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조명> 돈에 치이는 국회의원 지구당 사무실은 ‘돈먹는 하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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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중조명> 돈에 치이는 국회의원 지구당 사무실은 ‘돈먹는 하마’
  • 충청리뷰
  • 승인 2002.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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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광호의원 지구당 폐쇄를 계기로 본 실태
사무실 운영비 월 1200만원∼2000만원 부담
“후원회 열어 정치자금 모으기도 눈치보여”

자민련 송광호의원(제천 단양)이 지구당 사무실의 문을 닫았다. 지역 정계엔 아주 폐쇄한 것으로 여론화됐으나 말 그대로 일단 문만 닫은 것이다. 본인도 “전세로 입주해 있는 사무실의 운영을 잠정적으로 중단한 것”이라고 확인해 줬다. 송의원의 이같은 조치는 분명 상식을 깼다. 임기 후반기에 접어든 지역구의원이 2년 후 선거를 의식한다면 없었던 사무실도 새로 개설해야 할 판이다. 때문에 반응은 엇갈리게 나왔다. 그의 주장대로 고비용 정치를 개선해 보겠다는 순수한 의지로 받아들이는 측이 있는가 하면 그동안 탈당설에 휘말렸던 전후 관계를 되짚으며 이미 심정적으로 자민련을 떠난 게 아니냐고 예단하는 부류들도 많았다. 이런 논란에 대해 그는 예의 단정적인 언사로 즉답을 전해 왔다. “주변에선 탈당이니 신당행이니 말들이 많지만 확실한 것은 나는 지금 자민련 의원이고 그렇기 때문에 당이 깨지지 않는 한 나혼자 살겠다고 먼저 뛰쳐나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다.”<별도 상자기사 참조>
송광호의원이 앞세운 이유는 다름아닌 ‘돈’이다. 지구당 사무실 운영에 소요되는 막대한 경비가 그의 역발상을 불렀다. 송의원은 “지역구인 제천과 단양에 2개의 사무실을 운영해 왔는데 아무리 아껴써도 한달 1200만원은 들어 간다. 의원의 한달 세비가 평균 600~700만원인 마당에 이를 충당하려면 세비를 다 쓸어 넣고도 모자란다. 어디 가서 부정하라는 말밖에 더 되느냐”고 밝혔다. 우리나라의 고비용 정치구조에 대한 비판은 이미 오래전부터 거론돼 왔고, 현행 법적으로도 지구당 사무실에 유급직 종사원을 두는 행위는 금지됐지만 지구당 운영은 여전히 관행처럼 이어지고 있다.
지구당의 현실을 알아보려면 우선 중앙당과 지구당, 혹은 중앙당과 도지부간의 관계를 들춰 볼 필요가 있다. 국내 대표적인 3개 정당은 공조직의 관리를 위해 나름대로 중앙당의 지원을 당근책으로 운용하고 있다. 먼저 집권당인 민주당은 지역에 상관없이 도지부에 350만원, 지구당에 250만원씩을 매월 지원한다. 충북의 경우 도지부의 중앙당 유급직원은 3명(사무처장 정책실장 여직원)으로 중앙당 보조금으론 이들에 대한 급여자원 마련도 어렵다. 때문에 도지부의 운영은 후원회 개최를 통해 들어오는 기금에 대부분 의존할 수 밖에 없고 지구당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도 도지부의 상근 직원은 중앙당으로부터 급여자원을 지원받는다. 사무처장과 조직부장 여성부장 여직원 임시직 등 5명이 이에 해당된다. 그 외 도지부에 공식적으로 보조되는 것은 없다는 게 당의 설명이다. 각 지구당에 대한 지원액은 정액 월 100만원 정도다. 한나라당이 국회의 과반을 넘는 다수 의석을 차지하고 정권을 넘볼만큼 잘 나가는 요즘 형편을 감안, 타당에선 비공식적으로 지원되는 금액이 클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이원호 한나라당 충북도지부 사무처장은 근거없는 낭설이라고 일축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집권할 땐 살림이 옹색하지 않았으나 야당이 된 이후론 형편이 빡빡해졌다”고 말했다. 원내 교섭단체에서 밀린 자민련은 그나마 중앙당 보조금이 얼마전부터 뚝 끊겼다. 지구당에 대한 보조금은 애초부터 그림의 떡이었지만 도지부에 월 200만원씩 내려오던 지원금도 지난 7월부턴 감감 무소식이다. 6월 지방선거에서 참패한 후유증이 당장 돈문제로 이어지는 것이다. 자민련 관계자는 “돈, 정치자금에 대해선 할말이 없다. 남들은 후원회라도 열어 정치자금을 모으는데 우리는 그것도 쉽지 않다”고 푸념했다.
