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충북실내건축협회 회장 이미란 충청대 교수
올바른 실내건축 문화 정착 위해 협회 설립 주도

지난 15일 청주시 흥덕구 사직동의 한 건물에서 (사)충북실내건축협회 개소식이 조촐하게 열렸다. 이 단체의 회장을 이미란(45) 충청대 교수가 맡았다. 그가 협회 설립을 계획한지 6년만에 결실을 맺은 것이다.

   
소득이 늘어나면서 실내건축에 대한 인식들이 많이 변했다. 그래도 아직은 실내건축이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는 것이 시장의 현실이다. 이런 현실을 바로잡아 보겠다는 것이 그가 협회를 만들게 된 동기다.

이 교수는 “면허도 업는 업체들이 공사를 하면서 피해사례도 늘어나 실내건축에 대한 이미지가 좋지 않다. 종사자들이 자성의 시간을 갖자는데 협회 설립의 의의가 있다” 고 말했다.

개소식이 막 끝날 무렵 협회사무실서 그를 만났다. 160㎝도 채 안되 보이는 자그마한 키지만 남자들도 하기 힘들다는 건축분야에서 잔뼈가 굵어서 그런지 한눈에 보기에도 당차 보였다. 그는 손님을 맞고 행사 뒷처리를 하느라 바빴다.

주택공사 시절, 청남대 프로젝트팀에 참여
그가 걸어온 길을 보면 나서서 협회를 만들고 이끌어가는 일하곤 거리가 멀다는 느낌이다. 이 교수는 주택공사에 근무하면서 청남대 프로젝트팀에 참여해 인테리어 계획 일을 맡아 했고 이화여대에서 실내디자인 석사를 마친 뒤 개인 건축사사무실에 한동안 몸담았다.

교수채용 공고를 보고 꼭 붙어야 하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경험삼아 도전해본 면접에서 오범수 전 충청대 이사장의 “교육자는 사회에 기술을 환원할 의무가 있다”는 말에 감동을 받아 강단에 설 결심을 굳히게 됐다고 한다.

사실 그는 실내건축을 전공하게 된 이유를 ‘운명’이라고 말한다. 고교시절 담인선생의 권유가 있긴 했지만 “다시 태어나도 실내건축을 전공으로 선택하겠다”고 말할 정도로 실내건축의 매력에 푹 빠져 있다.

이 교수는 “실내건축은 재미있는 일이다. 비록 여자들이 종사하기에는 어려운 분야지만 완성한 뒤 느끼는 희열감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고 말했다. 건축에서 마지막에 소비자들과 만나게 되는 것이 인테리어라 여자들에게 더 장점이 많은 일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일이 아무리 재미있다고 해도 늘 즐거운 것만은 아니다. 건축은 다양한 공정별 전문인력이 맞물려 돌아가야 하기 때문에 사람다루기가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그녀가 강단에 서게 된 이유중 하나다.

그러던 그가 충북실내건축가협회를 만들겠다고 나섰다. 그는 “학문의 역사가 짧아 후발 전공이라고는 하지만 시장에서 자리도 잡기전에 일거리를 빼앗기고 있는 현실이 안타까워서”라고 이유를 설명했다.

실내건축은 공학은 물론 미학적 감각까지 익혀야 해 교과과정이 여간 힘든 것이 아니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배워 사회로 진출한 제자들이 제대로 대우를 받지 못하는 모습을 지켜보아야 했던 것이 그를 강단에만 머물게 내버려두지 않았다.

이 교수는 “업자체가 법규상 보호가 안된다. 종합건축 면허만 있어도 이 업을 할 수 있어서다. 건설경기가 나빠질수록 타 업종에 영역을 침범당하고 있는 실정이다”고 말했다.

뜻맞는 15명이 뭉쳐 협회 결성
협회를 결성하기까지 꼭 6년의 세월이 걸렸다. 진작부터 협회를 만들겠다는 결심은 했지만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 하지 않았다. 서로 이해 관계가 엇갈리고 협회를 만들려는 의도를 순수하게 보지 않는 주위의 시선때문이었다.

그러다 2004년 지역의 한 업자가 협회를 설립하기 위해 동종업체를 찾아다니며 설득에 나섰지만 동기가 순수하지 못한 사실이 알려진 것이 오히려 협회 결성의 촉매제가 됐다.

이후 협회 설립에 바짝 매달린 이 교수는 뜻을 같이 하는 15명과 의기투합해 마침내 협회를 설립하게 됐다. 일의 전문성을 고려해 협회 회원 가입 자격을 실내건축업종사 3년 이상, 교육자, 연구기관 종사자로 제한했다.

협회는 정회원뿐 아니라 다양한 계층이 참여할 수 있도록 문호를 열어두었다. 전문성은 있지만 실내건축분야에 종사한지 3년이 채 안된 회원들을 위해 준회원 제도를 도입했고, 실내건축 문화발전에 기여한 자에게는 명예회원 제도를 두고 있다.

실내건축을 공부하고 있는 학생들을 위해 학생회원제도 만들었다. 이렇게 해서 현재 가입한 회원만 150~200명 정도가 된다. 그는 “앞으로 학생들이 실내건축의 잘못된 이미지를 개선해 나가는 원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청주시와 ‘세상을 같이하는 집 만들기’ 협약 맺어
이 교수가 협회를 설립하게 된 가장 큰 이유는 실내건축에 대한 이미지 개선의 필요성때문이다. 무자격자가 난립하고 타 업종에서 실내건축까지 맡아 공사를 해 잡음이 잇따르면서 실내건축에 대한 올바른 인식을 심어줄 필요가 있다는 생각에서다.

어떻게 하면 좋은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을까를 생각하던 그는 사회봉사를 생각했다. MBC 방송사에서 하던 ‘러브하우스’나 지자체들의 ‘사랑의 집짓기 운동’ 이 그것이다. 하지만 사업을 꼼꼼히 따져본 결과는 생각처럼 그리 만만치 않았다.

이런 그의 생각은 청주시 건축심의 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것이 계기가 돼 지난 4월 영세민 주택고쳐주기 사업과 자연스럽게 연계됐다. 지난 9일에는 청주시와 ‘세상을 같이하는 집 만들기’ 사업추진 협약식을 갖고 내년부터 2동씩 리모델링이나 신축을 맡아서 하기로 했다.

흥덕구청에 의뢰한 첫 사업 대상으로 봉명 2동 봉송경로당 리모델링 사업이 선정됐다. 내년에는 시비가 지원되겠지만 이번 사업은 전액 협회비로 충당할 예정이다. 이미 회비로 사업비 1800만원까지 확보해 두고 있다.

이 교수는 “영세민 가정과 독거노인, 장애우, 경노당, 무허가 건물을 놓고 대상자 선정을 검토했다. 무허가 주택은 법적인 문제도 있고 해서 선정대상에서 제외했다. 까다로운 심의를 거쳐 사업 대상을 선정했다”고 말했다.

그는 협회가 권익단체가 되기 보다는 종사자들이 자성의 시간을 갖자는데 설립의 의의가 있다고 강조한다. 올바른 실내건축 문화가 시장에 정착하는 것이 최우선 목표라는 것. 이제 막 걸음마를 뗀 충북실내건축협회가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벌써부터 사뭇 궁금해 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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