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CN, 충북케이블TV 시장 ‘지존’ 등극

HCN, 씨씨에스와 충북방송 인수로 케이블TV시장 독과점
현대백화점 그룹, 백화점?콜센터 충북 진출 본격화

HCN(청주케이블방송·대표 김동운)이 (주)씨씨에스와 (주)충북방송을 인수하면서 충북도내 케이블TV 시장의 판도변화와 파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HCN은 이들 회사 인수로 가입자 25만의 거대 ‘공룡’ 종합유선방송사가 되면서 충북의 케이블TV 시장을 독점하게 됐다.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6일 계열사인 관악유선방송을 통해 코스닥기업인 씨씨에스의 주식 181만6900주(38.59%)를 877억원에 인수했다. 또 씨씨에스의 계열사인 충북방송 지분 100%도 73억원에 인수하는 등 총 950억원에 이들 회사를 인수했다고 밝혔다.

   
관악유선방송은 현대홈쇼핑이 59%, 현대백화점H&S가 27%의 지분을 보유한 회사다. 이로써 현대백화점그룹은 기존 8개 종합유선방송사(SO)를 포함해 총 10개의 SO를 운영하는 복수 종합유선방송사업자(MOS)로 새로운 위상을 갖추게 됐다.

씨씨에스의 계열사인 충북방송은 씨씨에스가 75%의 지분을 가졌으며, 씨씨에스는 차종철 이사 등 최대주주 특수관계인이 40%의 지분을 가진 업체다.
이들 회사 매각으로 씨씨에스의 대주주인 차씨는 부채 등을 청산하고도 약 600~700억원 가량의 시세차익을 챙긴 것으로 알려졌다.
씨씨에스는 충북지역 최대 SO로 지난 6월 말 현재 충주, 제천 등지에 케이블TV 가입자 8만8800여 명을 보유하고 있다. 충북방송도 청주, 청원 등에 8만여명의 가입자를 갖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따라서 현대백화점그룹은 태광, CJ, CNM 등과 함께 전국 케이블TV 가입자 규모가 100만명을 넘는 국내 4대 메이저 MSO의 반열에 이름을 올리게 됐다.
한편 씨씨에스는 지분매각과 함께 보유중이던 남광토건 보통주(18.4%)와 전환사채 등을 199억여원에 관계사인 에스네트에 매각했다.

HCN이 씨씨에스와 충북방송을 인수한 구체적인 조건은 확인되지 않았지만 국장 1명을 제외한 전직원의 고용을 승계하는 조건에 양측이 합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양측의 고용승계 합의로 씨씨에스와 충북방송 직원들은 일단 신분유지는 가능하게 됐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HCN의 선별 채용이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도 제기되고 있어 논란이 예상된다.

씨씨에스의 올 상반기 영업실적이 적자를 기록한 상태에서 씨씨에스와 충북방송 직원 80명의 고용승게는 HCN으로서는 부담이 될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또한 HCN은 씨씨에스와 충북방송의 직원중 상당수를 차 사장의 측근으로 분류하고 있다는 소문까지 나돌아 향후 구조조정으로 인한 진통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케이블TV 시장 독점으로 시청료 인상과 지역자금 역외 유출 우려
지역의 관심을 끄는 부분은 단연 HCN의 향후 행보와 시장에 미칠 파장에 모아지고 있다. HCN은 일단 올 연말까지는 현 체제를 유지하면서 실사작업을 마치고, 내년초 통합방송으로 정식 출범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문제는 통합유선방송사로 재 탄생하게 될 HCN이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어떻게 활용하느냐 여부다. 방송의 질이나 서비스 향상에 주력한다면 문제는 없다. 하지만 경영부담을 시청료 인상 등으로 시청자들에게 떠넘길 경우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벌써부터 이 같은 폐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돌고 있다.

그동안 청주의 케이블TV는 HCN과 충북방송이 시장을 양분하면서 가입자 확보를 위한 치열한 가격경쟁으로 타 시도에 비해 싼 가격에 방송을 시청할 수 있었다. 하지만 양사의 통합으로 앞으로 시청료 인상에는 속수무책일 수 밖에 없게 됐다.
또한 막대한 지역자금의 역외 유출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의 계열사인 HCN이 지역에서 벌어들인 돈은 본사로 흘러들 수 밖에 없어 지역 자금의 역외 유출이 예견된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HCN 관계자는 “충북방송과 가격경쟁으로 케이블TV 시청료가 타 지역에 비해 저렴했던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방송위원회로부터 시청료 인상을 지적받아 지난 5월 100% 인상한 적이 있다. 따라서 당분간 시청료 인상은 없을 것으로 본다. 지역에서 번 돈은 지역에 환원한다는 것이 회사의 방침으로 안다”고 말했다.