도내 각 지구당에 대한 취재결과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구당 운영비로 최소 월 1500~2000만원 내외가 소요되고 원외일 경우는 1000만원 내외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모 정당의 원외 지구당 위원장은 “정치자금이라는게 무슨 생활비마냥 일정 규모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있으면 있는대로 없으면 없는대로 쓰면 된다. 그렇지만 정상적인 활동과 기본적인 품위 유지를 위해선 어쩔 수 없이 들어가는 돈이 많다. 굳이 재론할 것도 없이 돈을 떠나고선 정치를 생각할 수 없다. 문 밖에만 나가면 돈이다. 지금은 그래도 각종 후원회활동이 활성화 돼 정치인들에게 일종의 탈출구가 되고 있지만 기본적으로 개인 재산이 풍족하지 못한 정치인은 항상 돈 때문에 마음고생이다. 나름대로 확실한 기준을 정해 꼭 필요한 돈만 쓰고 있지만 그래도 한달 평균 한 장씩(1000만원)은 들어 간다. 정당의 지구당이라고 해 봤자 고작 사무국장과 여직원 한명씩을 두고 있는데도 이 정도다”고 설명했다. 그런가 하면 현역 국회의원의 한 보좌관은 정치와 돈 사이의 필요충분조건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지금은 그래도 많이 나아졌다. 주민들의 의식도 예전같지 않아 국회의원에게 무조건적으로 요구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각종 행사 협찬이나 애경사 참석 요구는 국회의원 등 정치인들이 풀어야 할 과제다. 부탁하는 측에선 이런 요구가 별것 아니지만 지역구 전체를 상대해야 하는 의원의 입장에선 당혹스러울 때가 많다. 괜히 서운한 감정을 줬다가는 그들과 한순간에 등을 지게 된다. 이것이 한국 정치의 한계다. 물론 지구당운영도 순수 경비만을 생각한다면 그렇게 크게 부담가지 않는다. 문제는 지구당을 통해 들어오는 이같은 청탁이다. 꼭 필요한 곳만 찾아가 성의표시를 한다고 해도 매월 엄청난 돈이 들어 간다. 돈에 인색했다가 주변으로부터 욕먹는 정치인들을 어렵지않게 볼 수 있다. 아무리 아끼고 아낀다고 해도 꼭 들어가야 할 돈은이 있다. 그것이 한달 천만원이 되고 이천만원이 된다.”
