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시, 한국문화정책개발원에 ‘직지 세계화 전략’ 용역
개발원측, “직지는 그동안 ‘냉동보관’돼 왔다” 지적
지의 세계화 전략이 추진되고 있다. 지난해 6월 직지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되면서 전 세계 인쇄발전사에 귀중한 자산으로 가치를 인정받게 되자 청주시가 ‘직지의 세계화, 청주의 세계화’ 장기전략 계획을 세웠다.
그래서 시는 직지를 기반으로 청주를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발전시키기 위한 세부사항을 개발키로 하고 한국문화정책개발원(이하 개발원)과 1억35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그래서 앞으로 이 계획이 순조롭게 진행되면 직지가 ‘실체없는 문화유산’이 아니라 보다 구체적으로 시민들의 가슴속에 존재하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직지는 훌륭한 문화자원”
이런 계획에 따라 개발원측은 지난 22일 시에 중간보고서를 제출하고, 오는 9월 13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직지를 활용한 청주의 도시마케팅 전략 수집을 위한 심포지움’을 연 뒤 시민공청회를 거쳐 2003년 4월경 완성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공동연구진(책임자 윤용중 한국문화정책개발원 책임연구원)은 중간보고서에서 “다른 도시와 차별적이고 경쟁력있는 문화자원을 활용한 도시마케팅은 문화도시 조성과 이미지 활용이 필요하고, 이런 인식이 시민들 속에 정착되며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전략적 정책수립이 요구된다”며 “직지는 청주시를 세계적인 문화도시로 발전시키고 알리는데 매우 적합하고 훌륭한 문화자원”이라고 밝혔다. 연구방향은 직지를 기반으로 미래지향적인 문화인프라와 문화관광상품 및 첨단문화산업을 개발하고, 육성방안을 제시해 지속가능한 청주시 발전의 핵심가치가 되도록 한다는 것이다. 특히 이들은 도시를 하나의 상품이나 기업으로 인식하고 그 도시의 모든 문화나 생산물을 자원으로 상품화하여 전체적인 상품가치를 높이는 도시마케팅적 관점을 강조하고 있다. 이러한 도시로 단순히 물 생산지에서 온천을 활용한 건강치료법을 개발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는 프랑스의 에비양이나 쇠퇴한 전통공업도시에서 하이테크·서비스 산업도시로 변신한 미국의 피츠버그시를 성공 사례로 들었다. 또 국내에서는 부산이 영화의 도시로 성공한 것을 비롯해 부천이 만화의 도시, 춘천이 축제의 도시, 진안이 건강의 도시로 유명해진 점을 거론했다.

직지 인식, 국내의 서지학자뿐
그러나 개발원측은 청주시를 직지라는 훌륭한 ‘재료’가 있음에도 이를 발전시키지 못한 도시로 진단했다. 이에 대해 연구팀은 “지금까지 직지는 청주의 역사일뿐 청주의 문화로 자리잡지는 못했다. 직지가 시민의 가슴과 문화속에서 재창조 돼온 것이 아니라 ‘냉동보관’되어 왔을 뿐이며 세계에서 최초로 금속활자를 만든 그 정신과 기술이 청주에서 확대재생산되고 있지 않다”고 중요한 지적을 했다.
실제 청주시민들은 직지가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알고 있으나 상당히 추상

