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지란 직지인심견성성불(直指人心見性成佛)의 줄인 말로 선종(禪宗)의 오도명구(悟道名句)에서 나온 것이다. 즉 “참선하여 사람 마음을 바로 볼 때 그 마음의 본성이 곧 부처님의 마음을 깨닫게 된다”는 뜻이다. ‘마음이 부처다(心卽佛)’라는 말과 일맥상통하는 구절로 불가에서 보편적으로 쓰는 용어다.

청주 흥덕사에서 찍은 현존하는 세계 최고(最古)의 금속활자본인 ‘직지’는 원제가 백운화상초록불조직지심체요절(白雲和尙抄錄佛祖直指心體要節)이다. 제목이 너무 길어 약칭 ‘직지’ 또는 ‘직지심체요절’로 불린다.

직지를 초록한 이는 이름이 경한(景閑)이고 호(號)가 백운(白雲)이다. 그는 고려 충렬왕 24년(1298년) 전라도 고부에서 태어났다. 경한은 원나라 석옥청공화상, 인도 고승 지공화상에게도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황해도 해주, 경기도 여주 취암사 등지에서 거주하다 공민왕 23년(1374년)에 77세의 나이로 입적하였다. 백운화상은 태고보우국사, 나옹혜근선사와 더불어 고려 말 3대 고승 중 한 분이다.

경한은 75세 되던 해, 역대 고승의 가르침 중 선(禪)의 요체에 해당하는 부분만 발췌하여 문답 식으로 된 상, 하권 한 질의 직지를 만들었다. 경한이 세상을 떠난 3년 뒤, 경한의 제자인 석찬, 달담이 1377년 7월 청주 흥덕사에서 이를 편찬하니 이 불서가 고인쇄문화에 금자탑을 쌓은 직지심체요절이다.

출판비(시주)는 비구니 묘덕(妙德)이 담당하였다. 상, 하권으로 찍었으나 몇 부인지는 알 수 없고 이중 하권 1권만이 오늘날 전한다. 직지 하권은 총 39쪽이나 첫 장이 떨어져 나간 상태다. 프랑스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직지 하권을 우리나라에서 몇 차례 영인하였다.

직지는 내용도 중요하나 일단 금속활자로 만들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 직지 하권의 간기에 보면 선광칠년 정사칠월 일 청주목외흥덕사주자인시(宣光七年 丁巳七月 日 淸州牧外興德寺鑄字印施)를 명기하고 있다.

즉 ‘고려 우왕 3년(1377) 청주목 밖 흥덕사에서 금속활자로 찍어 배포했다’는 뜻이다. 이 연대는 독일의 구텐베르크가 찍은 42행성서 ‘세계의 심판’보다 무려 78년 앞 선 것이다. 따라서 직지는 현존하는 세계 최고의 금속활자본이다.

‘현존하는’이라는 수식어가 앞에 붙는 것은 그 이전에도 1234년에 금속활자로 찍은 고금상정예문 등 금속활자본이 있으나 현재까지 전하지 않고 실물이 전하는 것은 오직 직지 하권 한 권뿐이기 때문이다.

직지가 인쇄처인 청주 흥덕사에 있지 않고 프랑스 국립도서관에 소장돼 있는 것은 매우 안타까운 일이다. 구한말, 주한 프랑스 대리공사인 꼴랭 드 쁠랑시는 직지 하권을 수집하였다.

직지는 파리 드로트 경매청에서 고서 수집상인 앙리 베베르에게 1백80프랑에 팔렸다. 앙리 베베르는 자신의 유언에 따라 직지를 프랑스국립도서관에 기증하였다. 직지의 존재가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서지학자 모리스 꾸랭에 의해서였다. 그가 만든 ‘한국 서지’에 직지의 존재가 언급되어 있다.

지난 2001년 6월, 직지가 세계문화유산으로 유네스코에 등재되어 그 해 9월4일부터 효력을 발생하였다. 이에 청주시는 이날을 ‘직지의 날’로 정했다. 이날을 맞아 청주시는 유네스코를 통하여 첫 직지상을 체코국립도서관에게 수여한다. 조상의 슬기에 청주의 이름이 빛나는 것이다.                  / 언론인·향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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