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인적자원부, 내년도 국립대 전업 강사료 5천원 인상안 마련
4년제 사립대 2만∼2만5천원 선, "2∼3개대학 뛰어도 기껏 연봉 7백만원 수준”
교육인적자원부가 최근 2003년도 국립대 전업 시간강사에 대한 강사료를 현 3만4천원에서 5천원 오른 3만9천원으로 인상하는 방안을 기획예산처의 내년도 예산편성지침에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업 시간강사란 다른 직업 없이 대학강의 만으로 생계를 꾸려가는 사람들.
교육 인적자원부는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의 전업 시간강사가 2만5천명에 달한다고 추산하고 이중 9천여명이 박사학위 소지자라고 밝혔다. 교육인적자원부는 이외에도 시간강사 복지대책의 일환으로 국민연금이나 의료보험 가입방안 등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렇게 되면 시간강사들의 수입이 다소 오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인상안이 국회를 통과할 경우 주당 9시간을 강의하는 시간강사의 월 평균 수입은 81만6천원에서 93만6천원으로 인상된다. 그러나 직업이 있는 강사들은 이보다 적다. 정부는 국립대 시간강사료를 2001년 2만7천원에서 3만4천원, 다시 3만9천원으로 해마다 소폭 인상하고 있으나 월 평균 1백만원이 안돼 강사들은 여전히 불만이 많다.

가장 고학력층이면서 신분은 가장 불안

대학강의의 약 40%를 책임지고 있으면서 법적, 제도적으로는 교원이 아닌 시간강사들. 노동부 및 교육인적자원부는 이들을 법적으로 (일용직) 노동자로 규정하고 있다. 우리사회에서 가장 고학력층이면서 신분은 가장 불안한 사람들인 이들의 처우문제가 여론화 된 것은 이미 어제 오늘 이야기가 아니다. 그래서 지난해는 대통령까지 나서 강사들의 처우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정부는 이럴 때마다 국립대 강사료를 소폭 인상하는 선에서 그치고 말았다.
하지만 국립대는 그래도 사정이 나은 편이다. 사립대는 강사료를 대학이 자율적으로 정해 국립대보다 훨씬 밑돈다. 현재 일부 사립대가 2만5천원 이상이고 거의 2만∼2만5천원 수준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사립 전문대는 1만원대가 대부분이다.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이 각 대학들의 금년도 강사료를 조사한 결과 방송통신대가 가장 높은 4만4천원(직업있는 강사는 4만원)으로 드러났고, 성균관대가 3만2천5백원, 고려대와 영남대가 3만2천원, 서원대·아주대·연세대·이화여대가 3만원이고 나머지 대학은 2만원 대다.
서원대는 전국 사립대중 높은 편에 속한다. 더욱이 주당 강의시간이 3시간 미만인 사람들에게는 교통비로 주당 2만원을 더 얹어준다. 이에 반해 청주대는 2만8천원, 충주대 2만2천5백원, 충청대가 1만7천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대는 국립대 강사료 3만4천원에 연구지원금 명목으로 기성회비에서 3천원을 더 얹어 3만7천원을 지급하고 있다.

대학, 싼 값으로 학사운영

그럼 강사들은 몇 명이나 되는가. 그동안 이에 대한 파악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으나 최근 심경호 교수팀이 교육인적자원부 정책연구과제로 ‘대학의 강사제도 개선을 위한 정책연구’를 제출, 어느 정도 윤곽이 드러났다. 이에 따르면 대학에 출강하는 강사 연인원은 1백75개 대학의 강사명단을 정리한 결과 5만2천76명이고, 이 가운데 2개 대학 이상에 나가고 있는 중복인원을 뺏을 경우 3만9천4백87명으로 집계됐다. 이 중 전업 시간강사는 3만2천6백94명. 그러나 이 숫자는 교육인적자원부가 추산한 2만5천명보다 7천여명 많아 양측간에 다소 차이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청주지역 4년제 대학만 보더라도 시간강사는 정규 교원 못지 않은 숫자다. 충북대가 전업강사와 직업이 있는 강사를 모두 합쳐 602명, 청주대가 413명, 서원대가 338명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대학에서는 싼 비용을 들이고 대학을 운영할 수 있는 이점이 있어 강사들을 계속해서 늘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대학교육협의회에 의하면 4년제 대학의 외래강사 강의비율이 98년32.6%에서 99년 35.9%, 2000년 37.2%, 2001년38.1%로 해마다 늘어나는 양상을 보이고있다. 대학의 강사 의존율이 이렇게 높은 반면 이들에게 주어지는 수입은 형편없는 수준이다. 청주지역 대학에서 시간강사로 일하는 K모씨는 “강사들은 구두로 6개월 마다 위촉되는데 이 것도 자리싸움이 치열하다. 박사학위를 받았거나 과정 중인 사람들이 워낙 많아 시간강사 자리 하나 얻으려면 평소 교수들에게 잘 보여야 한다. 이렇게 들어가도 1년에 5개월은 방학이다. 그래서 2∼3개 대학을 다니며 ‘보따리장사’를 해야 기껏 월 1백만원의 수입을 올릴 수 있다. 연봉은 방학 제하고 7백만원 정도밖에 안된다”고 한탄했다.
그러다보니 이들은 평소에 중·고생 과외, 번역, 기타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등 생계를 위해 부업전선에서 뛰고 있으며 방학 때는 각종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고 K씨는 말했다. 또 P모씨는 “계약과정 없이 구두로 위촉되는 강사들의 특성을 악용해 강사료를 분명하게 가르쳐주지 않거나 제 때 지급하지 않는 대학도 있다. 대부분 강사들이 강사료가 얼마냐고 묻지 않으니까 이런 일들이 비일비재하게 일어난다. 대학의 숫자가 급격하게 늘면서 강사 자리도 증가했지만, 재정상태가 형편없는 대학들이 많아 질적으로는 나아지는 게 없다”고 말했다.

“우리도 하나의 사회적 지위를 지닌 존재”
전국대학강사노동조합의 주장을 들어보면 이들의 아픔은 보다 분명해진다. “그동안 연구, 시험출제, 성적처리와 같이 강의에 필수적인 작업들에 대해서는 아예 인정을 못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러한 불안한 신분구조와 열악한 처우상태는 강사들로 하여금 학문 외적인 일을 하지 않을 수 없도록 함으로써 교육의 부실화와 질적 저하를 초래해 이런 피해가 학생들에게 전가되는 악순환을 낳았다. 그러나 강사들은 각 대학에 뿔뿔이 흩어져 있어 자기 정체성을 갖기 어렵고 아무런 힘이 없는 강사들은 하루빨리 전임교수가 되어 이런 현실에서 벗어나려고 한다”고 전제하고 “이제 대학강사는 전임교원으로 가는 짧은 연결통로가 아니라 하나의 직업으로 되어 가고 있다. 전임교원의 숫자와 비슷한 현실에서 교수가 되기를 기다리는 사람쯤으로 인식하고 있지만 강사들도 하나의 독자적인 사회적 지위를 지닌 존재”라는 것이다.
따라서 심경호 교수팀은 강사제도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 정부는 교원의 범위에 시간강사를 포함할 것, 1년 이상 계약제도를 마련할 것, 대우교수와 겸임교수 등 비정규직 교원제도를 재검토할 것, 강사료를 현실화하고 강의개발·교재연구비 등 강의보조금을 지급할 것, 기초학문연구소 설치 및 운영확대, (가칭) 전국강사협회를 통해 사회보장제도를 편입할 것 등을 요구했다.
/ 홍강희 기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