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최초 개 복제 성공 ‘일등공신’이병천교수
모교 신흥고 재학생들에 과학자의 꿈과 희망 심어줘
개 복제에 도전을 시작한 이 교수팀은 세살 난 ‘아프간 하운드’ 수컷 타이의 피부에서 체세포를 떼어 잡종 개의 난자에서 핵을 뺀 뒤 융합시켜 대리모에 이식시키는 과정을 거쳤다.
진도개와 풍산개 등 국내에도 유명한 토종개가 있긴 하지만 개 복제 연구에 아프간 하운드를 사용한 것은 모양이 독특하다는 점 때문이다. 일반개인지 복제 개인지 구별을 하기 위해서는 대리모와 모양이 전혀 다른 개가 필요했던 것이다.
이렇게 해서 연구팀은 마리 당 평균 12개의 난자를 채취, 1,095개의 복제배아를 만들었고, 대리모 1마리에 5~12개의 배아를 이식했다. 123마리의 대리모 개 중 3마리가 임신했으나 한 마리는 유산됐고 최종적으로 태어난 2마리 중 1마리는 폐렴으로 숨졌다. 지난 4월24일 마침내 제왕절개로 스너피가 탄생한 것이다.
123마리의 대리모에서 2마리 출생했으니 복제 성공률은 1.6%로 아주 낮은 수치다. 배아를 기준으로 하면 복제 성공률은 0.0018%로 성공률은 더 낮아지는 험난한 연구과정 이었다.
스너피 탄생은 인간 유전자와 비슷한 점이 많은 개를 질병동물 모델로 대량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난치병 치료에 한발짝 다가섰다는데 의미가 더해 진다.
이 교수는 “수 많은 실패를 경험으로 개복제에서 5가지 중요한 핵심 포인트를 발견하게 됐다. 지금은 이 가운데 4개는 규명했다. 앞으로 복제 효율을 높인다면 지금보다 더 많은 개 복제 가능할 것이다”고 말했다.
이 교수팀이 복제 개 스너피를 탄생시키자 세계과학계는 찬사와 우려를 동시에 보냈다. 미 국의 뉴욕타임스는 지난 7년 동안 1900만달러를 투자하고도 아직 개 복제에 성공하지 못한 캘리포니아 ‘제네틱 세이빙스 앤 클론’사 등의 사례를 소개하며 이번 성과를 복제연구 분야의 ‘에베레스트’ 등정에 비유하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영국 더 타임스와 일본의 아시히 신문도 개 복제 성공의 연구 성과를 높이 평가했고, 한국이 복제연구 분야에서 국제적으로 위상이 높아졌다는 기사를 일제히 내보내기도 했다.
개 복제 성공을 바라보는 시각은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었다. 동물보호 단체와 생명윤리 단체에서는 개 복제 성공으로 복제 기술이 인간의 영역으로 번지게 된다면 현대사회의 윤리관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많은 논란을 일으킬 소지가 있다며 우려의 목소리를 제기하기도 했다.
복제양 ‘둘리’로부터 ‘스너피’까지 동물 복제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원초적인 문제가 제기되기 시작한 것이다. 동물복제에 적용된 체세포 복제 기술은 한 동물의 몸에 있는 체세포를 떼어내 암컷 난자에 수정시키는 것을 말한다.
따라서 체세포를 제공한 동물과 그 복제 동물의 관계를 명확히 구분하기가 어렵게 된 것이다. 즉, 스너피는 체세포를 제공한 아프간 하운드의 자식인가 아니면 그 자신인 가. 여기에다 대리모 개와의 관계는 무엇인가 등의 규명이 뚜렷하지 않다는 점이 논란의 소지가 되고 있다.
불치병 정복의 가능성 높아져
많은 논란에도 불구하고 개 복제 성공이 갖는 의미는 역시 난치병을 정복할 가능성을 이 기술이 열어 놓았다는 점 때문에 세계가 흥분하고 있는 것이다.
윤리문제에 대해 이 교수는 “서울대학교 내에도 실험동물 관리위원회라는 것이 있어서 동물실험은 위원회의 승인을 받아서 한다. 이런 규정은 국제기준에 맞게 되어 있다. 그리고 국내의 생명윤리법 테두리내에서 연구를 하고 있어 이 연구가 난치병 치료 목적으로 사용된다면 문제는 없을 것이다”고 말했다.
한편 이 교수는 충북도가 오송생명과학단지 조성 등 전략산업으로 BT산업을 집중육성하려는 움직임을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국토의 중심에 위치해 뛰어난 입지조건을 십분 활용해 바이오단지를 만들고 육성한다면 충북경제에도 큰 활력이 될 것으로 분석했다.
이 교수는 “고향에서 나를 필요로 한다면 기꺼이 자문역을 맡아 지역발전에 보탬이 되도록 하겠다”고 밝혀 고향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비치기도 했다.
이형모 기자
lhm043@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