국회에 의원사무실을 갖고 있는 현역 의원들에게 딸리는 보좌, 비서진은 통상 6명이다. 이들은 모두 국회 사무처에 소속돼 신분보장과 함께 급여까지 국가로부터 받는다. 규정대로라면 일반행정직의 4급에 해당하는 정책보좌관 2명을 비롯해 5, 6, 7, 9급 각 한명씩으로 구성된다. 이들에 대해선 국가로부터 급여가 지원되기 때문에 종종 해당의원들이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 예를 들어 사람 이름만 올려 놓고 그에 해당하는 급여를 의원의 비자금이나 사무실 운영비로 사용하는가 하면 이들 보좌 비서진들의 급여를 일부 깎아 역시 공동 경비로 전용하는 경우도 있다. 심지어 자신의 친.인척을 비서진 명단에 올려 놓고 안전하게(?) 급여를 확보하는 사례도 있다. 대부분이 국회의원들의 주머니사정 때문에 빚어지는 편법이다. 이에 대해 국회 사무처의 한 관계자는 “지금은 예산집행에 대한 자체 감사기능 네트워크가 포괄적으로 형성되어 있어 이런 편법은 잘 통하지 않는다. 물론 과거에는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솔직하게 말한다면 지금도 이런 일들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문제는 이렇게 조성된 돈이 공적 경비가 아닌 의원들의 사적인 목적에 쓰여질 때 빚어질 수 있다”고 여운을 남겼다. 한 관계자는 “국회의원들이 처음 여의도에 입성하면 보좌 비서진의 인선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 국회주변을 맴돌며 생계를 유지하는 사람들이 부지기수다 보니 동료의원이나 낙선한 의원들한테까지 청탁이 들어 온다. 심지어 당차원에서 의원 개인의 보좌, 비서진을 조율하는 경우도 있다. 이런 와중에 보좌, 비서진들에 대한 정부 급여가 일부 장난질쳐지는 사례가 종종 벌어진다”고 말했다.
국회의원들에게 있어 지구당 사무실은 ‘혹’과도 같은 존재다. 특히 선거 때 외의 시기엔 더욱 그렇다. 계속 붙이고 있자니 부담스럽고 그렇다고 떼자니 아쉬운 것이다. 고민은 여기서부터 시작된다.

“무리하게 운영하면 부작용만 커”
송광호의원의 지구당 폐쇄는 우선 그가 현역의원이라는 점에서 특히 주목을 받았다. 때문에 이에 쏠리는 시각도 가지각색이다. 그의 얘기를 직접 들어 봤다.

-현역의원으로 지구당 사무실의 문을 닫는다는 것은 위험요소도 많을텐데.
“알고 있다. 하지만 여력이 안되는데도 무리하게 운영할 경우 오히려 부작용이 클 것으로 판단했다. 지구당을 완전히 폐쇄한 게 아니다. 전세로 입주한 사무실은 그대로 놔두고 직원들만 철수시킨 것이다. 언젠간 다시 열 수 있을 것이다. 사무실 전화를 동생집으로 착신해 놨기 때문에 큰 부작용은 없다고 본다”
-단순히 경비부담이 이유라면 후원회라도 열어 자금을 확보하면 되잖느냐.
“국회의원들이 1년에 두번정도 후원회를 여는데 결국은 똑같은 사람들한테 손을 내미는 꼴이다. 아무리 후원회라고 하지만 주변인들에게 자꾸 부담주는 게 싫다. 조만간 제천이 낳은독립운동가 탁사 선생을 추모하는 기념하는 세미나를 가질 예정인데 이런 순수한 행사에도 경비를 대기가 버겁다. 여러모로 어렵다.”
-일각에선 자민련 탈당을 전제로 미리 멍석을 까는 행위라고 의심한다.
“그동안 기회있을 때마다 강조했듯이 당이 깨지지 않는 한 먼저 나가는 경우는 추호도 없을 것이다. 지금 나와 관련된 각종 얘기는 말 그대로 억측에 불과하다. 나는 본인의 당적문제에 대해 구체적으로 말한 적이 없다.”
-지구당 사무실을 완전 폐쇄하지 않았다면 그럼 언제 다시 열겠다는 것인가.
“연말 대통령 선거 때가 되면 가능하지 않겠는가. 신당 후보가 누가 되든 선거를 하려면 돈(지구당 운영비)을 내려 보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그 말은 곧 이미 신당행을 결정했다는 뜻으로 해석되는데.
“현 자민련의 입지를 생각한다면 결국 그렇게 되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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