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문화 접목된 전통한옥 <김태하>

청주 우암산 순환도로의 남쪽입구에는 1985년에 충청북도가 지정한 유형문화재 149호가 있으니 '청주성공회성당'이다. 이 성당은 1935년에 지은 것이다. 70년 가까이 되었지만 원형이 잘 보존되어 오늘날 우리에게 지난 과거에 대하여 많은 것을 알려주고 있다.

이 건물은 바깥에서 보면 여유 있는 양반집 분위기를 느끼게 하고 있다. 전면 4칸, 측면 8칸으로 모두 32칸으로 된 조선시대의 전형적인 한옥 양식이다.

우선 팔작지붕에 한식기와를 얹은 것과 창살무늬에 십자 문양을 응용한 창문이 그러하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동ㆍ서양의 문화가 잘 어울린 것을 대번에 느낀다.   창문의 아래쪽은 4각 창틀에 아자(亞字) 문양을 응용했고, 위쪽은 고딕 양식의 반원형 아치에 트레서리(tracery) 장식을 한 것이 동ㆍ서양의 조화로운 결합이다. 그리고 회색 조선기와를 올린 팔작지붕의 합각 부분에 붉은 벽돌로 장식한 라틴-겔트형 십자가 문양도 그러하다.

   
▲ 유형문화재 149호 성공회 성당 전경

가파르지도 느슨하지도 않게 내려앉다가 끝에 와서 추스르듯 하늘로 치솟은 지붕처마는 겹처마 형태에 1층 서까래 끝은 네모로 깎아 부연(附椽)의 멋을 더했고, 2층 서까래는 원형(圓形) 그대로 살려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여주며, 벽체는 아래쪽은 붉은 벽돌을 두르고 위쪽은 시멘트 몰타르로 처리하여  기둥과 창문틀의 짙은 고동색과 어울려 조화를 이루었다.

신발을 벗고 성당 안으로 들어가면 서까래와 들보가 그대로 노출된 연등 천정이 시원한 느낌을 느끼게 한다. 내부 공간이 단아하면서도 안정감을 느끼게 한다.

북쪽의 합각 부분에 제의실(祭衣室)이 설치되고, 남쪽 공간에는 성수반(聖水盤)이 있다. 팔각 대야 형태를 취하고 있는 성수반에는 한자로 重, 生, 聖, 泉 네 글자가 새겨져 있으며, 그릇을 받치고 있는  기단 양식은 흡사 전통 석등(石燈)처럼 상대석(上臺石), 간주석(竿柱石), 하대석(下臺石)으로 되었다.

여기에서 우리는 성공회가 우리 나라에 들어올 때 우리의 문화를 존중하려고 한 정성을 읽을 수 있다. 그런 점 때문에 우리는 이 성당을 소중히 여기고 있다. 성공회는 영국에서 시작된 교파다.

대한성공회가 탄생한 것은 고(高)요한(Charles John Corfe 1843-1921) 주교가 1890년 한구의 첫교구장으로 왔을 때부터이며, 충청북도에는  1907년에  들어왔다.

처음에 진천에 들어온 성공회는 선교의 중심축을 진천에서 청주로 옮겨와 청주 수동 우암산 자락에 5천여평의 부지 구입을 했으며, 현재의 성당은 구세실(Cecil Cooper) 신부가 1935년에 건축한 것으로 전하고 있다.

청주에 성공회가 주변 지역보다 늦게 들어온 것은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그것은 청주의 전통문화의 뿌리가 깊기 때문에 이국의 종교가 파고들기는 좀 어려웠기 때문이라 짐작된다.

그리고 청주성공회의 건축양식이 선비의 분위기가 느껴지고 또 조선의 한옥양식을 많이 가미한 것은 초창기의 거부반응을 의식한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게 한다.

초기의 이 성당에 수용 인원이 200명 정도 되는 것을 감안할 때 그 당시로서는 상당히 큰 교세를 짐작하게 하는데, 지금도 이 성당의 교인이 200명 정도라고 하며 신부도 1명이라고 한다.<김태하>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