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천서는 지역구 고민
김진선·김기영은 정치재개 촉각

중앙정치권의 신당논란은 지역정가를 여전히 긴장시키고 있다. 또한 지방의 어떤 움직임도 곧 중앙의 변수와 맞물려 그 추이에 대한 예측이 결코 쉽지 않다. 이 때문에 현재 진행중인 신당논란은 그 결과에 따라 지방 정계에도 엄청난 후폭풍을 일으킬 조짐이 크다. 지금의 지방정가를 한마디로 표현한다면 말 그대로 폭풍전야다. 최근 가장 많은 얘깃거리를 제공하는 것도 단연 도내 국회의원들과 지구당위원장들의 향후 행보다. 신당문제가 어떻게 풀리느냐는 곧 이들의 집단 이동, 그리고 이로 인한 지역정계 개편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요즘 특별히 관심을 끄는 사안이 세 가지 있다. 구천서 전의원, 그리고 국회의원 선거에 출마했다가 실패한 김진선 김기영씨와 관련된 것이다. / 편집자

흥덕구가 눈에 밟힌다
“한 번 버림받은 상당은
아무래도 부담?”
─구천서씨

구천서 전의원이 지역구를 바꿀 것이라는 소문이 새록새록 커지고 있다. 현 지역구인 청주 상당보다는 흥덕이 득표에 유리할 것이라는 주변 여론이 빌미가 됐다. 자민련 원내총무를 지내며 정치적 입지를 확실히 다졌던 그는 14, 15대를 거친 3선의원으로서의 기대치를 한껏 촉발시켰지만 유권자들은 그를 외면했다. 그러나 2년의 공백기에도 불구, 지난 6월 지방선거에 출마해 이원종지사와 한판 승부를 겨룸으로써 나름대로는 소기(?)의 목적을 이뤘다. 당시 출마는 자민련의 전략적 차원에서 뜻하지 않게 이루어진 것인데도 불과 한달여의 활동만으로 33.48%의 득표율을 기록하는 저력을 보였다.
그러나 2년 후 17대 총선을 대비하는 구 전의원에게 요즘 고민이 하나 생겼다. 원래 청주의 중심지로서 상대적으로 보수성이 강한 상당구의 지역정서가 마음에 걸리는 것이다. 지난 16대 총선 때 신상문제로 곤혹을 치르던 자신에게 냉정한 심판을 내린 유권자들의 2년 후 표심이 여전히 조바심으로 다가 오고 있다. 한 측근은 “절대적으로 불리한 여건인 6월 지방선거에서 예상외의 선전을 거둔 이후 그의 주가가 많이 올라간 것은 사실이다. 지방선거 출마는 그동안 자신에게 붙어 다니던 일부 부정적인 이미지를 일거에 불식시키는 결정적 계기도 됐다. 그러나 청주 상당구의 표심은 속단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역대 총선에서 연임을 쉽게 허용하지 않았다. 만약 이런 정서가 이 곳에서 한 번 실패한 구 전의원에게 적용된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경우도 없겠지만 반면에 기성 정치인에게 냉정한 이 지역 민심의 또 한가지 특징이 마음에 걸린다”고 밝혔다. 사실 상당구는 총선 때마다 신진 세력들의 두각이 이목을 끌었는데 김진영(14대) 구천서(15대) 홍재형씨(16대) 등이 대표적 사례다. 이를 두고 주변에선 “상당엔 상당한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다”는 농담까지 건네질 정도다.
구 전의원측은 지역구를 옮기는 문제를 놓고 몇몇 지인들의 의견을 물은 것으로 알려졌다. 6월 지방선거 때 그를 도운 지역의 한 인사는 “(구 전의원이) 지역구를 옮겨야 한다는 여론이 일부 나타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나는 결사 반대다. 물론 흥덕구로 옮기면 유리한 점도 있겠지만 그만큼 정치적 신의는 깎이게 된다. 두 가지 다 부담이 된다면 차라리 소신을 지키는 게 장기적 안목에선 훨씬 유리하다”는 입장이다. 이런 논란에 대해 구 전의원의 핵심 측근은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사람들이 생각하기에 흥덕구로 옮기는 것이 구도상으로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에 빚어지는 억측이라고 이해한다. 당장 17대 총선에선 현역인 홍재형의원(민주)과 싸워야 하지 않느냐. 그러나 지금은 이런 문제에 대해 가타부타 얘기할 단계가 아니다. 중앙의 신당문제가 마무리되고 또 자민련의 향후 진로가 확정돼야 검토가 가능할 것이다. 정치엔 항상 변수가 따른다.” 일각에선 구 전의원의 최근 움직임은 지난 6월 지방선거 때 자신을 도운 홍재형의원과의 약속, 이른바 17대 총선 출마시 결코 서로 다투지 않는다는 합의에 따른 것이라는 의문을 제기하지만 확인되지 않았다.
