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단지 주민반발… “보상심의위 안건토의 전혀 없어”
토공, “공정한 감정평가, 지장물 보상에 반영하겠다”
오송생명과학단지 조성사업이 편입지역 주민들의 보상가 반발에 부딪쳐 난항을 겪고 있다. 보상대상 지역인 청원군 강외면 일대 주민들은 지난 16일 청주 상당공원에서 집회를 열고 “토지공사가 편입토지에 대한 감정평가를 하면서 97년 공시지가를 적용, 의도적으로 보상가를 축소한데다 평가사와 불법담합을 통해 보상가격을 조작했다”고 주장했다. 또한 주민들은 사업시행 전면 거부와 오송바이오엑스포 반대투쟁까지 선언해 충북도를 긴장케하고 있다. 또한 주민들은 오송단지 보상가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주민대표가 참여하는 보상심의위원회가 1차 소집에 그쳐 안건토의조차 이뤄지지 않았다며 절차상 중대한 하자로 지적하고 나섰다.
특히 보상평가 과정에서 일부 감정평가사들과 토지공사측의 이견이 두드러져 갈등을 빚은 것으로 알려졌다. 오송생명과학단지 보상가를 둘러싼 주민대책위와 토지공사 충북지사의 입장을 정리해본다.
건설교통부는 지난해 10월 청원군 강외면 일대 오송신도시내 141만평을 ‘오송보건의료과학단지’로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오송단지는 당초 276만평 규모로 97년 9월 국가산업단지로 지정됐으나 이후 입주수요가 불투명해 사업추진이 지연되다가 단지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들게 된 것. 한국토지공사가 사업시행자인 오송단지는 연구·생산용지 62만1000평, 교육·업무용지 25만4000평, 주거·휴양용지 15만평, 공공용지 38만6000평으로 개발될 예정이다. 단지에는 식품의약품안정청, 국립보건원, 보건산업진흥원 등 보건 관련 공공기관이 입주하기로 했다. 최근 민주당 홍재형의원(청주 상당구)이 3개 국책기관의 이전을 위해 2003년 기획예산처에 332억원을 편성토록 했다고 밝혔다. 오송바이오엑스포조직위 한범덕사무총장이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장인 홍의원에게 국책기관 이전예산이 기획예산처에 반영되지 않은 사실을 신속하게 보고(?)한 덕분에 가까스로 부활됐다는 후문이다.
오송단지가 국가산업단지 지정이후 사업추진이 늦어지자 재산권 제약을 받은 주민들은 불만이 팽배했다. 특히 올해 3월중 보상에 착수한다고 약속했으나 사업지구의 절반인 70만평을 농업진흥지역에서 해제하는 작업이 늦어져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대책위 김달용총무는 “보상금이 지급되는 줄 알고 금융기관에서 대출을 받아 대체농지를 구입하거나 토지매매 계약을 체결한 일부 주민들이 이자부담을 지고 중도금을 제때 주지 못해 애를 먹기도 했다”고 말했다.
한편 토지공사는 농업진흥지역 해제가 완료된 8월 시점으로 감정평가를 끝마치고 최근 평당 평균 5만7000원 가량의 보상가를 책정해 주민들에게 통보했다. 이같은 보상가는 지난 96년 오창과학산업단지의 평당 평균 보상가 5만원보다 14%가량 인상된 수준이다. 하지만 지난 6년간의 지가상승률 등을 감안하면 보상가가 ‘턱없이 낮다’는 것이 주민들의 주장이다. 이에대해 토지공사측은 “공사 내부의 비공개 사항인데…, 오창단지 보상과정에서 건교부가 과대평가로 판단하고 관련 감정평가사들을 징계했었다. 전례가 없는 일이었고, 이것은 오창 보상가가 현실보다 높았다는 반증아니겠는가? 더구나 오창과 오송의 청주 접근성을 비교하면 가격차를 인정할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토지공사가 제시한 지목별 보상가를 보면 밭은 3만∼19만6000원, 논 3만8000∼9만8000원, 임야 1만9000∼9만7000원, 대지 2만3000∼31만9000원으로 책정됐다. 대책위는 오창보상가와 비교할 경우 대지에 비해 농지와 임야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됐다는 주장이다. 주민의 60%가량이 농지 1천평 이하를 소유한 소농이기 때문에 보상금으로 대체농지를 구입하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미 오송단지 주변농지 값이 평당 10만원대로 뛰었기 때문이다. 한편 토지공사가 필지별 보상가만 통보하고 가격산출내역을 전면공개하지 않아 주민들의 감정을 돋우기도 했다. 대책위는 전 필지에 대한 산출내역 사본공개를 요구했으나 토지공사는 단독 필지별로 사본을 발부해 결국 ‘짜집기’를 통해 보상가를 비교해야 하는 실정이다. 주민들은 “토지공사가 보상가 산정에 자신이 있다면 왜 일괄 공개를 꺼리는가? 다른 필지 부분을 가리고 단독 필지별로 빼다보니 사본 한 장 떼는데만 2시간씩 걸리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토지공사는 “타인의 산출내역 서류까지 공개하는 것은 개인정보 유출이기 때문에 동의를 받아야만 발부할 수 있다는 취지를 전했을 뿐이다. 공개를 거부한 적은 전혀 없다”고 말했다.
