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세율 18% 인상하면 소주 출고가격 97원 올라
정부의 소주세율 인상 방침에 업계는 “서민가계 부담

정부가 국내 주류시장의 간판이자 대중주인 소주세율 인상 방침을 굳히자 주류업계와 소비자들이 시장에 미칠 파장에 뜨거운 관심을 보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 20일 국무회의를 열어 당정간 논란을 빚어온 소주세율을 당초 방침대로 인상하는 내용의 주세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물론 여당인 열린우리당까지 소주세율을 인상하면 서민가계에 부담이 커진다는 이유로 반대하고 있어 국회통과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개정안은 소주나 위스키 등 증류주에 대한 세율을 현행 72%에서 90%로 인상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소비자들이 먹는 소주의 출고원가는 정확히 375.52원이다. 여기에 교육세 81.11원, 부가세 72.70원 등의 세금이 붙는다. 이번 개정안으로 주세가 270.37원으로 오르면서 소주의 출고가격은 2홉들이 한 병이 800원에서 897원이 된다.
정부안이 통과될 경우 소주 한 병(360㎖)의 소비자 가격이 1100원에서 1200∼1300원으로 오르게 된다. 문제는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가격이다. 실제 세금은 100원이 인상되지만 음식점에서 판매하는 가격은 기존 3000원에서 4000원 안팎까지 대폭 오를 것으로 예상돼 소비자들이 피부로 느끼는 부담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물가가 올라도 소주가격을 올릴 명분이 없던 음식점에서는 이번 세율인상으로 판매 가격을 대폭 올릴 것으로 보여 서민들의 가계 부담은 더욱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세입 부족분 메우기 위해 소주세율 인상
정부는 왜 소주세율을 올리려는 것일까. 경기침체로 덜 걷히는 세금을 보충하기 위해 소주세율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것이 정부의 태도다. 소주와 위스키의 세율을 18%인상하면 3000억원 정도의 세금이 더 걷힐 것으로 정부는 예상하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정부의 소주세율 인상 방침대로라면 업계는 소주 956억원, 위스키 190억원 등 1146억원의 추가부담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여기에다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이 갈수록 커지고 있어 술값을 높여 이를 막아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 정부의 입장이다. 즉, 도수가 높은 술 소비를 줄이려면 세율을 높여야 한다는 것이 정부의 논리다.

이런 가운데 지난 13일 한국조세연구원 주최로 열린 ‘주세율 개편에 관한 공청회’에서 장근호 홍익대 교수는 한국인의 1인당 소주와 위스키 등 고도ㆍ증류주 소비량은 2002년 기준 4.5ℓ로 러시아(6.5ℓ), 라트비아(5.6ℓ), 루마니아(4.7ℓ)에 이어 세계 4위라고 밝혔다.

또 우리나라 15세 이상 인구는 2003년에 1인당 68병의 소주와 248병의 맥주를 소비했다. 1인당 순(純) 알코올 소비량은 2003년 기준 6.7ℓ로 10ℓ이상을 소비하는 독일, 프랑스보다는 낮고 6.6ℓ 수준인 미국, 일본과 비슷했다.
음주로 인한 경제ㆍ사회적 비용은 2003년 한 해 동안 16조9,0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기도 했다.

세율을 높여 고도주 소비를 줄이려는 정부의 방침에 반론도 만만치 않다. 1999년 소주세율을 두 배나 올린 뒤 잠시 주춤하던 소비량은 6개월 뒤에 늘어났다. 따라서 이번 세율 조정도 소주 소비량에는 별 영향을 주지 못하면서 4조원이 넘는 세입 부족분의 부담을 서민들에게 고스란히 떠넘겼다는 비난만 초래할 뿐이라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고도주 고세율, 저도주 저세율’에 따라 소주는 세율 인상, 맥주는 인하
소주세율 인상에 대한 논란은 199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EU 국가들이 한국에 수출하는 위스키에 부과되는 150%의 높은 세율을 소주수준에 맞춰 줄 것을 요구했다. 결국 WTO 주세 패널에서 패소한 한국은 소주세율을 기존 35%에서 72%로 인상한 반면, 위스키 세율은 72%로 낮추고, 2001년부터 이를 적용하기 시작했다.

이어 2003년 말 ‘고도주 고세율, 저도주 저세율’로 주세법을 개정하면서 100%이던 맥주세율을 단계적으로 낯추면서 2007년까지 72%까지 낮춘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었다. 이렇게 맥주세율을 인하하면서 생긴 세수감소를 메우기 위해 도수가 높은 소주와 위스키 세율을 높이겠다고 예고한 바 있다.

이에 대해 주류업계는 강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소주세율 인상은 각 지역에 기반을 둔 10개 지방소주사들의 판매감소로 이어져 소주산업이 크게 위축될 우려가 있다는 것.

충북소주 관계자는 “정부의 소주세율 인상이 국회를 통과한다면 단기간에는 큰 영향이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장기적으로는 5%정도의 매출감소가 예상돼 지방소주사들의 경영은 한층 어려워 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주류 업계에 따르면 지난 6월말 현재 소주 판매량을 보면 진로가 500만 상자(1상자 30병)로 1위, 이어 두산(강원도) 88만, 금복주(대구·경북) 86만, 대선(부산) 78만, 무학(경남) 77만, 보해(광주·전남) 66만, 선양(대전·충남) 33만, 하이트(전북) 20만, 한라산(제주) 11만, 시원(충북) 9만6000상자 순으로 판매됐다.

이 같은 월별 판매량은 경기 위축과 올해부터 정착된 주5일제도 등으로 금요일에는 술자리를 피하는 문화가 생겨 예년에 비해 판매량이 15% 이상 감소한 수치라는 것.
올 상반기 전체 소주 판매량도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2%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불황에는 소주가 잘 팔린다’는 통설이 무너지고 있는 셈이다.

정부의 소주세율 인상 방침에 대해 업계는 알코올 도수 21%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소주를 고도주로 분류한 것 자체가 세계시장의 흐름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결과라는 주장이다.

유럽 국가들은 포도주의 경우 알코올 도수가 22%를 초과할 때 증류주와 세율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것. 따라서 도수가 20.5~21%가 주종을 이루고 있는 소주는 고도주로 분류해서는 안된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정부안대로라면 내년에는 소주의 주세가 맥주와 비슷하게 되고, 2007년부터는 소주 주세가 더 많아지게 된다는 것이다. 또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 증가를 고도주에만 떠넘기는 근거가 희박하다는 것이 업계의 주장이다. 즉, 음주 사고의원인은 주변분위기에 따라 저도주의 대량 음주에 의해서도 얼마든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정부는 고도주 고세율, 저도주 저세율 원칙을 말하지만 알코올 도수 21도인 소주와 40도 이상의 위스키가 비교 대상이 아니다. 소비층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소주와 위스키를 같은 선상에 놓고 말하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맞는다. 정부는 소주같은 대중주에 세금을 과다 부과하는 조세 편의주의로 세수 부족을 메우려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삼겹살에 소주 한잔”이라는 애주가들의 습관을, 소주세율 인상이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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