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청원 영화관 25개 적정, 신규 영화관은 공급 과잉
카드할인·이동 통신사 할인혜택이 영화관 경영 발목 잡아

청주가 ‘시네마 천국’이 될 전망이다. 쥬네쓰가 주차장 부지로 쓰고 있는 옛 충북교통 자리에 11개 영화관을 갖춘 복합 쇼핑몰 건축허가를 받아 놓았고, 율량동 중원특급호텔에도 11개 영화관이 들어설 것으로 알려진다.

또 인천의 (주)포커스가 매입한 북문로 조흥은행 중앙지점 부지에 8개, 현대백화점 입점이 확정된 대농부지에도 영화관이 들어설 것이 예상된다. 여기에 몇몇 개인 사업자가 용암동과 오창과학산업단지에 영화관을 하기 위해 검토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영화관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설 움직임을 보이는 것은 주 5일제 근무로 다양한 문화생활을 즐기려는 사람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이 중요한 이유로 꼽힌다. 그럼 영화관은 돈벌이가 되는 사업일까.

카드할인 수수료와 재세공과금 떼고 나면 관람객 1인당 500원 수입
현재 청주에 영업중인 멀티플렉스 영화관은 성안길의 쥬네쓰와 충북대 앞의 키노피아, 가경동의 드림플러스 프리머스가 각각 8개관씩을 운영하고 있다. 소극장 24개가 영업중이라고 보면 된다.

이 가운데 가장 먼저 문을 연 영화관은 2001년 7월 개관한 쥬네쓰다. 대전 둔산의 롯데에 이어 충·남북에서는 두 번째로 먼저 문을 연 멀티플렉스 영화관이다. 좌석수도 1860석으로 대전 CGV 2500석, 천안 야오리 2150석에 이어 3번째로 큰 규모다. 영화관 업계에서는 영화관 1개당 대략 3만명을 수지타산의 적정 인구로 보고 있다. 청주와 생활권이 같은 청원군의 인구를 합쳐 75만을 놓고 볼때 청주는 25개관이 적정 수준인 셈이다.

이런 멀티프렉스관의 기본 관람객수는 연간 100만명이 되어야 수익성이 있는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청주에서는 쥬네쓰가 나름대로 시장을 선점해오면서 이 수준에 가장 근접한 영화관으로 알려진다. 그럼 관람객 100만의 경우 수익은 과연 얼마나 될까. 시간과 요일에 따라 입장료에 다소 차이가 있기는 하지만 쥬네쓰의 입장료는 평균 6000원선이다. 이 가운데 배급사가 50%인 3000원을 가져가고 나머지 3000원이 영화관의 몫이다.

그렇다고 3000원이 고스란히 영화관의 몫이 되는 것도 아니다. 이 가운데 카드할인 수수료와 재세공과금을 떼고 나면 순 수입은 1인당 500원에 불과하다. 100만명이 입장했다고 했을때 연간 수입이 5억원 가량 되는 셈이다.
관람객 100만은 전국 영화관중에서도 상위 10위권에 해당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그렇다면 이 수준에도 못미치는 나머지 영화관들의 수입은 이 보다 훨씬 적다는 얘기가 된다.

배급사 횡포와 각종 카드 수수료 할인혜택으로 영화관 수익 악화
이처럼 영화관의 수입이 겉보기와는 달리 적은 것은 우선 영화 배급구조 때문이다. 국내 영화 배급사는 시네마 서비스, CJ CGV, 코리아 픽쳐스, 쇼이스트, 청어람, 튜브엔터테인먼트, 쇼박스 등과 외국계열 직배 5개사 등이 있다.

막강한 자본력을 앞세운 이들 배급사들은 필름 배급권을 쥐고 지방의 중소 영화관들을 좌지 우지 하고 있다. 그래서 지방의 중소 영화관들은 배급사의 눈치를 안볼 수 없는 실정이다. 자칫 배급사에 밉보이기라도 한다면 흥행이 예상되는 필름을 배급받지 못하거나 관람객이 많은 영화를 조기에 종영해야 해 경영에 큰 어려움을 겪기도 한다.

