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원군 이장단과 군의원 결집, 주민투표법상 문제, 정보 왜곡 전달
“반대파는 투표하고 찬성파는 기

청주·청원 통합이 또 다시 실패했다. 청원군민들은 지난 94년에 이어 이번에도 통합 반대를 선택했다. 이 과정에서 찬·반단체간 갈등이 표출돼 지역분열을 우려하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래서 하루빨리 모든 문제를 덮고 지역화합에 힘써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화합 이전에 올해 핫이슈였던 통합이 왜 실패했고, 이 과정에서 나타난 지역성과 문제점은 무엇인지에 대해 분석하고 점검해야 한다.

모든 것을 지역화합이라는 이름으로 덮을 수는 없다. 특히 통합운동에 앞장섰던 본지는 통합이라는 거대 담론을 통해 드러난 청주·청원지역의 문제를 중점적으로 분석, 보도한다.

청주시민들은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며 통합에 찬성한 반면 청원군민들은 94년에 이어 이번에도 통합을 반대했다. 청주시는 총 투표인수 44만5182명 중 35.51%인 15만8069명이 투표하고 91.30%가 찬성표를 던졌다. 그러나 청원군은 총 투표인수 9만2492명 중 42.22%인 3만9054명이 투표하고 결과는 찬성 46.48%, 반대 53.52%로 나타났다.

지난 94년 투표는 청주시가 찬성 76.5%, 반대 23.5%, 청원군은 찬성 34.3%, 반대 65.7%였다. 이에 비하면 올해는 청주시의 찬성율이 월등하게 올라 가고 청원군의 반대율도 12%나 떨어지는 등 10여년 전보다 통합에 친성하는 사람들이 증가했다. 94년에는 세대주투표로 회수율이 청주·청원 모두 80%를 넘었다. 하지만 올해는 공휴일이 아닌데다 투표장에 직접 나와야 하는 비밀투표로 진행돼 저조한 투표율을 보였다.

청원군, 이장단과 군의원 과소평가
통합이 무산된 가장 큰 이유는 청원군 이장들과 군의원, 그 외 기득권 세력들의 통합 반대 결집이다. 그 중 주민접촉이 많고 영향력이 큰 이장과 군의원들은 군의 통합홍보를 막아내는 역할을 했다. 주민투표가 발의되고 나서 투표 전날까지 투표운동 기간 동안 통합에 찬성한 군 공무원들은 공무원 신분이기 때문에 말 한 마디 못한 반면 이장과 군의원들은 내놓고 반대의견을 전파하고 다녔다.

이에 대해 지역의 모 인사는 “군지역은 이장과 군의원들의 말이 영향력이 있다. 청원군에서 만든 통합 홍보물을 이장들이 돌리지도 않고 폐기처분했다는 말도 있다. 군에서는 이장들이 움직이지 않으면 군정홍보가 되지 않는다. 이러한 판국에 많은 이장들이 통합에 반대하고 나섰으니 결과는 뻔한 것 아닌갚라며 “투표 당일 반대파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며 노년층들이 꼭 투표에 참여토록 했다. 그러나 찬성의견을 가진 젊은층들은 많은 숫자가 기권했다. 찬성운동을 하는 쪽에서 이들을 투표장으로 끌어내지 못했다”고 말했다.

따라서 통합으로 돌아선 오효진 청원군수와 청원군은 이장과 군의원들의 반대를 설득하는 일에 너무 게을렀고 이들의 영향력을 무시한 경향이 있다. 군에서는 “통합 반대하는 이장들은 일부이고 나머지는 찬성이다. 반대파도 결국은 통합이 지역발전에 도움되는 것을 알고 찬성할 것”이라고 했지만 너무 낙관했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또 젊은층들의 투표 기권도 통합 반대로 결정나는데 큰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통합 찬성지역으로 분류되는 내수와 옥산의 경우도 투표율이 낮았을뿐더러 찬성률도 내수가 68.66%, 옥산이 58.55%에 그쳤다.

