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천군공무원직장협의회(회장 김상봉)가 지난 6월11일 관언유착의 정리를 내세워 군청 기자실을 폐쇄한지 3개월여가 되간다. 군청 2층에 있는 기자실은 현재 여직원 휴게실로 바뀌어 있었다.
그러나 기자실 폐쇄가 관언유착의 부조리를 어느정도 개선하는 효과를 거두고 있지만 주민들의 알권리를 제한하고 군정에 대한 감시 비판 기능을 저해할 가능성이 있다는 비판도 함께 제기되어 논란을 빚고 있다.
이런 가운데 도내 각 공무원직장협의회도 기자실 폐쇄 또는 전환을 하반기 시책사업으로 정하는 등 기자실 폐쇄 준비를 본격화하고 있어 ‘기자실 폐쇄’문제를 집중 조명해본다.<편집자주>

관·언유착 근절, 반기는 분위기
폐쇄적으로 운영되는 기자실에 대한 개선 여론은 오래전부터 있어온 가운데 지난해 지역별로 직장협의회가 구성되면서 직접적인 기자실 폐쇄 운동으로 이어졌다. 이에따라 기자들의 자진철수나 폐쇄가 잇따랏고 진천군청과 같은 강제 폐쇄도 있었다.
5월1일 광양시청 기자실이 공직협에 의해 강제 폐쇄된 것을 비롯하여 김해시청, 신안군청, 진천군청 등이 강제폐쇄의 사례들이다. 기자실 폐지 대세속에 기자단의 자진 철수도 잇따르고 있는데 하남시청 출입기자단, 전북 정읍, 남원, 경남 김해시 출입기자등이 여기에 속한다.

도내 공직협 하반기 사업으로 설정

지방자치단체의 기자실 폐쇄 운동은 이와 같이 전국적으로 번져나가면서 대세를 이루고 있다. 공무원 노동조합 출범과 지방선거가 끝나 3기 민선시대에 접어들어 더욱 가속화하고 있는 추세다.
충북도 공무원직장협의회를 비롯한 도내 자치단체 공무원직장협의회는 하반기 주요 사업으로 기자실 폐쇄 문제를 포함시켜 효율적인 운동 전개를 위한 기초 자료 준비에 나섰다. 청주시 흥덕구청 공무원직장협의회 정세영회장은 “진천군 공직협이 기자실 폐쇄를 이루어냈지만 전 시·군에서 행동 통일을 이루자는 것이 공직협회장단 협의회의 합의 사항이다. 따라서 현재 기자실에 대한 예산 지원 및 인력지원 현황을 파악중에 있다. 이 기간이 한달 정도 걸릴 것이다. 그 기간 안에 충북도에서 일제히 자진철거 등 이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에 반해 상생의 길 모색을 위한 공청회 마련 등도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충북도 공직협의 기자실 폐쇄에 대한 대응은 시·군에 비해 유연하다. 충북도 공직협 관계자는 “광역자치단체의 경우는 기자실 운영 폐혜에 대한 인식이 일선 시·군에 비해 크게 덜하다. 기자실 운영이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자실 폐쇄 문제에 대해 어떻게 해나갈 것인지는 전국 광역단체 공직협의회와 협의하에 이루어지게 될 것”이라며 “기자실 운영 개선 방안 등에 초점을 맞추고 자료를 수집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지역 주재기자들이 상주하며 출입하는 일선 시·군 기자실 운영에 대한 일선 공무원들의 불만은 훨씬 큰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진천군 한 공무원은 “기자실이 마치 군청 내 치외법권 지역 같이 장막에 가려져 있는 것 처럼 보였다. 실제 취재보다는 각 신문사의 사수 증대나 개인적인 사익을 위해 존재하는 귀찮은 존재로 인식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기자실 폐쇄는 너무도 당연한 일이었고 기쁘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기자실 폐쇄는 ‘정보 접근에 대한 근본적인 봉쇄’로써 결과적으로 국민의 알권리를 제한 할 수 있다는 견해도 만만찮다. 실제 진천군은 기자실 폐쇄 후 공보 업무를 할 언덕이 없어져 군정 홍보에 애를 먹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정보 접근 봉쇄는 아닌가

