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사들 약속 위반으로 시 면허 발급 발목 잡혀

제천시가 때 아닌 ‘택시 파동’에 ‘멀미’를 앓고 있다.

제천시는 최근 법인택시 감차를 전제로 개인택시 59대를 증차키로 하고 법인택시 1차 감차분 52대에 해당하는 자격 선순위자 52명에게 택시 면허를 신규 발급하는 등 개인택시 면허 대기자의 적체 해소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개인택시 잔여 증차분 7대에 대한 면허 자격 우선 순위자 3~4명이 제천시에 무조건적인 면허 발급을 요구하며 1인시위에 돌입하는 등 거세게 저항하고 나서 시 관계자들을 난처하게 하고 있다.

당초 건설교통부는 올 6월부터 각 시군 지자체의 무분별한 택시 공급을 억제하고 대중교통 수단의 안정적 수요 공급을 유지하기 위해 택시 증차를 지역별 총량 범위 내에서만 허용한다는 방침을 각 지자체에 내려보냈다.

이에 따라 제천시가 전문 기관에 용역 의뢰한 결과 제천시의 합리적인 택시 총량은 550대라는 최종 보고서가 제출됐다. 현재 총 700여대의 택시가 운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제천 지역은 이미 기준 총량보다 150대나 초과된 택시가 운행 중인 셈이다.
이를 부제 강화와 같은 방식으로 규제한다고 해도 최소한 2009년까지는 법인, 개인 모든 부문에서 택시 증차 요인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게 시의 전망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오직 개인택시 증차만을 바라보고 법인택시나 버스 회사 등에서 10여 년 간 무사고로 근무해 온 대기자들은 앞으로도 4년 이상 택시 증차를 기다려야 하는 절박한 처지에 놓이게 된 셈이다. 특히, 이들은 개인택시 면허 발급 때까지 무사고 상태를 유지해야 하지만, 가벼운 대인대물 사고도 경찰에 공식 접수를 하지 않으면 택시공제조합의 보험 혜택을 받을 수 없기 때문에 택시 총량제에 따른 면허 발급 지연은 이들에게 생존권을 위협하는 악재가 아닐 수 없다.

택시 법인의 입장에서도 총량제가 달갑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지난해 11월 지역별 택시 총량제를 앞두고 시가 개최한 설명회에서 법인택시 대표들은 총량제의 취지에는 공감하면서도 구체적 후속 대안 없이 증차만을 규제하겠다는 정부의 방침에 노골적인 불만을 드러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설명회에 참석했던 한 법인 대표는 “근속 연수가 10년 이상인 무사고 택시 기사의 경우 오직 개인택시 면허만을 바라보며 박봉과 열악한 근무 여건을 감수해왔는데, 개인택시 증차가 백지화되면 법인 택시 기사들의 대규모 이직은 불을 보듯 뻔하며, 이는 가뜩이나 기사난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택시 법인에게도 부정적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항변해 참석자들의 공감을 산 것으로 전해졌다. 일부 참석자는 “택시 총량제가 도입되면 회사 택시를 자진 감차할 테니 차라리 시가 매입하라”며 거세게 반발하기까지 했다는 후문이다.

이처럼 택시법인과 기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는 가운데, 최근 양측은 모임을 갖고 H택시, M택시, 또다른 H택시 등 제천 지역에서 영업 중인 택시회사 3개 사가 총 52대의 택시 사업권을 시에 반납하는 대신 시가 그만큼을 개인택시 몫으로 증차하고, 개인택시 면허 대상자들이 영업 보상비 명목으로 택시 회사측에 한 대 당 2500만 원씩을 지불하기로 합의해 자체 해결의 돌파구를 마련했다. 개인택시 자격을 갖춘 기사들 입장에서는 시로부터 면허만 발급받으면 택시 구입비 이외에는 별도의 비용을 지출할 필요가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지만, 총량제에 발목 잡힌 현실을 타개하기 위해 불가피하게 2500만 원의 영업 보상비를 자진해서 부담하는 차선의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법인 택시 입장에서도 택시 기사들의 개인택시 진출의 숨통을 틔어주는 것이 후순위 택시 기사들의 노동 의욕을 향상시키는 등 안정적 노사 관계 유지에 도움이 된다는 판단에서 차량 감축이라는 어려운 결단을 내리게 된 것.

그러나, 최근 개인택시 면허 발급 대상자 중 일부가 합의를 번복하고 개인택시 추진위원회 측의 각서 제출 요구를 거부하면서 문제는 다시 복잡한 양상으로 변질되기 시작했다.

제천시 관계자는 “5대 5로 같았던 개인택시와 법인택시 비율을 6대 4로 조정했더니 개인택시 59대의 증차 요인이 발생했다. 이를 법인택시 회사와 개인택시 자격 대기자들에게 통보해 양측의 합의를 유도한 결과 감차 의사를 밝힌 3개 택시 회사가 52대의 차량을 반납해 개인택시 면허 선순위 자격자 52명이 각각 2500만 원의 보상금을 해당 법인택시 회사에 지불함으로써 현재 개인택시 면허 발급을 위한 행정 절차가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나머지 7대도 택시 회사의 감차 요인이 발생할 경우 순번에 따라 개인택시 자격자들이 2500만 원의 보상금을 지불하고 개인택시 면허를 발급받기로 합의가 이뤄진 상황에서 갑자기 대기자 중 일부가 개인택시 추진위에 보상금 지불 각서를 전달하지 않은 채 막무가내로 면허 발급을 요구해 어안이 벙벙하다”며 고충을 토로했다.

러나 제천시는 택시법인 측에서 추가로 7대의 택시를 감차하지 않는 한 더 이상의 개인택시 증차는 어렵다는 쪽으로 입장을 정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시위 참가 기사들은 시의 무조건적인 면허 발급을 거듭 요구하며 자신들의 주장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1인 시위 등 실력 행사를 지속할 뜻을 분명히 해 개인택시 증차를 둘러싼 갈등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시위를 이끌고 있는 K씨는 “개인택시 면허는 양도 양수의 대상이 아니므로 택시 법인에 영업 보상금을 지불할 이유가 없다. 택시 총량제도 법적 강제 규정이 아닌 건교부의 지침일 뿐이므로 시가 총량제를 이유로 개인택시 증차를 거부하는 것은 표를 의식한 민선 시장의 눈치보기식 행정의 전형이다. 따라서 우리의 정당한 요구가 받아들여질 때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반발했다.

그러나 제천시의 용역 결과 지속적인 인구 감소, 자가용 차량의 급증 등으로 인해 더 이상의 택시 증차는 운송 업계 전반에 심각한 경영 악화를 초래할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기존에 영업 보상금을 전제로 개인택시 면허를 신청한 52명과의 형평성을 고려할 때도 시가 예외적으로 허가를 내주기는 불가능한 게 사실이다.

이에 대해 나머지 개인택시 면허 대기자들은 “이번 개인택시 증차는 택시 회사들의 감차 조치에 따라 이뤄지는 것으로서 영업 보상금 지급을 전제로 하고 있다. 영업 보상금을 지불하지 않겠다는 사람들은 이번 말고 2009년 이후에 자연 증차 요인이 발생하면 그때 가서 우선순위에 따라 면허를 발급받으면 된다”면서 59순위 이후 순번 대기자 중 선순위자들이 보상금을 대납하면 이들에게 개인택시 면허를 발급하는 선에서 조속히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는 바람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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