종합 유선방송사업은 가입자 확보 외에도 인터넷 서비스, 인터넷 전화 등 부가사업을 통해 고수익을 올리는 ‘알짜배기’ 사업이다.
HCN은 청주와 도내 남부지역을, CCS는 충주를 기반으로 도내 북부지역을 방송권역으로 유선방송과 부가사업을 병행하면서 그동안 상당한 수익을 올려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씨씨에스는 원래 차동철씨가 1999년 충주에 설립한 종합 유선방송사다. 한때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공중파 방송의 지역 채널배정권을 쥐고 있는 잇점을 십분 활용해 단기간에 지역에서 입지를 굳혀왔다.
씨씨에스는 이후 청주진출을 모색하면서 2003년 충청방송을 인수하고 상호를 충북방송으로 변경했다. 도내전역을 방송권역으로 하는 충북방송을 인수하면서 씨씨에스는 남부권까지 진출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했던 셈이다.

하지만 기존 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HCN의 벽에 부딪쳐 가입자 확보에 어려움을 겪었고, 당초 의욕적인 출발에 비해 성과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HCN의 한 관계자는 “청주시 유선방송 가입자중 HCN이 70%, 충북방송이 30% 정도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 씨씨에스가 청주시장을 확보하기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자했지만 효과는 그리 크지 않았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남광토건 경영권 인수 위해 회사 매각했을 가능성 제기
차동철씨는 왜 회사를 매각한 것일까. HCN과 충북방송 주변에서는 방송시장 변화에 따른 재투자가 부담이 됐고, 결국 회사를 매각한 자금으로 자신이 주주로 있는 남광토건의 경영권을 인수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설이 유력하게 제기되고 있다.
현재 유선방송 시장은 기존의 아날로그 방식에서 디지털 방송으로 빠르게 전환하는 추세다.

디지털방식은 아날로그에 비해 송·수신 과정에서 잡음에 강하기 때문에 훨씬 깨끗한 화질을 얻을 수 있다. 또 CD 수준의 음질과 쌍방향 구현이 아날로그에 비해 훨씬 용이한 장점이 있다. HCN은 지난 1일부터 디지털케이블TV 상용서비스를 실시하고 있다.

씨씨에스와 충북방송도 디지털 방송으로 시설 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씨씨에스의 올 상반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대비 52% 감소한 8억원에 그쳤고, 순이익은 지난해 상반기 17억원에서 올해 26억원 적자로 전화하는 등 경영이 급속히 악화됐다.
따라서 약 200억원이 투자되어야 하는 디지털방송 시설 전환은 차씨로서는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렇게 되자 차씨는 결국 유선방송 사업을 포기하고, 자신이 주주로 있는 남광토건 경영권을 인수하려고 한다는 것이 회사 매각의 배경이 된 것이다.
차씨는 지난 1월 코스탁 상장업체인 알덱스 등 3개업체와 컨소시엄을 구성해 남광토건의 우리사주조합 보유지분 9.08%를 125억원에 매입했다. 이 지분을 인수하면서 씨씨에스와 알덱스 컨소시엄은 지분율이 49.91%로 늘어나 남광토건의 경영권을 확보했다.

알덱스는 포스코에 제강 원료를 납품하는 업체로 지난해 3분기까지 매출 580억원에 32억원의 순이익을 낸 업체로 알려졌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남광토건을 인수한 차씨가 다시 경영권을 확보하기 위해 알덱스가 보유한 지분(31.51%)까지 인수하기 위해 충북방송과 씨씨에스를 매각했다는 것이 경영권 인수설의 실체다.

차씨가 경영권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남광토건은 광복 직후인 1947년에 설립해 그동안 굵직굵직한 사회간접자본 건설공사와 주택공사 등을 통해 성장을 거듭해 온 회사다.

한때 건설업계 도급 순위 7위까지 올라갔던 이 업체는 신군부시절 정치자금 문제로 전두환 전 대통령의 미움을 사 쌍용그룹에 흡수됐다가, 2003년 쌍용이 유동성 위기를 맞으면서 다시 매각된 회사로 전해졌다.

남광토건은 건설교통부와 철도청의 관급공사를 주로하면서 최근에도 1000억원 규모의 지하철공사를 수주하는 등 건설업계 도급순위 35~40위권을 꾸준히 유지하고 있는 업체다.
현재 차씨는 회사 홈페이지 조직도에는 나타나 있지 않지만 남광토건 회장직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HCN 관계자도 차씨의 회사 매각 배경에 대해 재투자에 대한 부담과 남광토건 경영권 인수를 위한 것으로 보고 있어 이 같은 추정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에 대해 HCN 관계자는 “차 사장이 HCN과 매각 협상을 벌이기 전에 국내 몇 몇 메이저 유선방송사 관계자들을 만나 매각 의사를 보였던 것으로 안다. 그래서 인수협상 과정에서 많은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고 말했다.

