로를 집안까지 끌여들인 카나트라는 과거 유적이 여전히 이용되고 있는 실정이다. 카레즈의 물맛은 그다지 청량하지는 않았지만 그런대로 먹을 만했다. 옛날 이 지역의 지주들은 재산이 모이면 카레즈를 파서 물사용권을 독점하기도 했다한다. 포도넝쿨 시렁으로 가로를 덮은 투르판의 길을 걸으며 중국땅 가운데 가장 덥고 가장 낮은 이 투르판이 수백년에 걸쳐 카레즈를 개발하여 신이 인간에게 준 가장 맛있는 음식인 과일의 도시가 된 아이러니를 혼자 되새겨 보았다. 포도로 특히 유명한 투르판의 푸른 보석 청포도는 익으면 투명한 녹색을 띠고 껍질이 얇고 당도가 높아 고래로 유명한 이 지역의 특산물이었다.

천산과 천지의 도시 우르무치
투르판에서 150㎞서쪽에 위치한 신강위구르자치구의 수도 우르무치는 천산북쪽 기슭에서 발달한 오아시스도시다. 신강지역은 중국영토의 1/6을 차지하는 광대한 지역이다. 전통적으로 중국은 외부세계에 대해 스스로 ‘땅이 크고 물산이 풍부하다’고 큰 소리쳐왔지만 사실 넓은 땅과 풍부한 물산은 과거 이민족이었던 소수민족거주지와 관련되어 있다. 신강(새영토)도한족에게나 신강이지 그 땅에 살아왔던 위구르인들에게는 정든 고토일 따름이다.
광대한 목초지란 뜻의 우르무치는 투르판보다 서쪽에 위치하면서도 표고가 높아 여름기온이 투르판보다는 10℃이상 차가 나고 시차가 2시간이나 나는 북경보다도 2-3℃낮다. 오아시스도시 우르무치를 벗어나 사막지대를 거쳐 동북쪽 100여㎞지점에 시원한 계곡물이 흐르는 천지 입구가 있다. 케이블카를 타고 전나무숲이 울창한 천산중턱에 내려 20여분을 오르면 한여름에도 긴옷이 필요한 해발1950m의 천지가 눈앞에 펼쳐진다. 뙤약볕이 작열하는 사막을 거쳐 만년설이 쌓인 천산과 그 눈이 녹아 에머랄드보다 짙은 푸른 물빛을 담은 천지, 그 위를 지나는 유람선상에 흩어지는 운무. 이 기묘한 조화는 천지관광이 아니고서는 맛볼수 없는 흥분되는 경험이다.
우르무치남쪽 70㎞지점에 있는 천산산록의 남산목장은 카자흐족의 넓디넓은 초원에서 말을 탈 수 있는 곳이다. 카자흐마부가 동승하기 때문에 누구나 겁없이 말을 탈 수 있다.
시내 북쪽에 위치한 신강박물관은 인근 실크로드지역에서 출토된 특이한 유물3만여점을 소장한 곳이다. 한대부터 당대에 걸친 각종 견직물과 미이라가 눈을 사로잡는다. 이 지역은 매우 건조하여 사막에 묻은 시체가 부패하기 전에 건조되어 버리기 때문에 저절로 미이라가 만들어진 것이다. 어린아이부터 처녀, 노인, 장군에 이르는 다양한 사람의 미이라가 머리칼, 손톱, 살갗은 물론이고 입었던 옷까지 생생히 남아 보는 순간 신기함과 오싹함이 함께 엄습했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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