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한국축구는 때아닌 ‘터키축구’ 열풍에 휩싸여 있다. 마치 프로축구를 대표하는 명망있는 선수들 모두가 빅리그 진출을 위한 중간기지로 터키 쉬페르리그(Super-League)를 생각하고 있다고 여겨질 정도다.
부천SK의 ‘테크니션’ 이을용의 트라브존스포르 이적으로 불붙기 시작한 터키열풍은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토록 고대하던 잉글랜드 취업허가서를 받지 못해 연내 유럽리그 진출이 모두 무산된 안정환도 한때 터키리그 진출을 꾀한 바 있고, ‘황새’ 황선홍도 역시 트라브존스포르 이적을 추진했다. 물론 에이전트의 과욕과 계약기간의 차이로 인해 결렬되고 말았지만.
또 전남의 ‘진공청소기’ 김남일도 터키 알타이 진출을 꾀했다가 이회택 감독을 비롯한 구단의 반대에 부딪혀 무산됐다. 최근에는 안양의 이영표와 수원의 조현도 큰 무대로 나가기 위해 터키진출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밝힌 상황.
그 뿐인가. 이을용을 통해 터키축구와 인연을 맺은 부천은 기존 최윤겸 감독을 내치고 터키 청소년대표팀 및 올림픽대표팀, 명문클럽 페네르바체 등에서 감독직을 수행했던 트리판 감독과 1년4개월간 32만달러에 계약했다. 감독을 교체하면서 부천은 피지컬 트레이너까지 함께 영입하겠다는 의사를 밝혀 터키바람은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사실 부천이 이을용을 진출시키고, 트리판 감독을 영입한 것은 마케팅 차원에서 이뤄진 일이라고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믿고 있다. 하지만 다른팀의 선수까지 갑작스레 터키열풍에 휩싸인 것은 도무지 알 수 없다는 표정이다. 여러 가지 추측과 낭설들만 무성할 뿐 확실히 알려진 것은 아무 것도 없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지금과 같은 무조건적인 터키진출이 꼭 좋은 현상만은 아니라는 점이다. 더 큰 무대로 나가기 위해 선택한다는 터키지만 아직 서구권 리그에 비해 실력이 부족해 '자신을 어필할 기회' 즉 챔피온스리그, UEFA컵 등에서 뛰게될 가능성이 적다.
두 대회를 합쳐서 많아야 4∼5팀만이 본선진출의 행운을 누릴 수 있어 스카우터들의 눈에 들기 힘들고, 그나마 갈라타사라이, 베식타스, 페네르바체 등 몇몇 클럽을 제외하면 예선통과 조차 장담하기 어렵다.
물론 터키리그에서 배울 점도 많다. 흑해부근 동유럽에 치우친 감이 없진 않지만 꼭 컵 대항전이 아니더라도 선수들은 프레리그, 전지훈련을 통해 다른 유럽팀들과 자주 교류하게 되어 알게 모르게 실력을 향상시킬 수 있다.
또한 구단차원에서 바라본다면 선진축구 시스템을 접할 수 있어 유소년 클럽보유부터 구단 마케팅, 전술적인 면 등 여러 가지를 얻게 된다. 리그 자체도 상당한 배움의 기회를 제공한다. 1, 2부 리그 승격과 강등제를 실시하는 등 세리에A, 프리메라리가 등 여느 프로리그와 다름없는 철저한 리그 운영을 자랑한다.
이처럼 명암이 공존하고 있는 터키 프로리그. 모쪼록 본받을 점을 철저히 벤치마킹해 우리 것으로 만드는 지혜가 필요할 때다. 그래도 우리보다 선진축구에 근접해 있는 것은 사실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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