청주에 백화점 입점과 콜센터 이전 가능성 높아
현대백화점그룹이 씨씨에스와 충북방송을 인수한 배경은 무엇일까. 업계에서는 그룹의 사업다각화 방침과 충북을 향후 사업의 전략거점으로 삼겠다는 의도가 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HCN은 충북권역의 유선방송 보급률이 전국평균에 못미치는 수준이고, 2006년 오창산업단지, 오송생명과학 단지 개발, 2020년 오송신도시 개발 등으로 유선방송 시장의 잠재적 발전가능성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따라서 SO산업을 향후 방송과 인터넷 서비스뿐만 아니라 디지털 산업의 핵심인 홈네트워크 산업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할 유망산업으로 판단하고 사업다각화를 꾸준히 추진해온 그룹의 전략과 잘 맞아 떨어진다는 것.

현대백화점그룹은 지난 2002년 서초, 관악, 동작, 청주, 경북, 금호, 부산 유선방송 등 7개사를 인수하고 지난 3월 관악유선 방송을 인수하는 등 SO 사업을 그룹의 사업다각화의 일환으로 꾸준히 규모를 늘려왔다.
HCN이 씨씨에스와 충북방송을 인수하면서 현대백화점그룹은 디지털TV 방송을 위한 규모의 경제와 사업다각화라는 효과를 동시에 얻을 수 있게 됐다. 또 충북진출의 교부도가 확실히 구축된 셈이다.

원래 청주 HCN의 전신은 1994년 박성규씨가 자본금 20억원을 출자해 만든 (주)청주 종합유선방송이다. 2002년 현대백화점그룹이 회사를 인수한 뒤 상호를 그룹의 통합 브랜드인 HCN으로 변경했고, 지난 1월 현재 초고속 인터넷 서비스 가입자 1만5000명을 넘는 등 꾸준히 성장을 해온 견실한 업체로 평가되고 있다.
그동안 현대백화점그룹의 충북 진출설은 소문으로 만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신영이 개발예정인 대농부지의 주상복합건물에 백화점 입점을 타진해 왔고, 최근 입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청주에 진출하려는 사업은 백화점만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서울 콜센터의 청주 이전 검토가 신빙성 있게 흘러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콜센터 청주 이전설은 씨씨에스와 충북방송 인수와 동시에 제기돼 주목받고 있는 사업이다. 아직 콜센터에 대한 구체적인 실체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그룹에서 건립 부지를 물색중이라는 사실이 일부 확인되기도 했다.

현재 현대백화점그룹이 눈독을 들이고 있는 콜센터 건설 예정지는 청주시 상당구 지북동 현 HCN사옥 뒤 정수장 터 1000평이다. 이 터는 같은 계열사인 HCN과 지근거리에 있어 그룹의 충북 진출의 전략적 기반으로 삼기에 용이한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최근 현대백화점그룹은 청주시에 정수장 부지 매입 의사를 타진했으나 아직 구체적인 답변은 듣지 못했던 것으로 전해졌다.

문제는 청주시가 공익적 목적으로 보유한 토지를 특정회사에 매각할 경우 자칫 특혜시비로 불필요한 오해를 불러일으킬 소지가 있어 내심 긍정적으로 검토를 하면서도 매각에는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는 후문이다.
콜센터 산업은 기업의 효율적 운영과 고용창출, 기술수출의 유망한 부가가치 때문에 관심과 수요가 증가하는 추세다. 이미 미국, 영국, 일본 등은 콜센터 산업을 고용창출 및 기술수출이 유망한 첨단 부가가치 산업으로 분류해 국가 차원에서 육성하고 있다.

한국은 일본에 이어 시장규모가 아시아 2위권으로 유망산업으로 각광받고 있다. 전국의 지자체들도 막대한 고용창출과 부가가치 창출이라는 매력 때문에 콜센터 유치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일각에서는 청주시가 지역경제 활성화에 파급효과가 기대되는 콜센터 유치를 전향적인 자세로 검토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현대백화점그룹이 씨씨에스와 충북방송을 인수한 배경을 놓고 이런저런 추측과 뒷말이 무성하다. 케이블TV 시장의 독점화에 따른 폐혜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백화점그룹의 충북 진출 진의에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백화젼 입점이나 ‘콜센터’ 이전이 사실로 드러날지, 아니면 호사가들의 소문으로 끝날지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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