적으로 인식하고 있다.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라는 사실에서 더 나아가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여기에는 그동안의 직지 관련 행사가 시민들과 유리돼 진행돼 왔기 때문이라는 설명이 따라다닌다.
그리고 독일이 이미 100여년 전에 구텐베르크박물관을 설치했으나 직지를 중심으로한 청주의 고인쇄박물관은 지난 92년 3월 개관해 겨우 10여년의 역사밖에 안되고, 직지를 아는 사람들도 국내의 일부 서지학자와 도서관 관계자들 뿐이라는 게 개발원측의 진단이다. 대다수 세계인들도 독일의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는 알고 있어도 한국의 직지는 모르고 있으며, 세계적인 온라인 서적 네트워크인 아마죤 홈페이지에 구텐베르크 관련 서적은 29종이나 올라가 있지만 직지 관련 서적은 없다는 것.
이어 직지에 대한 충실한 인터넷 사이트 한 개가 없다는 점도 지적됐다. 외국 사이트중 직지를 소개한 영문자료는 유네스코, 유네스코아시아문화센터, 호주국립도서관 등 4∼5개에 불과하고 이마저도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후 다른 고문서와 함께 소개되고 있다고 개발원측은 밝혔다.
이에 반해 구텐베르크 금속활자를 집중적으로 소개하고 있는 영문 사이트는 10여개에 달하고, 권위를 자랑하는 국제학술지에 소개된 것도 부지기수라는 것이다. 따라서 구텐베르크에 대한 방대한 연구는 서지학 외에도 중세사, 도서관학, 정보학, 인쇄술, 디자인학, 교육학 등 여러 분야에 걸쳐 다각적, 다차원에서 이루어졌다는 반증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직지는 국제학술지에 소개하려는 노력도 미미하고, 영어 이외에 불어나 독일어 등으로 알려진 자료 역시 찾기 힘든 것이 현실이다. 구텐베르크의 탄생지인 독일 마인츠가 도시 곳곳에 그의 발자취를 더듬을 수 있는 명소를 마련해놓고, 인쇄박물관을 100여년 전에 건립했는가 하면 전 세계 인쇄기기의 대부분이 하이델베르크 인쇄주식회사 등 몇몇 독일계 회사의 제품이라는 사실은 이들이 얼마나 금속활자의 세계화에 앞서 갔는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고인쇄박물관 지금 체제로는 안돼
청주고인쇄박물관도 차제에 기능을 확대해 시립박물관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개발원측의 주장이다. 이 박물관이 국제적인 역량을 갖추려면 연구인력의 전문화, 고급화 및 국제적 업무를 추진할 수 있는 전문 학예직 확보에 있다는 것이다. 실제 고인쇄박물관 학예 연구직원은 모두 3명에 불과, 직지를 세계화시키는 업무를 담당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전부터 있었다.
그래서 지난해 나 전 시장은 행정5급인 관장직을 직급 조정해 3급 상당의 전문가를 외부에서 초빙해오고, 학예연구사를 10명으로 대폭 늘리는 방안을 행자부에 올렸으나 거부당했다. 당시 행자부에서는 인구수에 비례해 공무원수가 정해져있어 임의대로 직급을 올릴 수 없다는 답변을 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개발원측도 이 점을 문제점으로 지적하고 박물관장의 직급 조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일반 공무원이 담당하고 있는 박물관장의 한계성을 일찌감치 파악한 것이다.
또 고인쇄박물관의 개편과 함께 제기되는 것이 고인쇄연구소의 신설이다. “학문적 연구결과가 발신되지 않는 문화는 이벤트화하기 십상이며, 변화하는 사회적 욕구를 따르지 못해 과거의 이미지가 퇴색해 버린다. 고인쇄 문화의 중심지로서 청주는 무엇보다 학문적 연구성과가 국제성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는 연구팀은 다양한 연구를 위해 산학협동을 제안했다.
이어 구텐베르크 박물관이 지난 1901년 개관한 이래 ‘구텐베르크 소사이어티’라는 이름의 전문가집단을 조직, 연구를 지원하거나 연구 결과를 세계에 전파하는 역할을 했다고 전제하고 고인쇄박물관도 이사회 중심에서 벗어나 금속활자를 중심으로한 포괄적인 소사이어티를 구성할 것을 검토하라고 말했다.

시민들 실현가능성 있는 계획 기대
청주시와 유네스코한국위원회는 지난해 직지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에 이어 기록유산의 보호 및 이의 디지털 전환, 데이터베이스의 구축 등 관련 분야에서 전문인력을 양성하는 제1차 유네스코 기록유산 워크샵을 열었다. 그러나 고건축물을 중심으로 한 기술교육의 대표적 국가인 이탈리아나 목조 선박의 보존훈련과정을 시키는 핀란드, 고건축 및 종이부문에서 국제적인 전문가를 양성하는 일본에 비해 우리나라는 이런 교육과정이 다양하지 않다.
따라서 금속활자를 포함한 기록유산에 관한 전문과정을 한국, 그중에서도 고인쇄박물관이 주도한다면 직지의 국제적 홍보에 크게 이바지 할 것이라는 개발원측의 주장이 눈길을 끈다. 그외 이들은 직지의 해외전시 실적이 너무 없다고 지적하고 기획전과 특별전을 별도로 진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청주시가 한국문화정책개발원에 직지세계화 전략을 용역 발주한 것에 대해 시민들의 의견은 환영한다는 것이 지배적이다. 다만 보고서를 내고 심포지움을 개최하는 데서 그치지 말고 실현가능성 있는 계획들을 제시, 청주가 명실공히 ‘직지의 도시’로 발전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할 것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 홍강희 기자

