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위 보름달과 한민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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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가위 보름달과 한민족
  • 임병무 고문
  • 승인 2005.09.15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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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月)은 한국인의 영원한 향수다. 평생 달과 함께 더불어 살다 저승길에서는 달이 되고 별이 된다. 아이는 달덩이 같아야 한다. 특히 여자 아이의 얼굴은 달덩이를 닮아야 최고의 미인으로 쳤다. 그래서 한국인의 얼굴은 달을 닮은 문 페이스(MOON FACE)다.

지금은 양력으로 생년월일을 기록하는 사람들이 대다수지만 아직도 호적엔 양력으로 올리고 집안 대소사, 결혼, 회갑 등에는 음력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사주팔자도 으레 음력으로 본다. 정부에서 그렇게 양력사용을 권장하였으나 뿌리 깊은 음력 선호도를 근본적으로 막지 못했다.

생활문화란 통치의 대상이 되지 못한다. 이중 과세를 말리다가 하는 수 없이 전통의 설, 추석을 연휴로 정하지 않았던가. 율리우스력을 거친 그레고리력인 태양력을 전 세계가 보편적으로 사용하고 있지만 한국인은 음력을 병행하고 있다. 태양력 캘린더를 아무리 만들어도 우리는 그냥 ‘달력’이라 부르고 태양력 행간사이로 음력이 잔글씨로 숨어들어도 여전히 그 향수의 조각을 끄집어내어 방점을 찍는다.

아폴로 우주선이 달에 착륙한 이후에도 거기에는 옥토끼와 계수나무가 살고 있다고 믿으며 ‘해님 달님’이야기를 아이들에게 들려주고 있다. 달이 뜨면 인간이 늑대로 변한다는 ‘나자리노’ 서양설화와 달리 우리의 달은 ‘반달’노랫말이 말해주듯 푸른 하늘 은하수에 토끼 한 마리가 쪽배를 타고 서쪽나라로 간다.

우리민족에게 달은 생활 그 자체다. 저 멀리 우주가 농촌 마당으로 내려와 앉아 우리의 생활을 주관하다시피하고 있다. 씨앗을 뿌리고 싹을 틔우고 가을걷이를 하는 농사 과정을 달에게 물어봐야 한다. 물때를 맞추는 어부들에게는 달에 대한 애착이 남다르다. 1년 열두 달, 달 모양을 바라보며 바다로 나가고 그물에는 하나 가득 달빛을 건져 올리며 만선의 기쁨을 ‘어부사시사’로 노래한다.

12진법으로 진행되는 ‘달 타령’을 들어보면 계절의 바뀜과 일상생활의 변화, 명절, 세시풍속 등을 모두 알 수 있다. “얘들아 오너라 달 따러 가자...장대로 달을 따아 망태에 담자” 라는 대목은 달과 친숙한 우리네 삶의 또 다른 표현이다. 마치 감을 따듯 달을 따고 있는 것이다.

한가위 송편은 반달모양이요, 소반이나 쟁반은 보름달 모양이다. 송편을 잘 빚어야 예쁜 딸을 낳는다는 말은 달덩이 같은 미인을 염원한 여심의 변용(變容)이다. 몰딩한 것처럼 한복의 선도, 버선코도 보름달, 반달 모양으로 동글동글하다. 한가위 보름달 아래 펼치는 여인네의 ‘강강술러는 영낙없이 보름달을 닮았다.

풍물놀이 또한 동그라미의 연속이다. 꽹과리, 북, 징, 장구 등 농악기가 모두 둥근 모양이고 또아리를 틀었다 풀어주는 멍석말이 진법도 보름달을 닮았으며 전립 위에서 돌아가는 상모도 수없이 많은 원무를 허공에 그려낸다.

청원군 강내면 월탄리의 마을 이름은 아주 시적(詩的)이다. 월탄(月灘)은 ‘달여울’이니 달빛 흐르는 강의 정취는 말하지 않아도 알만하다. 창호지를 통해 안방으로 쏟아지는 달빛은 더 아름답다. 여인의 적삼을 훑고 지나가다 부서지는 달빛, 거기에는 어딘지 모르는 그리움과 기다림이 묻어있다.

이번 추석엔 달 같은 송편을 빚으면서 마음속에서도 저마다 둥근 달을 빚어보자. 대립각을 세우기 일쑤인 세파에 강강술래 같은 원융(圓融)의 철학을 수놓아 보는 것이다.   / 언론인·향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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