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14일) 프로야구 LG구단 소속 서용빈 선수가 군 입대를 앞두고 SK와의 마지막 경기를 치렀습니다. 94년 프로에 데뷔한 후 ‘신인최초 사이클링 히트, 신인최다 안타, 20경기 연속안타’ 등 숱한 기록과 함께 꾸준히 3할대의 타율을 유지하는 스타였는데 아쉽게도 그 모습을 당분간 볼 수 없게 된 것입니다.
31살이라는 적지 않은 나이에 군에 입대하게 된 데는 다들 알고 있듯이 96년 군 면제를 위해 병무청 직원에게 돈을 건넸던 일 때문입니다. 직접적인 병역면제 사유가 ‘교통사고로 입은 악관절 장애’ 때문이었다고는 하지만 병역면제를 위해 뇌물을 건네는 것은 분명 불법행위였기 때문에 정상참작이 되지 않았습니다.
서용빈 선수가 그 후에도 군 입대를 피하기 위해 많은 노력을 했었습니다. 재신검을 위해 행정소송을 냈다가 패소하기도 했고, 아시안게임에 나가 금메달을 목에 걸기만 하면 군대에 가지 않아도 되기 때문에 대표선수로 선발되기 위해 애 쓰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모두 무위로 돌아가고 결국 공익근무요원으로 오는 19일 입대하게 된 것입니다. 개인적으로는 서용빈 선수가 참 안됐다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군은 나이보다는 계급이 앞서는 곳입니다. 2월말에 입대한 21살 이등병이 3월 초에 입대한 31살 이등병에게 고참 대접을 받고, 갓 임관한 소위가 제대 말년의 병장에게 하늘 같은 존재가 되는 곳이 바로 군대입니다. 서른 한 살의 나이로 쉽게 적응하기는 힘들 수도 있습니다.
또 군 복무를 마치고 다시 그라운드를 밟게 된다면 2005년인데 그때까지 과연 제 기량을 유지할 수 있을지, 또 그 사이에 더 뛰어난 후배들이 그 자리를 메우고 있지나 않을 지 염려가 될 수밖에 없습니다.
월드컵 당시 대통령을 만난 홍명보 선수의 단 한 가지 부탁이 후배 선수들의 병역 문제 해결이었던 것처럼 운동선수들에게 병역문제는 선수생명을 좌우할 수도 있는 민감한 문제인 것입니다.
거기에 사랑하는 아내와 아직 어린 딸 규원이도 눈에 밟힐 게 뻔합니다. 하지만 서용빈 선수를 딱하게 생각하는 것도 여기까지입니다. 그 모든 안타까운 사연들이 불법적인 병역면제 시도에 면죄부가 되어 줄 수는 없습니다.
분단된 조국에서 태어나 징병제가 법으로 정해져 있는 사회에서 살면서, 신체 건강한 대한민국 남자들 모두가 지고 있는 병역의무를 힘 있다고, 돈 있다고, 딱한 사연이 있다고 혼자만 피해갈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나마 부친의 뇌물수수만 혐의가 인정되었고, 자신의 병역법 위반에 대해선 무죄를 선고 받은 덕분에 병역파동 이후에도 그라운드에서 뛸 수 있었고, 군 복무를 마치고 28개월 후에는 여건만 허락한다면 다시 선수 활동도 할 수 있으니 이왕 하는 서용빈 선수가 군 생활 기쁜 마음으로 하길 바랄 뿐입니다.
서용빈 선수 덕분에 군대를 불법적인 방법으로 피하려고 하다가는 결국 진실이 밝혀져 나이 서른 하나에 군대에 가게 될 수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이 땅의 젊은이들이 하게 된다면 그건 참 잘된 일인 것 같습니다.

서용빈 선수의 마지막 경기를 보면서 자꾸만 떠오르는 얼굴이 하나 있었습니다. 짐작하시는 대로 이회창 후보의 아들 이정연씨입니다.
법관의 아들로 가족, 친지들 중 군 면제 받은 이들도 꽤 있는 상황에서 군 입대가 꺼려지기는 서용빈 선수나 마찬가지였을 것입니다. 키가 큰데 좀 말랐으니 몸무게를 좀더 줄이면 면제가 되지 않을까 하는 유혹도 생겼을 법합니다.
김대업씨의 폭로와 검찰의 수사로 병역면제 의혹의 진실이 점점 밝혀지고 있는 중에 제가 따로 이정연씨의 병역면제가 불법이다, 아니다를 논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그건 검찰의 몫이지요.
다만 이정연씨에 대한 각종 의혹에 대한 진상을 명확하게 밝히지 않은 채 이번 일이 유야무야 된다면 같은 시대를 사는 수많은 젊은이들이 ‘어떡하면 나도 군대 가지 않을 수 있을까’만 생각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걱정을 하는 것입니다.
병적기록표에 드러난 수많은 의혹들을 국민의 대표라는 국회의원들이 우루루 몰려나와 단순히 직원의 실수 혹은 병무청의 착오라고 주장하는 것을 보며 ‘나도 실수 잘하는 직원 하나 만나거나, 모든 것을 실수라고 주장해주는 국회의원들 빽이 있으면 군대 안 갈 수도 있겠구나’하는 생각을 하게 되지 않을까요.
“45㎏ 이하로 줄여야지.”
이 말은 김응룡 삼성 감독이 아시안게임 대표에 뽑히지 못한 오상민 투수의 병역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며 농담조로 한 말이라고 합니다. 농담이라고는 하지만 군 복무 대신에 ‘45㎏’를 먼저 떠올리게 된 입대를 앞둔 젊은이의 심정은 진지하기만 합니다.
서용빈 선수의 군 입대를 계기로 ‘군 복무는 모든 국민들에게 공평한 것이구나’ 하는 생각을 하다가도, 이정연씨의 병역의혹만 떠올리면 ‘그게 아닐지도 모른다’는 쪽으로 다시 기울게 됩니다.
이번 병역비리 의혹을 5년 전 이야기를 다시 들고 나와 국민들이 식상해 한다느니, 일부 세력의 공작이니 하는 말로 대충 덮으려는 시도가 일부 언론과 한나라당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들은 더 이상 비리를 저지를 아들을 둔 대통령을 보고 싶어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대통령 후보 아들의 비리의혹에 이처럼 큰 관심을 모으고 있는 것입니다.
만약 이 사건이 해결되지 않은 채 이회창 후보가 대통령이 된다면 병역비리 이야기가 나올 때마다, 군대 안간 연예인이나 운동선수들을 볼 때마다 국민들은 이정연씨를 떠올리게 될 겁니다.
비리가 있으면 밝혀서 단죄하고, 없다면 이번 기회에 명쾌하게 정리해두는 것이 이정연씨와 이회창 후보와 한나라당과 국민들 모두에게 이로울 것입니다.
국민들도 이제 병역비리가 지겨워 더 이상의 병역비리가 없도록 이번에 확실하게 수사해주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병역의무가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적용된다는 믿음이 국민들 가슴에 새겨 져야 병역비리는 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야 프로선수가 31살에 군대 가는 일도 없어지고, 신검을 앞둔 젊은이가 몸무게 ‘45kg’을 떠올리는 일도 없어질 것입니다.
다시 한번 검찰의 철저한 수사를 바랍니다.


⇒서용빈 선수의 지난 아픈 상처를 끄집어낸 것이 상처가 되었다면 용서해 주시길 바라며 건강한 군생활을 바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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