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의원들의 내년 재량사업비가 50%나 인상됐다. 이것도 일종의 특혜라는 주장이 많다.
의원재량사업비 3억원 책정, 무려 50% 인상
요즘 충북도청이 호시절을 보내고 있다. 도지사 판공비의 사본공개가 마땅하다는 법원의 판결과 생존권을 보장하라는 농민들의 시위를 빼면 눈에 번쩍띄는 이슈가 없는 것이다. 지방언론에서도 도정에 대한 비판기사는 눈을 씻고 봐야 보일까 말까다. 덩달아 도청 출입기자들은 최근 취재거리가 없어 고민이다. 사건과 일이 있는 곳에 기사가 될만한 ‘먹이감’이 있게 마련인데 지금의 분위기는 차분하다 못해 밋밋함(?)마저 준다.
언제부턴가 도의회쪽의 목소리도 착 가라 앉았다. 집행부에 대한 감시,견제가 도의회의 1차적 기능이라면 지금같은 분위기는 분명히 정상은 아니다. 때문에 도의회 스스로도 제발이 저렸음인지 몇몇 뜻있는 의원들의 입에선 자성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주변에선 지금 “충북도의회가 직무를 유기하고 있다”고 비난한다. 집행부에 대한 행정사무감사와 내년도 예산안을 심의할 도의회 정례회가 지난 20일 시작됐지만 어찌된 영문인지 이에 대해 큰 기대를 거는 사람은 별로 없다. 실제로 화끈한 공방이 없는 것이다. 왜 그럴까.

50% 인상은 도의원에 대한 시혜

도의원들은 이미 집행부로부터 큰 선물을 받았다. 내년도 예산안에 의원들의 재량사업비로 한 사람당 3억원씩이 책정된 것이다. 말 그대로 도의원들이 자신의 지역구를 위해 재량(裁量)껏 활용할 수 있는 재원이다. 지난해까지는 이 재량사업비가 2억원이었다. 결국 도의원들이 마을안길을 포장해주고 경로당 등을 지어 유권자들에게 생색을 낼 수 있도록 집행부가 관련 예산을 50%나 인상하는 선심을 쓴 것이다. 현재의 도의원 수가 25명(비례대표 포함)임을 감안하면 무려 25억원을 늘려 75억원을 만들어 준 셈이다. 내년도 예산중 도지사의 재량으로 집행할 수 있는, 이른바 도지사 가용재원을 약 700억원(추정치) 정도로 볼 때 이 정도의 돈은 새발의 피에 불과하지만 역시 내년 선거를 의식, 가지많은 나무들을 챙겨야 할 지사의 입장에선 선뜻 내키지가 않았을 것이다. 그러잖아도 충북도는 내년 당초 예산안을 1조2967억원으로 결정, 결국 올해의 1조1555억원과 비교 타 시.도보다 월등히 높은 12.2%의 팽창예산을 의회에 상정함으로써 많은 의혹을 사고 있다. 이런 마당에 도의원 재량사업비를 50%나 인상했다는 것은 분명한 시혜다. 이에 대해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의원 재량사업비의 50%인상이 다소 과했다면 나로선 할말이 없지만 어쩔 수 없지 않으냐”고 반문한 후 “내년도 당초예산안의 인상폭이 큰 것은 소모성과는 상관없는 특별회계쪽에서 24%나 증가하는 바람에 전체적인 비율이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선거 앞둬 “누이좋고 매부좋고”

충북도가 내년도 예산을 수립하는 과정에서 도의원들의 로비와 청탁도 극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일은 매년 예산을 세울 때마다 항상 벌어지는 현상이지만 올해는 특히 심한 것 같다. 모두 내년 선거가 원인이다. 때문에 지금 도청과 도의회 주변에선 양측간에 서로 예산을 나눠먹기 위한 공모(!)가 자행된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사정이 이런데 도의회가 자기 목소리를 낼 수 있겠는가.” 이렇게 말하는 한 관계자는 “지금 안에선 참으로 재미나는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 한마디로 골치아프다”며 묘한 말을 남겼다.
지난 20일자 지방신문엔 충주출신 도의원들이 의원재량사업비 6억원을 내년 무술축제에 지원키로 했다는 보도가 나와 논란을 빚었다. 이 말은 임봉빈의원이 충주시청 기자실을 방문, 보도자료를 통해 발설한 것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도의원 재량사업비가 책정된 내년 예산안은 아직 도의회의 심의도 안 거쳤다. 결국 결정되지도 않은 예산을 제 멋대로 들먹인 것이다. 더군다나 무술축제를 하느냐 마느냐는 전적으로 충주시와 충주시의회의 소관이고 이미 내년 행사는 안 하는 쪽으로 내부 방침이 정해진 상태다. 이에 대해 관련 도의원은 “생색용 사업보다는 지역의 관광활성화에 기여하고 싶다는 순수한 충정에서 뜻을 모은 것”이라고 밝힌 반면 충주시의회측은 “아주 웃기는 일이다. 내년 선거와 관련 무슨 저의가 있는게 아니냐”며 비아냥거렸다. 주변에선 이번 일에 대해 도의회의 현주소를 가늠케하는 한 사례로 보려는 시각이 많다.