민웅기 쥬네쓰 전무는 “쥬네쓰가 처음 2개관으로 문을 열었을때 필름 배급을 받지 못해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친구와 JSA를 상영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그래서 나중에 8개관으로 늘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래서 일부 지방영화관들은 ‘울며겨자 먹기’식으로 메이저 배급사의 간판을 내걸 수 밖에 없는 처지다. 청주의 드림플러스가 ‘프리머스’를 명칭에 사용하는 것이 이 경우다.

드림플러스 프리머스도 당초 개인 사업자가 영화관 사업을 해보려다 필름 배급망을 뚫기가 어렵게 되자 프리머스라는 메이저 브랜드를 영화관 이름에 사용했다고 한다.
또 현재 문을 닫고 영업을 중단한 중앙극장과 수정아트 홀 역시 이 같은 배급망을 확보하지 못해 결국 문을 닫은 경우인 것으로 전해진다.

메이저 배급사는 이렇게 자사의 간판만 사용하도록 하고 영화관 매출액의 6~9%를 가져간다. 메이저사들의 횡포는 여기에 그치지 않는다. 충북에 내려오는 신작 필름은 2~3개가 고작이다.

이렇게 되면 멀티플렉스 영화관외 중소 영화관은 ‘짭짤한 수익’이 보장되는 영화를 상영할 방법이 없어 결국 문을 닫거나 손해를 감수하면서까지 배급사와 계약을 체결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또한 충북으로 내려오는 필림 숫자가 적다보니 충주와 제천은 청주에서 상영이 끝난 1주일 뒤에나 영화를 재상영할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영화관의 수익을 크게 악화시키는데는 각종 카드사의 할인카드도 한몫하고 있다. 현재 쥬네쓰에서 할인혜택을 주는 카드는 신용카드와 마일리지 등을 합쳐 모두 25개나 된다.
관람객이 KTF 등 이동 통신사 카드로 입장권을 구입하면 영화관측에서는 2000원을 할인해 준다. 이 가운데 1000원은 통신사에서 지원해주지만 1000원은 고스란히 영화관의 몫이 된다.

또 LG카드와 LG리치무비, 멕스네이션 등 3개 카드는 중복할인 혜택까지 해주고 있다. 이 경우 관람객은 단돈 1200원이란 저렴한 가격에도 영화를 볼 수 있다.
영화관들은 왜 이렇게 손해나는 장사를 하는 것일까. 문제는 고객확보를 위해서다. 통신사의 할인 혜택을 받으면서 영화를 보는 관람객이 전체의 60%를 차지하고 있으며, 신용카드 관람객도 30%를 차지하고 있다. 영화관으로서는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인 것이다.

청주는 유동인구가 적어 신규고객 창출이 힘들어 이렇게 해서라도 고객을 확보해야 한다는 것이 업계의 입장이다.
이렇게 통신사나 카드사 고객에게 돌아간 할인 혜택은 고스란히 영화관의 몫이 된다. 배급사는 이를 인정해 주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재주는 영화관이 부리고 돈은 배급사‘가 가져가는 꼴인 셈이다.

민 전무는 “카드 수수료 4.5%를 영화관에서 부담하고, 통신사 카드 1000원까지 할인해 주고 나면 3000원 수입에서 2000원을 깍아 먹고 들어가는 것이다. 그래서 프리머스와 메가박스가 지난 7월부터 통신사의 카드 할인을 없애기도 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통신사나 카드사 고객에 대한 할인 혜택은 영화관으로서는 속으로 병드는 것을 알면서도 어쩔수 없이 하고 있다. 이렇게 할인해 주고나면 수입은 1인당 약500원밖에 안된다. 영화관으로서는 마이너스다”고 말했다.

영화관들이 큰 수익을 내지 못하면서도 영화관 사업을 고집하는 이유는 따로 있다. 영화관처럼 연령층을 가리지 않고 사람을 끌어 모으는 사업이 없기 때문이다. 이렇게 사람이 모여들면 영화관외의 부대사업이나, 건물내 다른 매장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영화관들이 신규고객 창출이 어렵다고 하는 지역에서 새로 들어설 예정인 영화관들이 어떻게 자리를 잡아 나갈지 벌써부터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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