도내 지방지 진천 주재기자들은 기자실 폐쇄 이후 진천군의 보도 자료를 전혀 보도 하지 않고 있다. 보도 자료는 군정 홍보 내용이지만 주민들에게는 중요한 생활 정보가 될 수도 있다. 행정 기관의 보도 자료에만 의존한 보도는 언론 본연의 사회 환경 감시 기능을 망각한 기자의 직무 유기라는 비판을 받는만큼 경계되어야 하지만 기자실 폐쇄로 인해 유용한 정보마저 사장 된다면 알권리 제한으로 받아들여진다.
진천군청 공보 업무 담당자는 “기자실 폐쇄 이후 군정 홍보를 위한 보도 자료를 각 언론사에 보내고 있지만 신문에서 전혀 다루어지지 않아 홍보 업무에 애를 먹고 있다”며 기자실 폐쇄 이후 달라진 상황을 전했다.
이에 대해 진천군청 공무원직장협의회 김상봉회장은 “기자들이 기자실 폐쇄에 보복하는 의미로 고의적으로 보도자료를 쓰지 않는지 여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그렇다면 이는 기자 개인들의 양식의 문제 아닌가. 스스로 기자의 역할을 포기한 것이나 마찬가지다.”고 말했다.군청 한 간부는 “기자실 폐쇄에 대해 전반적으로 공무원들은 반기는 것 같다. 하지만 군정을 홍보하고자 할 때 마땅한 통로가 막힌 것이 아닌가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기자실이 있을 때는 기자들과의 유대 강화로 비판 기사에 대해 충분히 설명할 수 있었고 홍보 내용도 자주 전달하여 보도 할 수 있게 했는데 이제는 어렵게 됐다”며 장단점을 털어놨다.
전체적인 분위기는 하위직 공무원들은 크게 반기는 기색이었지만 간부 공무원들은 기자실을 통한 관과 언론의 오랜 유착 관행에서 벗어나게 된 것에 대해 어쩐지 몸에 잘 맞지 않은 옷을 입은 듯한 어색함과 일종의 두려움이 공존하고 있었다.
그러나 이같은 기자실 폐쇄 이후의 군정 홍보 문제보다 근본적인 것은 ‘정보 접근성 제한 가능성’이다. 기자실 폐쇄는 결과적으로 언제 어디서나 자유로와야 할 기자들의 정보 접근성을 통제하는 결과로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다. 기자실 폐쇄라는 극한 행동 자체가 기자에 대한 거부 의사 표시로 비쳐 정보 접근을 위한 취재 활동에 제약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것이다.
진천 모 주재기자는 “기자실에 있을 때는 귀를 열어놓고 있어 군정 흐름을 파악 할 수 있었는데 기자실 폐쇄 이후는 그렇지 못하다. 분명 행정 정보에 대한 접근성에 문제가 있다고 할 수 있다. 주민들이 정보를 제대로 접하지 못하는 요인이 된다.”며 기자실 폐쇄가 정보 접근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것이 기자실 폐쇄에 대한 보복 차원에서 고의적으로 정보를 방치하는 것은 아닌가라는 질문에는 “묵비권을 행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공직협의 기자실 강제 폐쇄로 인한 진천군에 대한 반감이 기자들 사이에 자리하고 있었음을 나타낸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그는 “기자실 폐쇄 운동은 전체적인 흐름 아니냐”며 받아 들였다. 나아가 기자실에 앉아 군청 보도 자료에 의존하던 데서 이제는 밖에서 여러 곳을 돌아다니게 되어 다양한 정보를 많이 얻을 수 있어 더 잘됐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다.
기자실 폐쇄가 기자의 정보 접근성을 제한하는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문제에 대해 진천군공직협 김상봉회장은 “예전에는 기자들이 군청에서 제공한 기사에 의존함으로써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다고 생각한다. 행정 및 사회 감시자로서 공정하게 보도한다면 얼마든지 취재 할 수 있다. 우리도 비판받을 것이 있다면 정당하게 받겠다는 것으로써 예전 같은 관언유착을 끊겠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 민경명·백낙영 기자

