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력의 우성과 외모의 우성끼리 근친교배?

최근 대한민국 국민들에겐 가장 흥미로운 퍼즐이 제공됐다. 정치인과 여성 연예인의 섹스 스캔들 의혹이 그것이다. 퍼즐을 풀 수 있는 힌트는 흘러 넘쳐서 걱정이다. 정치권에선 여당 최고 실세들이 관련돼 있다는 주장 등이 터져 나왔다. 그런가 하면 연예계에선 K양, P양 등 영문 이니셜이 난무하고 있다. 하지만 이 퍼즐을 완벽하게 풀 수 있는 사람은 없다. 왜냐하면 애초부터 이 퍼즐은 정답이 없도록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정치인과 연예인의 섹스스캔들은 아주 오래 전부터 이런 관행 속에 묻혀져 왔다. 그렇다면 왜 하필 정치인과 연예인일까.

정치인과 연예인의 맞교환
현실적 권력과 성의 권력

정치인과 연예인은 겉으로 보기엔 별다른 상관관계가 없다. 하지만 직업적인 속성은 놀랍게도 흡사하다. 대중을 지지기반으로 한다는 점, 텔레비전과 신문 등 미디어를 활용한다는 점, 일반인과는 동떨어진 세계에서 활동한다는 점 등이 대표적이다. 이 같은 공통점은 암암리에 친근한 동업자의식을 공유하게 만든다. 따라서 정치인과 연예인은 쉽게 친밀해지게 마련이다.
특히 남성 정치인과 여성 연예인의 만남엔 좀더 미묘한 측면이 있다. 즉 서로가 피할 수 없는 ‘성의 문제’와 맞닿는 것이다. 그리고 이 성은 보통 권력에 의해 민감한 지배를 받는다. 프랑스의 철학자 미셀 푸코는 “사회적으로 긍정, 부정되는 성은 계급, 인종, 성별, 종교 등에 따라서 위계가 결정되는데 결국 성은 숱한 지배와 예속의 구조 안에 놓이게 되는, 변화의 대상이자 주체이기도 한 지속적인 과정”이라고 규정했다.
이를 통해 보면 정치인의 성은 이미 연예인의 성 위에 존재하고 있다. 여성 연예인이 성 상납을 했든 서로가 좋아서 성행위를 했든 의혹을 받을 수밖에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왜냐하면 정치인과 여성 연예인은 각자의 권력을 효율적으로 맞바꿀 수 있기 때문이다. 정치인에게 ‘현실적인 권력’이 있다면 여성 연예인에겐 ‘성의 권력’이 있는 셈이다.
한국 정치사에는 유독 연예인 섹스스캔들이 많았다. 항시 당대 최고의 권력자들은 당대 최고의 여배우들과 묘한 소문을 뿌리곤 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정통성 없는 권력, 부패한 권력이었다는 점과 무관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급격한 신분 상승효과를 가진 남성들은 왕성한 성적욕구에 집착한다. 하지만 이 성적욕구의 실체는 정복욕구에 가깝다. 즉 자신의 달라진 성의 위상을 그에 걸맞은 여성을 통해 확인해 보고 싶은 것이다.
정치인의 이런 성적욕구를 채워줄 대상으로 여성 연예인만큼 안성맞춤의 존재는 없다. 여성 연예인은 우선 공인된 미모를 소유하고 있다. 또한 일반인과는 다른 특수한 계층이란 점도 매력적일 수밖에 없다.
그럼 여성 연예인은 왜 정치인과 관계를 갖는 것일까. 원론적으로 본다면 강력한 힘으로부터 보호받고 싶은 본능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적으론 정치인과의 관계에서 확대되는 자신의 권력에 더 관심이 있기 때문이다. 또한 여성 연예인 역시 정치인의 정복욕구와 비슷한 성취감을 느낄 수도 있다.
정치인과 여성연예인은 소위 이 사회를 대표하는 주류계층이다. 간단하게 종합하면 잘난 남녀의 잘못된 만남이 바로 정치인과 여성연예인의 섹스스캔들이다. 권력의 우성과 외모의 우성끼리 끊임없이 근친교배를 해대는 꼴이 유쾌할 수만은 없다. 이들의 섹스스캔들에서 대중이 부러움과 동시에 박탈감을 느끼는 가장 큰 이유다.
급격한 사회변화 속에서도 권력과 여성 관계의 본질은 전혀 달라지지 않았다. 영웅호걸에 절세미인은 당연한 것처럼 여겨져 온 것이다. 권력을 가진 남성이 여성을 취했든 여성이 권력을 쫓았든 결과는 같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권력과 가까웠던 여성들은 모두 연예인이 아니었다고 하더라도 연예인의 속성을 지녔다고 할 수 있다. 이토 히로부미의 양녀이자 애첩이었던 배정자나 3공 정치인들과 연루됐다 의문사한 정인숙이 대표적인 인물이다.