흥미있는 것은 구 전의원의 흥덕구 이동설에 대해 긍정적 시각의 사람들도 많다는 사실이다. 외지로부터의 유입인구가 상대적으로 많은 흥덕은 개방, 외형적인 성향이 강한데다 구 전의원이 공을 들인 원래의 지역구가 이곳 흥덕이라는 점이 작용했기 때문이다. 14대 전국구 의원을 지낼 때 그는 흥덕을 끊임없이 관리해 오며 15대 지역구 출마를 노렸지만 정치 선배인 오용운 전의원에게 양보하게 된 것이다. 이 때 상당구로 옮겼지만 그의 정치생활 뿌리는 흥덕이라는 관점을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공유하고 있다. 공교롭게 6월 지방선거의 득표율도 현 지역구인 상당보다 흥덕에서 높게 나왔다. 상당의 득표율이 29. 12%인 반면 흥덕에선 30. 13%로 나타났다. 비록 간발의 차이지만 우리나라 정치의 불문율인 소위 ‘안방불패’를 무색케 한 것이다. 한 정치전문가는 “구천서씨는 이미 충북을 대표할만한 정치인이기 때문에 똑 같은 청주권에서 지역구를 옮기는 것은 별 의미가 없을 수도 있다. 그러나 17대 총선에서 반드시 승부를 걸어야 할 그의 입장은 사실 여유만만한 게 아니다. 세세한 여건까지도 신경쓰일 수 밖에 없다. 만약 그가 흥덕구로 옮기겠다면 그 시기를 잘 타야 정치적 부담이 덜할 것이다. 어차피 신당문제가 가닥잡히면 지방에서도 정치인들의 대대적인 이동이 필히 따르게 된다. 그 때가 자연스럽게 옮길 수 있는 가장 적기일 수도 있다. 그러나 상당구에 남건, 혹은 흥덕으로 옮기건 둘다 정치적 부담을 주는 현실에선 결국 명분과 실익, 그리고 실익과 손실 사이의 함수관계를 좀더 정확히 따져 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사정권 안에서 주목받아
정계복귀설 ‘솔솔’
본인은 “나와 무관”
─김진선씨
4성 장군 출신 김진선씨를 기억하는 사람들은 우선 이 말을 머리에 떠올린다. ‘미완의 정치인’. 실제로 그는 한 때 가능성이 농후한(?) 정치인이었지만 자신의 의지를 제대로 펴보지도 못한 채 중도 하차하는 바람에 주변의 아쉬움을 샀다. 16대 총선에 민주당 간판으로 출마(진천 괴산 음성)했다가 좌절된 후 지난 2년간 거의 정치와는 거리가 먼 생활로 일관했다. 자신의 월남참전 경험에 근거한 자전적 에세이를 국내와 베트남에서 출간했고 현재 한-베트남 친선우호협회 고문으로 활동하는 것 외에는 특별히 감지되는 것이 없다. 지난번 서해교전 때는 정부의 대응방식을 비판하며 아예 당을 떠났다. 그러나 최근 그의 정계 복귀설이 당 주변을 중심으로 솔솔 불거지고 있다.
얘기는 대략 이렇다. 현재 선거법위반으로 실형을 받고 구속수감중인 한나라당 이건용 음성군수의 기사회생이 사실상 어려워짐에 따라 현 한나라당 음성 진천 괴산 조직책인 이원배씨가 군수 재선거 출마로 선회할 경우 김진선씨가 그 후임으로 선임될 공산이 크다는 것이다. 물론 이는 음성의 지역사정과 맞물린 갖가지 억측중의 한가지에 불과하지만 결코 근거없는 얘기만도 아니다. 한나라당 입장에선 언제든지 꺼낼 수 있는 카드인 셈이다. “이원배씨가 현 조직책이기 때문에 그러한 구도는 가장 자연스러운 가설일 것”이라는 당 관계자의 말도 이를 뒷받침한다. 그러나 정작 김진선씨 본인은 이에 대해 뜨악한 표정이다. 그는 “나는 처음듣는 얘기이고 머릿속에 그런 아이디어를 가져 본 적이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당(한나라)이나 관계자들이 그런식으로 구상하면 유리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 얘기를 흘리는지는 모르지만 나와는 전혀 무관하다”고 밝혔다.