96년 옥천군청 기자실 폐쇄 사건
‘사회복지와 알권리 앞세운 감정 대응’ 평가…13일만에 끝나

기자실 폐쇄는 지금으로부터 6년전 옥천군청에서 처음으로 발생하여 전국적인 빅 이슈가 된 적이 있다. 13일만에 원 상태로 복귀함으로써 ‘미완의 혁명’으로 끝났지만 당시만해도 ‘사건’으로 받아들여졌었다.
그러나 당시 옥천군의 기자실 폐쇄는 지금과 같이 관언유착에 의한 잘못된 언론 관행을 깨겠다는 개혁적 차원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유봉열군수가 일부 언론의 보도 태도에 불만을 품고 언론 길들이기를 하기 위해 시도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
유봉열군수는 지난 96년 6월20일 간부회의에서 기자실 폐쇄와 계도지 관련 예산의 삭감을 지시했고 군청은 다음날 기자실을 폐쇄했다. 계도지를 폐지하고 이를 사회복지예산으로 전용함으로써 주민들에게 직접적인 복지혜택을 주겠다는 이유를 내세웠다. 그러나 충청일보와 연합통신에 대해서는 공보관 옆자리에 책상을 별도로 마련해 줌으로써 기자실 폐쇄의 대의 명분을 세우지 못했다.
호의적인 언론에 대해서만 취재 접근권을 허용하고 비판적인 언론에 대해서는 통제하겠다는 의미와 다름아니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언론은 유군수의 외동딸 특채 문제를 비롯하여 비판적인 보도를 계속했었다.
유봉열군수가 기자실을 폐쇄하자 충청일보를 제외한 도내 3개 신문사는 기동취재반, 이동편집국을 옥천으로 내려보내 유군수에 대한 집중적인 ‘때리기 보도’에 나섰다. 당시 차·부장급을 반장으로 특파된 기자들은 유군수의 개인비리를 캐내 보도하는 등 옥천군과 유군수에 대한 집중 포화를 쏴댔다.
이에따라 지역의 안정을 바라는 힘있는 기관들의 화해 압력도 거셌다. 결국 유군수는 13일만인 7월3일 기자실 폐쇄를 철회했다. 당시 옥천신문은 ‘사회복지와 알권리를 앞세운 감정적인 대응’이었다고 평가하면서 상처만 남겼다고 보도했다.
기자들이 별도 운영하는 ‘통영프레스센터’
“꽤 괜찮은 방안, 운영비가 부담”
경남 통영시청 출입기자들은 지난 5월말 시청에 있는 기자실을 나와 관공서에서 독립해 별도의 공간을 마련, 그 성공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출입기자들은 당시 통영시공무원직장협의회에서 기자실 폐쇄를 요구하자 시청 인근에 별도 사무실을 마련, ‘통영프레스센터’란 이름으로 사설 기자실을 연 것. 취재에 필요한 사무기기를 갖춘 통영프레스센터는 출입기자들이 운영비를 분담한다. 관공서에서 독립해 별도의 공간을 마련하기는 전국에서 처음이다.
출입기자인 시민신문 김주석기자는 “출입기자들이 운영비를 분담하기 때문에 재정적으로 힘이 들지만 눈치 보지않고 기사 쓰고 활동할 수 있어 좋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전국적으로 기자실 폐쇄 문제가 제기 되고 있는데 기자들에 의한 별도 사무실 운영 방식은 꽤 괜찮은 방안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통영시청도 기자들이 별도 사무실을 마련해 나간 후 ‘개방형 브리핑 룸’을 개설 중에 있다. 그러나 직원 휴게실 겸용으로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지면서 기자들의 반응은 시큰둥해 브리핑 룸으로 각광 받을 지는 미지수다.
/ 민경명 기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