직지, 단체장들에게 ‘찬밥’
한대수시장 직지관련 공약 ‘빈약’
이원종지사도 “무관심하다” 지적
한대수 청주시장이 직지와 관련해 내세운 공약사항은 ‘직지의 세계화’ 장·단기적 추진이다. 한시장은 지난 26일 공약 세부실천사항을 발표할 때 이를 약속했다. 그러나 그 외에는 직지와 관련해 이렇다하게 내놓은 ‘메뉴’가 없다. 시 관계자도 “한국문화정책개발원에 용역을 준 연구 결과가 나와야 계획대로 추진할 것 아니냐”고 말했다.
그러나 ‘직지의 세계화, 청주의 세계화’ 전략은 나기정 전 시장이 추진하던 것으로 지난 2001년 시작됐다. 나 전 시장과 별개로 한시장이 독자적으로 직지관련 사업을 계획하고 있는게 없느냐는 질문에도 시 관계자는 “별다른게 없다”고 답변했다.
이에 반해 나 전 시장은 인쇄출판박람회, 직지오페라, 직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 직지디지털사업 등을 해왔다. 물론 일부 사람들로부터 직지를 앞세워 자신의 공적을 알리려는 정치적 의도가 너무 강했다는 비난의 소리도 들었지만, 직지를 대내외로 홍보하는 데에는 일조했다는 것이 전체적인 평이다.
따라서 한시장으로부터 직지를 한 단계 ‘업 그레이드’ 시킬 계획을 기대하던 시민들은 한마디로 ‘실망스럽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 관계자 모씨는 “직지에 관한 구체적인 계획이 없어 시장의 의중을 모르겠다. 지금까지 해온 직지관련 문화사업도 기대에 못미치는 수준인데 청주시가 직지를 기반으로 성장할 것이라면 한시장이 보다 구체적인 발전방향을 제시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한마디 거들었다.
그런가하면 이원종 지사도 직지에 너무 무관심하다는게 중론이다. 직지는 청주시민 것인 동시에 충북도민들의 것임에도 일체 간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말들이 많다. 시 관계자 모씨는 “이지사가 고인쇄박물관을 증축하고 인쇄출판박람회, 직지찾기운동을 벌이는데 도비를 지원한 것은 있으나 도 자체적으로 직지관련 사업을 한 것은 없다”고 말했다. 또 모씨는 “과거에 이지사가 직지 관련 행사를 하면 상대적으로 앞 선 나 전 시장의 공으로 돌아갈까봐 안한다는 이야기가 있었는데 이제 사정이 달라졌다. 한시장과는 사이가 좋으니 서로 밀고 끌고 하면서 직지를 세계적인 것으로 만들었으면 좋겠다”고 의견을 피력했다.

“직지, 노래로 첫선”
이세열 작사 유영환 작곡 박정현 노래
‘서원고을 흥덕사에 범종소리 들려오면/ 못다이룬 첫사랑에 눈물짓는 아낙네도/ 두손모아 비는구나/ 서기어린 직지의 뜻 진리따라 빌고 빌어/ 선의길로 인도할 때 속세의 슬픔도/ 거품인양 사라지고 내마음을 밝혀주네’
직지가 노래로 재탄생했다. 이세열 작사·유영환 작곡·박정현 노래의 이 곡은 트롯과 록이 만난 퓨전음악이다. ‘직지에 미친 남자’ 이세열(주성대 학술지원팀장)씨가 노랫말을 짓고, 향토작곡가 유영환씨가 곡을 붙이고, 폭포수 같은 발성으로 감동을 주는 지역가수 박정현씨가 힘을 보태 내놓은 것. 이세열씨는 “1절은 첫사랑에 실패한 묘덕스님의 아픔을, 2절은 직지찾기운동의 아쉬움을 표현했다. 직지찾기운동이 한동안 활발하게 진행돼 왔으나 각계의 의견 충돌로 지금은 소강국면을 맞고 있다. 따라서 이 시점에 다시 직지에 대한 관심과 사회적 붐 조성을 위해 대중앞에 한 발 더 나가고자 이 노래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직지 디제라티’의 저자인 이씨는 직지 노래를 당초 직지 동요·가곡과 더불어 자신의 결혼식 콘서트로 준비했다가 박정현씨의 노래로 선보이게 됐다. 이번에 내놓은 CD에는 이 곡 외에 ‘사랑해놓고’ ‘작은새’ ‘처음처럼’ 등 모두 7곡이 수록돼 있다. 한편 주성대 실용음악과 교수이자 가수인 강인원씨는 이 노래에 대해 “직지를 소재로 한 퓨전 트롯 록 가요 ‘직지’는 대중과 함께 호흡할 수 있는 가까운 노래며 대중과 가요와의 메시지 소통이란 점에서 가치가 높다”며 “가요와 대중과의 훌륭한 커뮤니티, 그것이 바로 노래 ‘직지’”라고 평했다.
/ 홍강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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