대책위는 보상가 산출항목 가운데 ‘기타요인 보정’ 에 보상선례, 실거래가 등이 감안됐어야 했다고 주장했다. 현행 감정평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보상선

례, 실거래가 등을 참작하도록 했으나 공공용지 취득 및 손실보상특별법에는 이같은 내용이 빠져있어 토지소유주들의 불이익이 발생하게 된다는 지적이다.
대책위는 주민의견 수렴 창구인 보상심의위원회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 점을 가장 큰 문제점을 지적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청원군수(당시 한문석부군수)를 위원장으로 주민대표 12명을 비롯한 공무원, 토지공사 직원 등 23명으로 위원회를 구성했다. 하지만 위원회 구성을 위한 1차 소집 이후에는 안건토의를 위한 본 회의가 한번도 실시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대해 토지공사는 ‘회의 소집권은 청원군에 있는데, 군이나 주민들이 아무런 요청이 없었다’고 책임을 떠넘겼다. 청원군은 ‘토지공사에서 아무런 안건토의 요청도 없었기 때문에 회의를 열지 않았다. 실제로 위원회는 보상가 산정을 논의하는 기구가 아니고 이주대책이나 잔여지 처리등 부속사안을 심의하는 곳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회의소집 안건이 없었다고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양측의 설명대로라면 보상심의위원회의 기능이 정작 보상가 산정과정에 아무런 역할을 할 수 없다는 얘기다. 대책위 김총무는 “보상심의위원회가 결국 중앙토지수용위원회의 수용재결을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 위원회 회의록을 내세워 심의형식을 취한 것으로 간주하고 이의제기한 물건을 그대로 수용재결하게 된다. 하지만 오송단지는 안건을 심의한 회의록조차 없어 절차상으로도 심각한 하자로 볼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 권혁상 기자

감정평가사·토공 ‘불화설’ 솔솔
오송단지 감정평가를 맡은 감정평가법인은 서울 3곳과 청주지역 3곳이다. 3개 구역을 감정평가법인 2개씩 나눠 맡아 평균치를 최종 감정가로 정하게 된다.
취재결과 지난해 12월 법인에서 감정결과를 1차 보고한 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토지공사 토지심의부와 조정작업을 거쳐 올해 3월 정식으로 감정서를 제출받았다는 것.
정식 감정서를 작성하기전 3개월간의 조정작업 과정에서 일부 평가사와 토지공사간에 신경전이 벌어진 것으로 알려졌다. 감정에 참여했던 Q감정사는 “언론를 상대로 말하기 곤란한 부분인데…, 공식적으론 8월에 최종 감정서를 제출했고 3월에 1차로 낸 것으로 됐지만 실제로는 작년말 평가작업을 마무리했었다. 토지공사가 전체 필지를 대상으로 균형을 잡아야 하기 때문에 양측의 의견조정이 필요했고, 이런 조정작업 속에 그쪽의 요구에 따라 우리가 수정작업을 하기도 하고 일부는 거부하기도 했다. 이견조정이 원만하게 되지 않은 경우, 일부에서 ‘다시는 토지공사 일을 하기 싫다’는 식의 불만을 털어놓기도 했다”고 말했다.
용역 발주자인 토지공사는 감정평가법인의 큰손 고객이고 이런 관계속에 ‘알아서 길 수밖에 없다’는 뉘앙스로 이해됐다.
이러한 한계 때문에 건교부는 공공사업 토지보상 때 토지소유자가 감정평가사 1명을 추천할 수 있도록 규정한 토지보상법 개정안을 지난 4월 입법예고한 상태다.
오송단지의 최종 감정서는 농업진흥지역이 해제된 뒤 지난 8월 지가변동율을 상향조정해 토지공사에 다시 납품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따라 토지공사의 3월 감정서 평가총액이 709억원인 반면 8월 최종 감정서의 평가총액은 742억원으로 4.6%로 인상된 것으로 집계됐다.
/ 권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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