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문으로만 번지는 자치단체장의 뇌물설
경찰, 첩보 입수 수사중이나 실체는 ‘뜬구름’

최근 지역이 오창의 한 아파트 공사와 관련된 소문으로 술렁이고 있다.

건축심의 편의를 봐주는 댓가로 업체가 거액의 뇌물을 건넸다는 대상으로 도내 자치단체장 2명이 소문에 등장했기 때문이다. 내용만으로도 지역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번 소문의 내용중 일부는 이미 작년과 올해 검·경이 수사를 해 혐의가 없는 것으로 사건을 종결한데다 소문의 출처와 내용에 대한 신빙성에 의문점이 많아 업계에서는 전 토지주와 시행사간에 벌이는 이권다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고 있다.

아직 구체적인 수사 내용은 확인되지 않고 있지만 경찰은 이런 소문을 첩보로 입수하고 진원지에 대해 수사에 착수한 것으로 확인돼 귀추가 주목된다. 하지만 소문의 당사자가 참고인 조사에 응하지 않아 수사는 별다른 진척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를 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당사자가 참고인 조사에 잘 응하지 않는데다, 여러 정황으로 봐서 크게 신빙성은 없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재로선 뭐라 말할 수 없다. 앞으로 수사를 더 해봐야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이 작년에 수사를 한 사건에 대해 재수사를 하는 것인지 별개의 내용에 대해 수사를 하는 것인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최근 충북도지사에게 거액의 뇌물이 건네졌다는 새로운 소문이 급속히 확산되면서 이와 관련된 수사일 것으로 추정된다.

전 토지주와 시행사 갈등이 소문의 진원지일 가능성 높아
문제의 사업장으로 지목된 곳은 B사가 시행을 맡고 W건설이 시공한 오창의 W2차 아파트. 이 아파트가 전 토지주와 시행사간에 갈등을 빚고 있다는 사실이 외부로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모델하우스를 오픈하던 시점인 2004년 7월.
W2차 아파트 부지의 원 소유주라고 주장한 B모씨 등 4명은 아파트 건립 부지 9만7247㎡를 시행사인 B사에 450억원에 매각했으나 잔금지급 기일이 7개월이 지나도록 59억여원을 받지 못했다고 W사 모델하우스 앞에서 시위를 벌이면서다.

이에 대해 시행사인 B사는 당시 “지난 5월까지 잔금을 모두 지급했고 이를 근거로 토지신탁등기까지 마쳤다”며 “문제될 것이 없다”고 반박한 바 있다.
2004년 7월 분양한 W2차 아파트는 2006년 11월 입주예정으로 26평, 34평, 47평, 61평형 등 4개 평형대로 1602세대가 분양됐다.

W건설이 오창에 분양한 1,2차 아파트 부지의 실질적인 소유주는 부동산 컨설팅업계에서는 유명한 J모씨로 알려졌다. J모씨가 투자자들로부터 모은 자금으로 일명 ‘바지사장’을 내세워 토지공사로부터 이 토지를 분양받은 것은 2003년 1월이다.

J모씨가 토지공사로부터 토지를 매입한 가격은 1차 부지가 약 100억원, 2차가 196억원등 총 296억원이고, 매입가의 10%인 30억원 가량을 계약금으로 지불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이렇게 계약금만으로 토지를 매입한 J모씨는 8개월 뒤인 2003년 9월에 시행사인 B사에 이 땅을 약 320억원이란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기고 팔았고, 이후 시행사도 약 200억원의 분양 수익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토지를 매매한 J모씨와 시행사는 2차 토지잔금 지급여부를 놓고 이후 1년이 넘게 각종 민·형사 소송에 얽히게 된다. 이들이 법정싸움을 벌이는 이유는 당초 토지매매 대금외 시행 수익의 일부를 나눠갖기로 했기 때문인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현재 당사자들과 연락이 닿지 않아 사실여부는 확인이 안됐지만 업계에 알려진 소문은 이렇다. J씨와 시행사인 B사의 갈등은 분양가 책정에서 비롯됐다는 것. 시행사는 2차 분양가를 1차보다 높은 510만원대로 책정했지만 J씨가 분양가를 더 높여 수익을 많이 나눠가질 것을 제의했지만 뜻대로 되지 않으면서 갈등이 시작됐다는 것이다.

