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작가 김운기씨, 고희 앞두고 농촌변천사 집대성

충북을 대표하는 사진작가 김운기씨(69)가 또 일을 벌인다. 집에 앉아 있으면 병이 난다는 그는 고희를 코앞에 둔 지금도 말 그대로 엄청나게(?) 돌아 다닌다. 사진을 찍고 자료를 챙기기 위해서다. 그가 지금 매달리는 대상은 농촌이다. 농촌의 변천사를 자신만의 사진으로 집대성하겠다는 의욕에 나이도 잊고 산다. 아주 과거부터 지금까지 농촌의 모든 변화를 사진으로 재현한다는 계획이다.

   
“사실 농촌은 주변 어디에나 있다. 그러나 내가 보는 농촌은 하루하루가 달라진다. 많은 것이 사라지고 많은 것이 변한다. 어느날 문득 더 없어지기 전에 뭔가 사실적 기록으로 남겨야 겠다는 생각을 갖게 됐다.”

그가 주머니에서 꺼낸 종이엔 충북지역 농특산물의 종류가 촘촘히 적혀 있다. 이중엔 우리가 늘상 시장이나 식탁에서 접하는 것도 있고, 어느덧 잊혀진 품종도 있다. 농촌의 하찮은 것까지 모두 사진을 통해 기록하기 위한 준비작업이다.

그가 늦은 나이에 이처럼 농촌에 천착하는 이유는 농촌에서 태어난 사람의 귀향의식 때문인지도 모른다.

김운기씨는 충북의 사진기자 1호다. 기록사진 분야에서 그를 따라갈 사람은 아직 없다. 1969년 충청일보에 입사해 1994년에 정년퇴임했지만 다시 편집위원으로 5년간 근무했고, 지금은 대학강의(충북대 평생교육원)와 일반인들의 사진동호회를 지도하느라 눈코뜰새가 없다. 김운기씨만큼 신문기고를 끊임없이 하는 사람도 없다. 전문가 답게 지금까지 책을 여섯권이나 냈다. “69년 신문사에 입사했는데 카메라가 단 한대였다. 아사이 펜탁스(SV)라는 제품으로, 표준렌즈 하나로 7년을 버텼다. 그래도 이 사진기로 전국 지방지에선 유명세를 탔다. 어려웠지만 보람과 긍지가 컸던 시절이었다.”

현재 그가 가지고 있는 카메라는 모두 6대, 하지만 모두 필름을 쓰는 구형 카메라다. 초등학생도 가지고 다닌다는 디지털카메라엔 관심조차 없다. 사진의 모든 면에 있어 디지털이 필름을 따라가지 못한다는 평소 신념 때문이다.

72년 단양 수해 때 헬기취재중 비행기가 추락하는 바람에 죽을 고비를 넘기기도 했던 그는 특별히 후배들에게 시(詩)를 강조한다. 시를 알아야 사진에 스토리가 스며든다는 게 그의 사진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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