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 아산 신도시에 이어 청주에도 백화점 진출 선언
전국에 13개 점포 확보… 치열한 ‘시장쟁탈전’

현대백화점의 충청권 공략 끝은 어디일까. 현대백화점이 충남 아산 신도시에 이어 청주시에 대규모 유통시설을 건립키로 하는 등 충청권 상권을 집중 공략하고 있어 업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7월 SK건설 컨소시엄으로 충남 아산신도시 천안아산 역사 앞에 조성되는 대형 주상복합 단지에 할인점과 백화점 사업자로 선정된 상태에서 지난 13일에는 청주시 흥덕구 복대동 대농청주공장 용지 내 유통시설에 백화점 진출을 공식 선언했다.

이로써 현대백화점은 업계 3강인 롯데와 신세계 가운데 충청권에서 가장 발빠른 움직임을 보이면서 시장 선점의 유리한 고지를 점령하게 됐다.

충청권 2개 지역 진출 확정으로 현대 백화점은 전국에 13개의 점포를 확보하게 되면서 백화점 빅3가운데 명실상부한 2위의 입지를 확고히 굳히게 됐다. 전국에 22개의 점포를 보유한 부동의 1위인 롯데와의 격차는 줄이고, 신세계(8개 점포)와는 격차를 더욱 벌이게 된 셈이다.

현대의 충청권 진출이 가속화되자 대전과 천안에 점포를 갖고 있는 한화 갤러리아백화점도 수성에 나섰다. 현재 임대건물에 영업중인 천안점은 신흥상권인 아산신도시 주변에 1만평의 부지를 확보하고 이전을 준비중인 것으로 알려져 향후 치열한 ‘시장쟁탈전’을 예고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아산점은 연면적 1만4000평 규모의 할인점을 내년 3월 착공해 2008년 개점할 계획이고, 2010년까지 연면적 2만4000평 규모의 백화점을 추가로 전립할 예정으로 청주와 비슷한 메머드급의 초대형이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충청권은 성장 잠재력 측면에서 돋보인다. 특히 청주는 인구 63만명에 대형백화점이 없고, 기존 쇼핑인구가 타 지역으로 유출되고 있어 백화점 입점을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또 “몇 년전 압구정 본점 기준으로 쇼핑객들의 지역 분포를 분석을 해봤는데 서울고객이 79%, 나머지는 경기, 충청, 영남 순이었다. 따라서 충청권에서 유출되는 고객과 향후 시장성을 따져봐도 사업성이 충분하다는 판단을 내렸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 업계에선 롯데와 사실상 2강 구도를 형성해 왔다. 하지만 백화점 부문의 성장이 한계에 다다르고 할인시장의 성장세가 뚜렷해지자 성장성의 한계에 도달했다는 지적을 받아온 것도 사실이다.

결국 돌파구로 할인점 진출과 잠재 가능성이 높은 곳으로 평가되는 충청권 집중 공략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사실 현대백화점은 그동안 ‘몸집줄이기’로 경쟁력을 키워왔다. 2003년 말 3360명에 이르던 임직원 수를 2800여 명으로 줄인 상태다. 2003년 이후 신규매장을 열지 않고 있다. 반면 지난 2월 서울 서초구 반포동 아울렛을 310억원에 매각했으며, 지난 4월에는 울산의 패션아울렛 ‘메이’를 125억원에 매각했다.

이런 현대백화점그룹이 지난 3월 관악유선방송사 인수를 신호탄으로, 5월에는 농협유통과 전략적 제휴로 할인점 진출을 선언했다. 이어 7월에 아산지역에 할인점과 백화점 입점 계획으로 본격적인 영역 확장에 불을 댕겼다.

나아가 현대백화점은 관악유선 방송사 인수의 여세를 몰아 지난 6일에는 충북 유선방송 시장을 양분해온 씨씨에스와 충북방송마저 인수해 지역에서 지위는 공중파 부럽지 않은 파워를 갖게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모두 950억원을 들여 성사시킨 이번 인수로 현대백화점은 기존 8개이던 SO가 10개로 늘었고, 전국 케이블TV 가입자 확보 규모 103만명으로, 태광 등과 함께 빅4로 SO업계에서 입지를 더욱 굳혔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현대백화점은 향후 방송과 통신의 융합, 디지털 복합화, 홈쇼핑 사업 확장 등의 측면에서 SO사업이 유망할 것으로 보고 앞으로도 추가 인수를 위한 외자 유치도 검토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청주백화점을 비롯한 지역의 중소백화점 업계는 브랜드 차별화를 예상해 겉으로 현대백화점의 진출 파장이 미미할 것으로 평가하고 있지만 긴장한 기색이 역력해 보인다. 또 브랜드 중복이 예상되는 성안길 로스숍들도 파장을 크게 우려하는 분위기다.

한 백화점 관계자는 “지역백화점과는 비교가 안되는 브랜드가 유치될 것으로 보인다. 영세한 지역 백화점은 어떻게 대응해야 될지 솔직히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대백화점의 청주 진출이 갖는 의미는 크다. 도청 소재지로는 제주를 제외하고 유일하게 대형백화점 진출이 없었던 낙후 도시의 이미지를 벗을 수 있게 됐다. 또 문제가되고 있는 원정쇼핑으로 인한 지역자금의 역외유출 방지 효과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현대백화점도 이런 맥락에서 충청권 진출이 행정중심 복합도시건설 등 잠재력이 큰 시장을 선점하는 효과를 배가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것이다.
명품브랜드의 차별화 전략으로 청주 진출을 선언한 현대백화점이 지역의 소비문화와 기존 상권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파장에 벌써부터 업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현대홈쇼핑 콜센터 이전 막후
그동안 현대홈쇼핑 콜센터 청주 이전의 일등공신은 경청호 그룹 기획조정본부 사장 정도로만 알려져 왔다. 지역 출신인 그가 콜센터 청주 이전에 결정적 역할을 한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현대백화점측도 이를 부인하지 않고 있다. 전국의 많은 지자체들이 각종 세금혜택과 이전비 지원등의 조건을 앞세워 콜센터 유치에 치열한 경쟁을 벌였지만 경 사장의 입김으로 청주가 낙점됐다는 것.

경 사장외에도 콜센터 이전의 숨은 공신이 바로 시행사인 (주)신영이다. 당초 신영이 대농공장부지를 개발하면서 백화점 입점 의향을 타진한 업체는 현대를 포함해 4개사였다. 이 가운데 롯데와 현대가 의향서를 제출하면서 백화점 입점을 강력 희망했다.

신영은 두 업체와 입점을 협의하면서 백화점외 청주에 도움이 될 업종을 유치해 달라는 조건을 달았다. 여기에 현대가 홈쇼핑 콜센터를 청주로 이전하겠다고 나서 롯데를 제치고 입점을 따내는 결정적 이유가 됐다고 한다.
신영측의 요구에 롯데가 제시한 조건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지하에 슈퍼 입점을 요구했으나 신영측의 건물 조성 컨셉과 맞지 않았다는 정도다.

롯데가 요구한 슈퍼의 성격이 할인점인지 여부도 궁금증을 불러일으키지만 신영측은 직답을 피했다. 다만, 충북도와 청주시가 중소 할인점 보호를 위해 추가 할인점 승인에 난색을 표하고 있었다는 신영측의 설명은 할인점이었을 것이라는 추정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나세찬 신영 상무는 “백화점 입점 조건으로 내건 타 업종 청주 유치는 지역에 도움을 주기 위한 회사의 방침이었다. 그런 점에서 현대가 제시한 콜센터 이전은 고용효과가 클 것으로 판단됐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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