그러나 그의 정계복귀 여부는 본인보다는 주변에서 더 촉각을 세운다는 점에서 항상 사정권의 관심사로 부상하곤 한다. 그가 정치에 환멸을 느꼈지만 그렇다고 아예 정치의 뜻마저 접지는 않았다는 게 주변의 분석이다. 실제로 김진선씨는 기자와의 전화 통화에서 “형이하학적인 정치와 선거문화에 질린 것은 사실이지만 기회가 된다면 국가와 지역을 위해 얼마든지 일할 수 있고 또 누구보다도 잘 할 수 있다”는 말로 자신의 속내를 일부 내비치기도 했다. 그의 정계 복귀 가능성에 대해 지역구도로 점치는 여론 또한 관심을 끈다. 현역인 자민련 김종호 정우택의원이 각각 괴산과 진천을 연고로 하는 반면 김진선씨는 괴산과 음성에 두루 연관됨으로써 기본적으로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괴산에서 초 중 고를 나온 그가 원래 태어난 곳은 음성 소이다. 자리 이동이 잦은 경찰공무원인 부친을 따라 음성 대소초등학교에서 1학년을 다녔는가 하면 음성읍과 무극 삼성 등에서도 거주한 인연을 갖고 있다. 그는 스스로 “괴산 단일 선거구였다면 자신있었는데 음성 진천과 묶이는 바람에 실패했다”고 말할 정도로 공천을 받기까지 괴산에만 심혈을 기울였다. 때문에 17대 총선에 대비, 충분한 시간을 갖고 움직인다면 경쟁력 확보는 시간 문제라는 시각이 많고, 이를 근거로 한나라당행과 조직책 선임설이 불거지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본인은 “지금은 모든 것을 탁 털어 놓은 상태이기 때문에 내 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생각해 본적이 없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그가 복귀할 경우 한나라당 보다는 정몽준과 손잡을 것이라고 관측한다. 만약 정몽준 신당이 구체화되고 사람끌어 모으기가 본격화되면 4성 장군 출신인 그의 위상은 그야말로 ‘금값’으로 뛸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신당이 성공하려면 분야별 확실한 인맥을 구축해야 한다. 모르긴 몰라도 확실한 군맥(軍脈)인 그는 이미 정몽준 신당의 타겟이 되었을 것이다”는 한 관계자의 말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심상찮은 제의가 부담
후견 정치인들 잦은 호출
당사자는 “곤혹스럽다”
─김기영씨

두번의 국회의원 선거에서 고배를 마신 김기영씨도 요즘 예사롭지 않은 여론에 휩싸였다. 15, 16대 총선의 상실감을 떨쳐버리기 위해 사업(주유소 경영)에 전념하는 그에게 여러 채널의 러브콜이 가해지는 것이다. 민주당 중앙당과 정몽준측으로부터 모종의 제의가 왔다는 최근의 소문에 대해 그는 “살다보면 사람만나는 게 다반사이지 않느냐”는 말로 부인하지 않았다. 그는 이미 2년전 정치무대에서 떠난 입장이지만 한 때 인연을 맺었던 거물 정치인과의 관계는 여전히 유지하고 있다. 대표적 인물이 민주당의 김원기 김근태 정대철 김상현 등이다. 정대철 최고위원은 주유소 개업식에까지 직접 참석할 정도로 그에게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다. 지난 8. 8 재보선을 통해 후농 김상현이 화려하게 국회에 복귀할 때도 알만한 사람들은 김기영씨를 주목했다. 후농 역시 그의 정치적 후견인이기 때문이다. 김원기 당 상임고문이 노무현의 캠프에 관여하는 것도 김기영의 향후 행보와 관련, 신경쓰이는(?) 부분이다.
지난 6월 지방선거 때 그는 여러 후보자들로부터 도움을 요청받을 정도로 여전히 지역(청원)에서 발언권을 행사하고 있다. 중앙당 관계자는 “16대 총선이 끝난 후 몇번 복귀 의사를 물었지만 공천탈락의 화가 안 풀렸는지 반응이 냉랭했다. 그러나 당의 입장에선 그가 항상 관리대상임엔 틀림없다”고 말해 저간의 분위기를 암시했다. 정치복귀를 묻는 질문에 김기영씨는 “솔직히 말해 정치를 완전히 떠났다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그렇지만 한번 당한 처지이기 때문에 쉽게 판단할 문제가 아니다”라는 말로 자신의 입장을 대변했다. 본인도 그렇지만 주변의 만류가 만만치 않다. 한 지인은 “아직 젊기 때문에 앞으로도 얼마든지 기회가 있다. 그러나 쉽게 행동할 경우 얻는 것보다 잃는 것이 많을 것이다. 확실한 계기가 마련되고 또 경제적으로도 쫓기지 않을 때 정계복귀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다”며 신중론을 제기했다.
김기영씨의 정치재개 가능성은 두번의 총선출마경험 때문에도 항상 도마위에 올려진다. 이는 선거운동 한달여만에 자치단체장을 거머쥔 오효진 청원군수의 사례가 부채질 하는 측면도 크다. 두 사람은 15, 16대 총선에 똑같이 출마해 고배를 마신 공통점을 갖고 있다. 지방선거에 출마한 오군수의 결정적 승인이 두 번의 출마와 두 번의 실패에 따른 인지도 및 동정표였음을 감안할 때 김기영씨 역시 이에 뒤질게 없다는 판단이 가능하다. 한 관계자는 “어쨌든 상품은 확실하다. 그러나 이를 내 놓을 시기가 문제다. 시운이 따라야 하는데 아직은 그 분위기가 아닌 것같다. 때를 더 기다려야 한다”면서 그의 정계복귀를 지속가능한 상수(常數)로 인정하는 태도였다.
현재로선 김기영씨의 컴백 역시 향후 신당출현과 정치권의 헤쳐모여가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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