결국 고스란히 입주민의 부담으로 돌아가는 분양가에서 더 많은 이익을 챙기려 했다는 것이 업계가 보는 갈등의 이유다.
이렇게 해서 사이가 틀어진 J씨는 2004년 6월 당초 약속한 잔금을 못받았다고 시행사 대표 S모씨를 사기죄로 경찰에 고소하게 된다. 이 사건은 같은 해 11월 검찰로 넘어가 올 8월 무혐의로 사건이 종결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역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J씨가 B사에 평당 130만원에 토지를 매각하기로 하고 분양이 잘됐을 경우 B사의 주식 49%를 받기로 해 주식이 J씨에게 넘어간 것으로 안다. 그런데 J씨가 분양 수익에서 돈을 더 요구해 사건이 불거졌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그런데 작년 9월 지역의 모 일간지에서 오창에 외지투기 세력이 개입했다는 기사가 보도된 이후 대전지방 국세청에서 대대적인 단속에 나서 J모씨가 막대한 세금을 추징당하게 되면서 양측은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진 것으로 전해진다.

당시 J씨는 시행사에게 프리미엄을 받고 전매하고 이에 따른 프리미엄을 과소신고하거나 신고하지 않는 수법으로 막대한 세금을 탈루한 혐의를 받고 215억원을 추징당했으나 현재까지 추징금을 갚지 못해 약 280여억원의 토지가 국세청에 압류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따라서 J모씨로서는 모든 재산을 한 순간에 잃을 처지에 놓이게 되자 시행사로부터 못받았다고 주장하는 잔금을 받기 위해 여러기관에 진정이나 투서를 하는 과정에서 소문이 부풀려졌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이 과정에서 서울 방송사 3사에도 오창 시행사들이 막대한 시세차익을 남겼다는 제보가 들어가 지난 8월 KBS 2TV의 취재파일 4321팀에서 내려와 이를 취재 보도까지 했고, 제보자가 J모씨였다는 것이 시공사측의 주장이다.

자치단체장 거액 뇌물설은 신빙성에 여전히 의문
자치단체장에 대한 거액의 로비설은 어떻게 된 것일까. 현재 세간에 돌고 있는 소문은 시행사와 시공사가 충북도지사와 청원군수에게 각각 1억5000만원씩을 건냈고, 공무원들에게도 로렉스 시계 등 약 5000만원 어치의 금품을 줬다는 것이다.

소문은 수그러들지 않고 있지만 진원지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아는 사람은 거의 없다. 도지사와 청원군수에게 각각 1억5000만원이 건네졌다더라가 전부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J씨와 시행사인 B사의 토지 매각대금 분쟁이 엉뚱한 소문으로 비화됐을 것이라는 설을 제기해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공무원에 대한 로렉스 시계 등 금품 제공설도 실체가 분명치 않다. 알려지기로는 J모씨가 지역의 모 일간지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그가 차고 있던 짝퉁 로렉스 시계를 진품으로 알고 시행사에서 준 것이 아니냐고 한 말이 와전됐을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인다.

당초 청원군수에게 건네졌다는 거액의 뇌물설은 작년 6월 시행사와 시공사에서 유체꽃 축제와 관련해 각각 5000만원씩 모두 1억원을 줬다는 투서가 청와대에 접수되면서 비롯됐다. 당시 이 사건은 청와대 하명으로 충북지방경찰청이 수사를 맡아 오창에서 건축공사를 하던 시공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조사를 벌여 무혐의로 사건을 종결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W건설의 한 관계자는 “유채꽃 축제가 끝나고 청원군수에게 뇌물을 줬다는 혐의로 경찰에서 4시간을 조사받았다. 당시 군에서 오창 2차 분양을 앞두고 유채꽃 축제 기간에 부스를 임대해 홍보하는 것이 어떻겠느냐며 임대 조건으로 1억원을 요구했으나 3000만원을 제시했다. 다시 대행사 사장과 만나 5000만원에 부스 2개를 사용하기로 합의한 적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소문은 작년에 이미 한 차례 수사가 됐던 내용이라 새로운 사실이 드러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도내 최고위급 자치단체장들이 연루된 소문으로 의혹만 증폭되고 있어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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