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개 복제 성공 ‘일등공신’이병천교수

줄기세포 연구등 황우석교수 도와 세계적 성과 일궈
모교 신흥고 재학생들에 과학자의 꿈과 희망 심어줘


줄기세포 연구등에서 세계적 성과를 일궈낸 황우석 교수의 ‘비서실장’, ‘오른팔’, ‘수제자’, ‘마이다스의 손’. 인간과 가장 가까운 친구로 불리는 개를 세계 최초로 복제하는데 일등공신인 이병천(41) 교수에게 붙은 수식어들이다. 복제 개 ‘스너피(Snuppy)’ 탄생이후 이 교수는 개와 돼지의 바이오장기 생산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또 소의 광우병 내성 생산연구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고 한다. 연구에 바쁜 시간을 쪼개 이 교수가 지난 6일 모교인 청주 신흥고를 찾았다. ‘자랑스런 동문’으로 선정된 이 교수는 복제 개 탄생에 얽힌 뒷 얘기와 줄기세포 연구과정을 중심으로 특강을 가져 후배들로부터 뜨거운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그는 후배들에게 어느 연예인 못지 않은 스타가 되어 있었다. 이병천 ‘신드롬’으로 신흥고 재학생가운데는 과학자의 꿈을 키우는 학생들이 크게 늘어났다고 한다. 문과에서 이과로 계열까지 바꿔가며 이 교수의 뒤를 잇겠다는 학생도 생겨날 정도다. 이 교수의 어떤 점이 이렇게 후배들에게 꿈과 희망을 심어준 것일까. 이 교수의 연구 업적중 가장 높이 평가되는 것은 역시 복제 연구분야에서 가장 넘기 힘든 산으로 평가되어왔던 개 복제를 세계에서 처음으로 성공했다는 점일 것이다.개 복제 성공으로 세계최초의 수식어를 만들어 보겠다고 결심 이 교수가 개 복제에 도전하기로 결심한 것은 동물복제 분야에서 세계최초의 신화를 만들어 보겠다는 생각에서다. 그래서 2002년 동물중에서 복제하기가 가장 어렵다는 개에 도전장을 내밀었던 것이다. 이 교수는 “국내에는 여러 동물 복제분야에서 세계최초란 수식어가 붙은 연구성과가 없었다. 고양이 복제는 미국의 연구인프라에 한국과학자의 기술력이 더해져 미국에서 탄생했다. 사슴 역시 국내 과학자가 복제에 성공했지만 미국에서 성공한 것이다. 국내는 우수한 과학자와 인프라내지는 시험을 이끌 시스템이 부족했지만 이를 극복하고 세계최초로 개 복제를 시도하게 됐다”고 연구 배경을 설명했다. 개 복제가 어려운 이유는 이렇다. 소는 1년에 17번의 발정이 오기 때문에 난자를 채취하기가 쉽다. 하지만 개는 1년에 단 2번만 발정을 해 난자 확보가 다른 동물에 비해 어렵고 해부학적 구조가 수정란 이식이 어려운 동물이다. 특히 개는 다른 동물과 달리 성숙되지 않은 난자를 배란하기 때문에 이를 채취해서는 세포융합이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또 미성숙한 난자를 체외에서 배양하는 방법도 실용화되지 않아았기 때문에 과학계에서는 복제가 힘든 동물로 평가돼 왔다. ▲ 세계최초로 개 복제 성공에 일등공신인 이병천교수가 지난 6일 모교인 신흥고에서 특강을 가져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개 복제 성공률 1.6%, 배아 복제 성공률 0.0018%에 불과
개 복제에 도전을 시작한 이 교수팀은 세살 난 ‘아프간 하운드’ 수컷 타이의 피부에서 체세포를 떼어 잡종 개의 난자에서 핵을 뺀 뒤 융합시켜 대리모에 이식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진도개와 풍산개 등 국내에도 유명한 토종개가 있긴 하지만 개 복제 연구에 아프간 하운드를 사용한 것은 모양이 독특하다는 점 때문이다. 일반개인지 복제 개인지 구별을 하기 위해서는 대리모와 모양이 전혀 다른 개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연구팀은 마리 당 평균 12개의 난자를 채취, 1,095개의 복제배아를 만들었고, 대리모 1마리에 5~12개의 배아를 이식했다. 123마리의 대리모 개 중 3마리가 임신했으나 한 마리는 유산됐고 최종적으로 태어난 2마리 중 1마리는 폐렴으로 숨졌다. 지난 4월24일 마침내 제왕절개로 스너피가 탄생한 것이다.

123마리의 대리모에서 2마리 출생했으니 복제 성공률은 1.6%로 아주 낮은 수치다. 배아를 기준으로 하면 복제 성공률은 0.0018%로 성공률은 더 낮아지는 험난한 연구과정 이었다.

스너피 탄생은 인간 유전자와 비슷한 점이 많은 개를 질병동물 모델로 대량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난치병 치료에 한발짝 다가섰다는데 의미가 더해 진다.

이 교수는 “수 많은 실패를 경험으로 개복제에서 5가지 중요한 핵심 포인트를 발견하게 됐다. 지금은 이 가운데 4개는 규명했다. 앞으로 복제 효율을 높인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개 복제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팀이 복제 개 스너피를 탄생시키자 세계과학계는 찬사와 우려를 동시에 보냈다. 미 국의 뉴욕타임스는 지난 7년 동안 1900만달러를 투자하고도 아직 개 복제에 성공하지 못한 캘리포니아 ‘제네틱 세이빙스 앤 클론’사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번 성과를 복제연구 분야의 ‘에베레스트’ 등정에 비유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국 더 타임스와 일본의 아시히 신문도 개 복제 성공의 연구 성과를 높이 평가했고, 한국이 복제연구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아졌다는 기사를 일제히 내보내기도 했다.

개 복제 성공을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동물보호 단체와 생명윤리 단체에서는 개 복제 성공으로 복제 기술이 인간의 영역으로 번지게 된다면 현대사회의 윤리관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많은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기도 했다.

복제양 ‘둘리’로부터 ‘스너피’까지 동물 복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원초적인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동물복제에 적용된 체세포 복제 기술은 한 동물의 몸에 있는 체세포를 떼어내 암컷 난자에 수정시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체세포를 제공한 동물과 그 복제 동물의 관계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즉, 스너피는 체세포를 제공한 아프간 하운드의 자식인가 아니면 그 자신인 가. 여기에다 대리모 개와의 관계는 무엇인가 등의 규명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논란의 소지가 되고 있다.

불치병 정복의 가능성 높아져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 복제 성공이 갖는 의미는 역시 난치병을 정복할 가능성을 이 기술이 열어 놓았다는 점 때문에 세계가 흥분하고 있는 것이다.

윤리문제에 대해 이 교수는 “서울대학교 내에도 실험동물 관리위원회라는 것이 있어서 동물실험은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서 한다. 이런 규정은 국제기준에 맞게 되어 있다. 그리고 국내의 생명윤리법 테두리내에서 연구를 하고 있어 이 연구가 난치병 치료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 교수는 충북도가 오송생명과학단지 조성 등 전략산업으로 BT산업을 집중육성하려는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토의 중심에 위치해 뛰어난 입지조건을 십분 활용해 바이오단지를 만들고 육성한다면 충북경제에도 큰 활력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고향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면 기꺼이 자문역을 맡아 지역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혀 고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비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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