책임지지 않는 풍토가
위상추락 원인

많은 사람들은 도의회가 결정적으로 탄력을 잃은 시점을 지난해 7월로 본다. 당시 후반기 의장선거와 관련 박재수 전의원의 뇌물 파동으로 무려 여섯명의 의원이 구속되는 상황이었기 때문에 당연히 도의회로선 충격이 클 수 밖에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이미 ‘벌어진 일’이 아니라 향후 수습에 있었다. 도의회가 구속 및 연루의원에 대한 조치를 어물어물 넘기면서 스스로의 정체성을 크게 훼손시킨 것이다. 이에 대한 모 의원의 얘기엔 서릿발이 섰다. “당시 책임지려는 사람이 누가 있었는가. 뇌물에 연루된 의원들만 잠시 구속됐다가 풀려난게 고작이다. 이러고서야 조직에 영(令)이 설 리가 없다. 비슷한 뇌물사건이 터진 타 지역은 우리와는 달랐다. 도덕적으로 책임질 사람은 책임지면서 조직을 추스린 것이다. 박재수 전의원의 뇌물사건이 터진 후 도의회의 책임자가 이원종지사한테 달려가 구명을 요청하는 순간에 이미 도의회는 죽었다.”
/ 한덕현 기자


오제세씨 내년선거 나와? 안나와?
거취놓고 궁금증 증폭.
본인은 “여건이 조성돼야 ”

오제세 전청주부시장(행자부 고충처리위원)에 대한 궁금증이 요즘 부쩍 더 커지고 있다.
한번 정확하게 취재해서 기사화하라는 주변의 주문도 많아졌다. 오 전부시장<사진>은 이미 오래전에 내년 청주시장 출마를 시사했지만 아직 구체적 활동을 보이지 않고 있다. 주말마다 자주 내려와 행사에 참석하고 지역의 많은 애경사를 챙기고 있지만 그것만으론 유권자들의 양이 차지 않는 것이다. 때문에 측근들로부터 상대(나기정시장과 김현수 전시장)는 뛰고 있는데 아직 걸음마만 익히고 있다는 잔소리를 많이 듣는다. 출마하려면 빨리 공직을 사퇴하든지 분명히 처신하라는 요구도 많았지만 여전히 꿈쩍도 않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의 입장은 ‘생각은 굴뚝같지만 아직 여건이 조성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시장선거와 국회의원 선거는 차이

“고향을 위해 새로운 아이디어로 봉사하고 싶다는 생각엔 변함이 없다.
특히 청주시정을 획기적으로 변화시킬 수 있는 자신감도 있다. 그러나 민선이라는 것이 쉽게 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 여건이 조성되어야지... 주변분들의 조언은 항상 고맙게 생각한다. 그러나 행정을 보살필 지방자치단체장을 뽑는 선거는 국회의원이나 대통령 선거와는 다르다고 본다. 너무 정치적인 문제에 휘말릴 필요가 없다는 생각이다. 기회가 되면 순수한 행정가로서 그동안 중앙과 지방에서 쌓아 온 노하우를 발휘하고자 하는 바람뿐이지 다른 욕심은 없다. 결국 내가 시민들로부터 선택될 수 있는 여건이 먼저 조성돼야 후회없는 행동을 할 것이다.” 그의 이말은 아직 ‘관망중’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더 솔직하게 말한다면 그가 원하는 여건조성은 한나라당 공천이다. 때문에 공천히 확실히 보장되지 않는 한 그가 공직의 울타리를 벗어던질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볼 수 있다.

“차라리 공직에 남았으면” 바람도

오 전부시장이 기대하는 것은 자신의 깨끗한(?) 이미지에 대한 객관적인 평가다. 비록 청주부시장 재직시 매끄럽지 못한 처신으로 한때 스타일을 구기기도 했지만 일반인들에겐 아직도 큰 흠집과 아쉬울 것이 없는 ‘무던한 인물’로 각인돼 있다.
그는 지난 98년 지방선거 때 당시 시장이던 김현수씨에게 치우친 행보를 보이는 바람에 선거에 당선된 나기정 현 시장과 껄끄러운 관계로 지내다가 결국 ‘무능한 부시장’으로 낙인찍혀 보따리를 싼 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말이야 중앙 전출이지만 어쩔수 없이 택한 유배나 바름없었다. 처신이나 행동이 결코 정치적이지 못한 그가 과연 권토중래의 깃발을 올릴지는 두고 볼 일이다. 일각에선 그의 나이(53)를 감안, 현재의 1급(관리관)을 버리고 정치판에 뛰어들기 보다는 차라리 공직에 남아 지역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하기바라는 분위기도 많다.
이에 대해 그를 잘 아는 한 측근은 “상품은 좋은데 글쎄 그 상품의 가치를 알리는 게 문제”라고 말해 역시 여건의 성숙을 기다리는 눈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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