그런가하면 반대파들은 “얼마전까지 청원군을 돌며 통합 반대를 외치던 군수가 아무설명도 없이 통합찬성으로 돌아섰다”는 점을 줄기차게 거론했다. 이런 점 역시 군민들에게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군민들은 이성적으로 통합의 장·단점을 따지기보다 군수가 독단적으로 통합을 결정한 점이 마음에 안들어 반대했다는 것이다. 그래서 통합운동 과정에서도 오군수가 통합을 반대하다가 찬성으로 돌아서게 된 계기와 앞으로의 청사진 등을 군민들에게 소상히 알려야 한다는 얘기들이 많았으나 이 또한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런 주민투표법이 어디 있어?”
남기헌 충청대 행정학과 교수는 지난 5월 한국정치학회 충청지회가 연 춘계학술대회에서 “94년 통합이 무산된 주된 원인은 세금인상과 같은 잘못된 홍보였다”고 밝혔다. 이 역시 올해도 마찬가지다. 통합반대를 주장한 사람들은 세금인상, 혐오시설 유치, 변두리지역인 청원군 소외, 농어촌자녀특례입학 등 기존의 수혜 폐지 등을 들었다. 반대파들은 실제 TV토론회에 출연하거나 군지역을 돌며 통합하면 건강보험료와 국민연금보험료가 인상되고 농어촌학교지원금과 농어촌특례입학 등이 없어진다는 주장을 했다. 그러나 이는 모두 사실이 아니다. 학부모들이 예민하게 받아들인 농어촌학교지원금과 특례입학은 법으로 보장돼 있어 통합이 되더라도 변동이 없고, 보험료도 인상되지 않는다.

결국 반대입장에 선 사람들은 거짓 정보를 가지고 군민들에게 홍보했으나 결과적으로는 이런 것들이 군민들에게 영향력을 발휘했다. 그리고 청원군의회와 청원지키기운동본부 관계자들은 청원군을 오창신도시, 오송신도시, 그 외 청원지역 등 3개로 나누는 안을 청원군의 발전 방향으로 제시했다. 이것이 오창, 오송 등지의 군민들에게는 신도시 기대심리를 부추긴 것으로 알려졌다. 오창만 하더라도 초반에는 찬성지역으로 분류됐으나 투표 결과 반대가 61.79%로 나타났다.

한편 청주청원하나되기운동본부는 주민투표 결과를 겸허히 수용한다고 전제하면서 “지난 선거사를 회고해 보면 주민들의 현명한 선택을 위한 진실된 정보를 제공하고 이에 기초해 선의의 경쟁이 되어야 함에도 이번 투표도 흑색선전과 진실왜곡, 음해와 선동이 주를 이루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통합 실패 원인으로 “찬성론자들이 군민들에게 찬성 의견을 정확히 전달하지 못했다. 주민투표법상 해당지역내에서만 찬·반의견을 말하도록 한 것은 손발을 묶어 놓은 것과 같았고 찬성 우세지역에서 투표율이 낮은 졈을 들었다. 오효진 군수도 주민투표법의 제도적 모순점을 들었다. 그는 “행정기관의 입을 막아 놓은 상태에서 있는 그대로의 사실조차 언급할 수 없었고 반대의견만 전파되는 과정은 옥중 투표운동과 같았다”고 지적했다. 주민투표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선거운동 기간 동안 상당히 여러차례 거론돼 앞으로 개선돼야 한다는 게 여러사람들의 강력한 요구다. 

청주·청원 통합 추진 일지
1994. 4 청원군 반대로 통합 무산
2004. 1 청원군, 청원시 승격 추진 발표
2005. 2. 3 한대수 청주시장, 통합시장 불출마 선언
2005. 5. 3 청주청원하나되기운동본부 발족
2005. 5. 26 청주시와 시의회, 청주?청원 통합 이행결의문 발표
2005. 5. 31 오효진 청원군수, 조건부 통합안 제시
2005. 6. 30 청주·청원 통합 실무추진단 발족
2005. 7. 28 한대수 시장?오효진 군수, 통합을 위한 합의문에 서명
2005. 8. 11 충북도의회 통합 주민투표를 위한 의견수렴
2005. 8. 12 행자부 주민투표 요구
2005. 8. 19 청주시의회, 주민투표 찬성의견 제출
2005. 9. 6 청원군의회, 주민투표 반대의견 제출
2005. 9. 8 청주시·청원군 주민투표 발의
2005. 9. 29 주민투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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