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합 무산되자 책임론 공방, 오군수 사퇴 주장 ‘옳지 않다’ 여론
국회 행자위 국정감사 “결과만 가

청주·청원 통합이 실패로 끝나자 책임론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지역언론들도 ‘정략적 결합’ ‘졸속추진’ 등의 표현을 쓰며 통합여론이 지역주민들에게 파고 드는 데 실패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통합을 줄기차게 반대했던 청원지키기운동본부는 지난 4일 “오효진 청원군수가 청주·청원 통합은 절대 안된다고 했다가 어느 날 갑자기 통합돼야 한다고 주장해 군민들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 주민의 대의기관이며 대표기관인 의회를 경시하고 자신의 정치적 야욕을 위해 전공무원들을 동원하여 통합에 올인했다”며 군민앞에 석고대죄하고 군수직을 사퇴하라고 주장했다.

“통합 실패 후유증은 필요악”
이장단과 농민단체 대표로 구성된 청원지키기운동본부가 통합이 무산됐다고 해서 오군수를 사퇴하라고 한 점에 대해 지역여론은 ‘옳지않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그동안 각종 여론조사에서 청주시는 물론이고 청원군도 통합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왔고, 오송과 오창이 시로 승격되면 청원군은 쭉정이만 남는다는 계산하에 군수가 통합에 올인한 것이 뭐가 잘못됐느냐는 것이다. 더욱이 오군수는 통합 실패에 대한 책임을 지고 주민투표 다음 날 차기 군수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익명의 모 씨는 “결과적으로 통합에 실패했다고 해서 모든 것을 부정하는 것은 옳은 태도가 아니다. 주민투표 결과는 투표장에 온 사람들만의 의견이고, 청원군의 전체적인 여론은 아직도 통합해야 한다는 사람들이 많다. 전남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은 3번씩이나 부결되고 4번째 가서 통합에 성공했다. 그럼 이들도 당장 단체장을 물러나라고 했는가. 그렇지 않다. 통합 실패로 인한 후유증은 필요악이다. 어떤 일을 하게 되면 후유증은 반드시 따른다. 이를 슬기롭게 극복하는 것이 우리가 할 일이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한대수 청주시장의 통합시장 불출마 발언과 이를 받아들인 오효진 청원군수가 정략적 결합을 시도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으나 그렇지 않다는 의견들도 많다. 지역의 모 인사는 “한대수 시장이 그런 결정을 내렸기 때문에 통합운동에 불이 붙었고, 결과적으로는 오효진 군수의 통합 수용을 이끌어냈다고 본다. 항간에 두 사람의 정치적 목적에 통합이 이용됐다고 하나 두 단체장은 자신들의 정치생명을 걸고 통합에 나선 것이다. 그런 결심이 없었다면 청주와 청원은 평행선을 달렸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지난 5일 열린 국회 행정자치위원회의 충북도 국정감사에서도 예상대로 청주·청원 통합에 관한 질의가 쏟아졌다. 한나라당 김정권 의원(경남 김해)은 “청주·청원 통합에 대해 청원군 이장단과 군의회, 충북도의회에서 반대했는데 충북도는 8월 12일 행자부에 주민투표 건의서를 올렸다. 충북도에서는 부결될 것을 예상하고 올렸는가? 이번 통합 추진은 주민들의 의사가 배제된 채 두 단체장이 먼저 합의했다. 공청회도 없었고 청사진을 제시한 것도 없었다”고 말했다.

또 열린우리당의 노현송 의원(서울 강서구)은 “충북도에서는 통합을 반대했는가?”고 물었다. 이에 대해 이원종 지사는 “그렇지 않다. 너무 급하게 추진해 법정 절차를 합당하게 지키라고 했더니 반대로 비쳐졌다”고 답변했다. 그러자 노의원은 “도민들은 도에서 반대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어 한나라당 유기준 의원 (부산 서구)도 선관위에서 투표 전에 공청회를 했어야 하는데 하지 않은 이유와 군에서 통합 반대 여론이 높은데도 투표를 한 것은 안 하느니만 못하고 갈등만 증폭시켰다고 말하고, 열린우리당 홍미영 의원(비례대표)은 기초지자체에서 예산이 수반된 행정력을 낭비한 것에 광역지자체가 책임을 물어야 하지 않느냐고 강조했다.

통합 실패 세 번 겪은 여수·여천
그러나 이들 의원들 역시 통합이 무산됐다는 결과만을 가지고 따졌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여론조사상 양 시·군 주민들은 50% 이상 찬성했고 두 단체장이 앞장섰다고 해도 통합 여론은 광범위하게 퍼져 있었다. 유기준 의원의 ‘안 하느니만 못했다’는 지적에 대해서도 이의를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방자치라는 것이 우리지역 현안을 스스로 해결해 보자고 하는 것인데 일부 단체에서 반대한다고 해서 10여년씩나 계속된 관심사를 덮어둘 수 있는가. 청주·청원 통합 문제는 어느 때라도 공론화 될 수밖에 없고, 아마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충북도에서 반대해 이런 결과가 나온 것에 대해서는 왜 질의하지 않는갚라고 분개했다.

지난 98년 4월 1일 통합 여수시를 개청한 여수시·여천시·여천군은 세 차례에 걸쳐 통합무산의 아픔을 겪고 네 번째 가서 성공했다. 처음 시작은 정부가 주도한 94년 주민투표였다. 주민투표법이 만들어지기 전이어서 주민의견조사로 대치된 이 조사에서 주민들은 갈등과 반목을 양산하고 입장차만 확인한 채 감정적 대립으로 끝났으나 97년 6월 들어 ‘삼려 시장군수의 삼려통합 재추진 합의문 발표’를 시작으로 다시 추진된 것으로 알려졌다.

한창진 여수시민협 공동대표는 “행정기관과 시의회가 주도했던 3차까지의 통합이 실패로 끝나고 시민단체들은 통합이 끝나지 않았다는 의식을 심어주기 위해 노력했다. 95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실시한 의식실태조사에서 72.4%가 통합이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와 희망을 잃지 않았다. 그래서 95년 여천시민협을 만들어 공명선거운동과 기타 지역운동을 열심히 해서 주민들로부터 인정을 받았다. 그런 뒤 통합에 대해 다시 한 번 이야기해 보자고 접근한 것이 효과를 보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우리와 다른 점은 당시 전라남도에서 통합을 찬성하고 적극 지지했다는 사실이다.

여야 정치권에서는 전국을 광역지자체로 개편하는 방안을 추진할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정치권에서 어떤 마스터플랜을 제시할지 전국민이 관심있게 지켜보고 있고, 청주·청원 주민들은 특히 예민하게 바라보고 있다. 청주시민들 사이에서는 통합에 실패했지만, 언제 또 통합론이 고개를 들지 몰라 이번 통합운동에서 얻을 것은 얻고 버릴 것은 버려야 한다는 의견들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남기헌 청주청원하나되기운동본부 집행위원장은 “정치권의 행정구역 개편 계획이 탁상공론에 그칠 경우 지역을 걱정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통합 이야기기 나올 수도 있다. 통합 반대단체에서도 ‘언제인가는 통합해야 하지만 오창과 오송이 커진 뒤 대등한 입장에서 하자’는 이야기들을 많이 했다. 청주시와 청원군의 분리로 광역도시계획 수행을 위해 협의체가 운영될텐데 이런 것들이 긴밀하게 이뤄지면 자연스럽게 통합이 거론될 것이라고 본다. 주민투표 결과는 승복하지만 앞으로 진실을 정확하게 전달하는 정치문화를 형성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역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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