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형모 경제부 차장

   
초등학교 저학년인 딸아이는 간혹 청주와 청원을 혼동하는 모양이다. 주소를 외워보라고 하면 청원군 내수읍으로 시작 하는데 문화생활은 늘 청주에서 하다보니 어린 나이에 헷갈리는 것도 당연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플때 가는 병원도 청주에 있고, 쇼핑을 가자고 해도 늘 청주로 가는 것으로 알고 산다. 심지어 장에 가자고 해도 내수장보다는 육거리시장으로 가는 것으로 안다.
딸아이가 이렇게 청주와 청원을 헷갈려 하는 것에 부모로서 일면 책임감도 느낀다. 행정구역상 지명에 대한 개념이 없는 아이 앞에서 청주와 청원을 따로 구분해 쓰지 않았던 책임이다.

예를 들어 서울 어머님댁에 갔다 내려올때도 딸아이에게 무심결에 하는 말이 “이제 청주가야지”였다. 부모가 이렇다 보니 딸아이로서는 청주와 청원을 왜 구분해 써야하는지 여전히 아리송해 하는 눈치다.

이런 기억은 또 있었다. 잠시 주성대 직원으로 근무할 때 신입생 모집을 하러 서울에 간 적이 있었다. 수도권에서 자란 학생들로서는 청주나 청원을 구분 못하는 것이 어찌보면 당연한 것인지도 모른다.

청주와 청원을 구분 못하는 학생을 붙잡고 주성대로 오라고 설득하다 보면 선문답을 주고 받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성대가 어디있어요?”, “청원군에 있어요”, “청원이 어디예요”, “청주 근처에 있어요” 이러다 보면 질문과 대답은 끝도 없이 늘어지게 마련이다.

더 힘든 것은 청원이 어디 있다는 것 쯤은 알아들은 듯한 학생에게 다시 내수를 설명하는 일이었다. 서울에서 내수로 오는 빠른 길을 안내하기 위해선 증평이라는 지명을 하나더 끼워넣어야 설명이 가능하다.

증평을 넣어 설명하다보면 다시 말꼬리가 늘어지게 마련이다. “증평이 어디 있어요”, “청원군 옆에 있어요”, “근데 왜 증평톨게이트로 가야하나요, 경부고속도로엔 청원톨게이트가 있던데”, “중부고속도로가 빨라서 그래요”하는 식으로 한참을 설명해야 했다.

주성대가 지명 때문에 한참을 헤매고 있을 때 충청대는 그래도 명칭에서 절반은 점수를 먹고 들어가 부럽기까지 하기도 했다. 일단 충청대라고 하면 충청도 어디에 있겠지라고 학생들이 생각을 해주니 설명은 한결 쉽게 이뤄진다. 여기다 청주톨게이트 인근이라는 말을 덧붙이면 더 이상 설명이 필요 없다.

앞선 두가지 경험때문인지 청주와 청원은 반드시 통합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줄곧 갖게 됐다. 청주라는 한 지명을 사용했다면 학생모집도 쉬웠을 것이고, 학생이 많이 유치되면 지역 경제에도 도움이 될텐데 하는 아쉬움을 갖게 됐던 것이다. 여기에 굳이 두 자치단체의 통합으로 기대되는 시너지 효과까지는 덧붙이지 않더라도 청주·청원 통합의 당위성을 절감했던 기억으로 남아 있다.

이 때문인지 이번 투표에 거는 기대는 남달랐다. 굳이 통합되지 않더라도 내가 사는 곳 통합을 결정하는 투표에 소중한 한표를 사용할 수 있었다는데 더 자부심을 갖게 됐는지도 모른다. 비록 원하는 대로 통합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내손으로 직접 투표까지 해봤으니 후회나 미련은 없다.

다만 투표가 끝난뒤 책임 운운하며 쏟아져 나오는 비난 성명서가 나를 더 씁쓸하게 만든다. 비난전에 열을 올리는 단체나 정당에 기대하기 보다는 주민스스로 화합을 만들어 나가야 할때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다.

최근 시중에는 ‘땡초소주’라는 것이 애주가들로부터 인기를 얻고 있다고 한다. 소주와 매운 고추가 섞여져 독특한 맛과 향을 낸다고 한다. 이 땡초소주 맛처럼 청주와 청원 주민 스스로 화합으로 독특한 지역색을 만들어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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