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호조무사 임씨, “시간외 근무와 장거리 출장 강요 탓”
가족보건협 충북지회, “터무니없는 주장, 명예훼손 소송건다”

대한가족보건복지협회(전 대한가족계획협회) 충북지회 모자보건센터 간호조무사 임신영씨(30)는 지난 7월 27일 아이를 사산했다. 8월 12일이 출산예정일이었던 임씨는 2주일여를 남겨놓고 아이를 잃고 말았다. 이에 대해 임씨는 협회측에서 임산부에 대한 어떠한 배려도 하지않고 시간외 근무 및 장거리 출장을 강요해 과로와 스트레스로 생긴 일이라며 여성단체와 관계기관에 억울함을 호소하고 있다.
특히 임씨는 협회측이 근로기준법 72조 3항에서 “사용자는 임신중의 여성근로자에 대하여 시간외 근로를 시키지 못하며, 당해 근로자의 요구가 있는 경우에는 경이한 종류의 근로로 전환시켜야 한다”고 명시된 내용을 명백히 위반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X-ray 노출됐다” 주장
이 협회는 정부의 모자보건법에 의거 설립돼 정부 및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으로 충북, 청주시 모성보건과 영유아 건강증진을 위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비영리 의료기관이다. 지난 94년 7월 당시 대한가족계획협회 충북지회에 입사해 올해로 8년차를 맞이한 임씨는 지난 99년 협회측이 간호조무사 5명을 해고 시키자 이에 맞서 노동부에 구제신청을 내 복직됐다. 이 때부터 임씨를 포함해 복직된 2명의 간호조무사에 대해 알게 모르게 스트레스를 주며 스스로 그만두도록 했다는 것이 임씨 주장이다.
“같이 복직된 간호조무사는 갑자기 서울 본부로 발령을 내고 임산부인 나는 사업과로 발령을 받았다. 총무과장은 임산부에 대한 배려로 모자보건센터보다 편한 곳으로 해준거라고 했지만 실질적으로는 일이 더 많았다. 직원이 없다는 이유로 병원 일을 시켜 장거리출장 예방접종과 내원환자의 골다공증 X-ray 검사 및 정관수술을 하게 됐다. 결국 병원 일을 하고 나면 본래 업무인 사업과 일이 밀려 있어 매일 1∼2시간의 시간외 근무를 해야만 했다. 내가 도와준 병원 직원들은 모두 퇴근하고 나는 남아서 일처리를 한 것이다.”
그러던중 지난 5월 자궁암과 유방암, 골밀도검진을 하는 이동검진팀에 포함돼 임신 8개월의 무거운 몸으로 골밀도검진 X-ray를 했다는 것. 이 때 실시되는 골밀도검진은 한 명당 5분 정도 소요되는데 하루 검진 인원이 80∼130명 정도 되고, 바로 옆에서 하루 평균 60명이 유방암 X-ray 촬영을 해서 하루종일 300번 정도의 X-ray에 노출됐다는 것이다. 유방암 촬영을 할 때 차단막을 설치했다고는 해도 대기자와 검진이 끝난 사람이 쉴새없이 문을 열고 다녀 거의 열려있는 상태라는 것이 그의 말이다.
따라서 임씨는 다른 업무로 전환시켜 줄 것을 건의했으나 별다른 지장이 없다는 이유로 무시돼 향후 일어날 불상사에 대한 책임을 누가 질 것인지 출장명령자의 사인을 요구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수간호사는 다시 임씨를 의료인이 아니어도 되는 척추측만증 검진팀으로 보내 출장을 여러 차례 다녔다는 것이다.

산부인과, 원인불명 진단
결국 출장검진 중 쓰러진 임씨는 산부인과로 실려가 조산의 증세가 보이고, 신우염과 빈혈이 심한 상태라 입원을 필요로 한다는 진단이 나와 입원치료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임씨는 “나를 해고시키려고 스트레스를 주고 기회만 있으면 내보내려고 했다. 총무과장은 자기 편에 선 직원들과 짜고 본부에 탄원서를 올리기도 했다. 월차수당과 가족수당, 생리휴가 수당, 시간외 근무수당 등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고 여직원들을 진급에서 제외시켰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청주지방노동사무소에 제출한 여직원 3명에 대해 거짓된 내용의 탄원서를 올린 것이다. 그래서 1명은 견책, 나를 포함한 2명은 경고를 받았는데 나중에 일부러 왜곡되게 올렸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주장했다.
출장 중 쓰러진 건에 대해서도 임씨는 협회측에 공가처리를 해줄 것을 요구했으나 병가로 처리돼 역시 노동부에 공가처리를 원한다는 내용의 진정서를 보냈다. 병가 중인 지난 7월 결국 임씨는 산부인과에 출산 전 마지막 진찰을 받으러 갔다가 아이 심장이 뛰지 않는다는 의사의 소견에 따라 사태아(死胎兒)를 유도분만하고 말았다. 그러나 산부인과 측에서는 아이의 사산에 대해 원인불명이라는 진단을 내려 병원에서 과로와 스트레스 때문에 사산됐는지 여부를 가리기는 어렵다는게 전문가 의견이다.
여러 여성단체와 보건복지부 등 유관기관 홈페이지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린 임씨는 사태아 출산에 대한 책임으로 출장명령자를 처벌할 것과 출장 중 입원한 기간과 사산 후 요양기간을 공가로 처리할 것, 사실과 다른 탄원서 제출로 인한 정신적 피해와 임신기간 동안의 정신적·육체적 피해 및 사산에 따른 충격에 대해 피해보상할 것 등을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이 건에 관해 협회측은 공개사과하고 복직 후 어떠한 불이익도 주지 않을 것을 주장하고 있다.

협회측 “시간외 근무 2∼3번이 고작”
하지만 협회측에서는 임씨의 주장이 터무니없는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한 관계자는 “임씨가 사업과 직원으로 한 일은 하루 평균 검진 인원 60∼80명을 전산에 입력하는 것이고 골밀도검사 X-ray는 한 적도 없다. 건강검진을 할 때 도와주라고 했지만 임씨는 불응했다. 장기출장도 몇 번 안갔고 시간외 근무는 2∼3번 정도 6시 50분에 퇴근한 것이 전부”라고 반박했다. 사업과로 발령을 받고도 병원 일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는 임씨 말에 대해서도 그는 “본인 주장일 뿐이다”고 일축했다.
이어 그는 지난 5월 28일 출장검진 중 쓰러졌을 때도 아침에 동료가 들어가 쉬라고 했지만 임씨가 출장을 갔다고 전제하고 임씨가 몇 년전부터 소송을 제기하는 등 협회측에 악영향을 끼쳐 적자운영이 계속되고 있다고 분개했다. 따라서 협회측에서는 임씨에 대해 명예훼손소송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임씨도 협회의 태도에 따라 민사소송을 제기할 움직임을 보여 양측간의 법정싸움이 치열하게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충북여성민우회는 지난 16일 협회측에 공개질의서를 보내고 임씨가 주장한 내용에 관해 사실확인조사를 진행중이다. 또 서울여성노동자회협의회 평등의 전화에서는 의견서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임씨 사건에 대한 여성단체의 관심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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