연예산업의 대형화에 따라
정-연유착의 가능성 커져

여성의 사회적 지위가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사회는 여전히 남성 중심적이다. 더구나 여성 연예인은 이른바 ‘딴따라’ 혹은 ‘기생’의 이미지와 선입견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때문에 한국 정치인들이 여성연예인을 손쉬운 공략대상으로 여기는지도 모른다. 과거에 정치인과 여성연예인의 섹스스캔들은 개인적인 선에서 성사되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최근의 섹스스캔들은 좀 더 다른 차원에서 볼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한국 연예산업의 덩치가 비약적으로 커진 점을 주목해야 하기 때문이다. 매니지먼트사나 영화사의 대형화는 결국 그 자체가 권력화 됐다. 따라서 정경유착의 사례처럼 정-연유착의 가능성이 농후해진 것이다. 한국의 정치권력은 방송과 언론에 막강한 힘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연예산업은 엄청난 자금력을 확보하게 됐다. 이런 조건이라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 없지 않을까.
과거의 섹스스캔들은 간단했다. 정치인은 연예인과의 섹스를 통해 욕구를 만족시키면 그만이었다. 또한 연예인은 이에 대해 적절한 보상만 받으면 불만을 가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정치인과 연예인간의 섹스에는 섹스 이상의 무엇인가가 숨겨져 있을 수 있다. 때문에 이번 사건은 섹스스캔들보다는 ‘성 상납’이란 표현이 더 어울릴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서 심각하게 고려해 볼 점은 여성 연예인의 성 결정권이다. 여성 연예인은 대개 매니지먼트사에 족쇄가 채워져 있고, 방송의 영향력에 의해 좌우될 수밖에 없는 존재다. 그렇다면 과연 정치인과의 관계에 있어서 자신의 의사가 얼마나 주체적으로 반영됐을까. 최종 결정은 결국 여성연예인 자신의 몫이다. 하지만 외부 압력의 비중 또한 무시할 수는 없다.
대중은 여성연예인의 순결성에 그다지 신뢰를 보이지 않는다. 이는 한국 연예계가 오랫동안 유흥산업과 밀접한 관계를 맺어온 영향이 크다. 실제로 연예계에는 고급 룸살롱이나 심지어 사창가 출신으로 톱스타가 된 인물들도 있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들이 순수한 자기실력으로 스타가 됐다면 별 문제가 되진 않는다. 그러나 이들 뒤에는 항상 무성한 뒷말이 따르곤 한다. 여기엔 빽과 줄, 특혜 등이 뒤범벅된 한국사회의 고질병이 그대로 반영돼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여성들은 연예인이 되길 꿈꾼다. 이유는 단 하나 스타가 돼서 단번에 모든 것을 손에 쥐기 위해서다. 불행하게도 이들이 가진 최후의 무기는 몸밖에 없다. 그리고 연예인으로 선택된 이들의 몸을 원하는 성공한 남자들은 너무도 많다. 따라서 몸을 이용한다면 보다 쉽게 성공을 거머쥘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성공은 아무도 보장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소문에 의하면 한 여성 톱스타는 매춘을 할 때 섹스를 끝낸 후 “별 거 아니죠?”라는 질문을 던지곤 했단다. 그들만의 섹스라고 해서 특별할 것은 없는 것이다. 정치인과 여성연예인의 섹스 자체를 비난할 이유는 아무 것도 없다. 다만 자신들이 가진 권력과 미모를 이용해서 유무형의 불로소득을 얻어선 결코 안된다는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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