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종택학장, 청주국제공항 유치과정·내막 담긴 개인 보고서 공개
공군비행장 충주이전 걸프전 발발로 무산, 노대통령이 시민설득 부탁
청주국제공항 유치의 주역으로 알려진 충청대학 정종택학장이 최근 공항유치 배경과 공군비행장 이전의 당위성을 밝히는 장문의 글을 공개, 진위여부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학장은 ‘청주국제공항 경과보고서’란 제목의 글에서 자신이 80년 농수산부장관 재직 당시 전두환대통령과 독대 자리에서 수도권 인구분산을 위한 김포공항 이전 대상지로 청주공군비행장이 적합하다고 건의했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당시 손수익 교통부장관의 지원으로 전국의 7개 후보지 가운데 청주가 선정됐다는 것.
또한 청주국제공항 활성화를 위해 80년대 중반 중부고속도로 노선을 음성-진천-청주방향으로 변경시킨 것도 전대통령과 청남대 독대자리에서 관철시킨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때 또다시 청주공군비행장 이전을 건의, 전대통령이 직접 공군 김인기 전 참모총장에게 전화를 걸어 지시하기도 했다는 것. 이후 청주국제공항 예산편성이 지체된 가운데 88년 노태우 대통령후보에게 건의해 공항 조기건설을 대선공약으로 채택토록 했다. 하지만 모든 경제부처가 수도권 공항으로 청주공항 입지를 반대하면서 결국 영종도 후보지가 수도권 신공항으로 결정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88년 여소야대 국회에서 국회 예결위원장이라는 중책(?)을 맡아 청주국제공항 사업비 20억원을 기사회생으로 살려냈다. 이후 정학장은 14대 총선에서 낙선을 고배를 마셔 반쪽공항으로 전락하는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고 술회했다. 다음은 정학장이 작성한 A4용지 10쪽 분량의 글 가운데 주요부분을 요약발췌한 것이다.

●왜, 청주공군비행장에 민간공항을 접목시키려 했는가.
76년 충북도지사로 부임해보니 청주 오근장 공군비행장의 건설공정이 70%에 달했고 주민들의 불만이 컸다. 국내 전투비행장 가운데 가장 요새화된 기지로 지하에 많은 양의 화약과 폭탄을 저장하는 탄약창을 신설하는데, 토지수용시 도지사의 적극적인 협조를 부탁한다는 건설현장 부대장의 브리핑을 듣고 국방당국이 원망스러웠다. 더구나 북한이 개발한 미사일을 발사하면 청주까지 폭탄이 떨어진다는 충격적인 얘기까지 듣고 섬득하기도 했다. 왜 하필 중부권 중핵도시로 커가는 청주에 군비행장이 들어설까, 안타까웠고 청주발전을 위해 타 지역으로 이전시켜야 한다는 판단을 굳혔었다.

●청주국제공항 유치과정과 전두환 전 대통령 독대배경은.

81년 11대 국회에 진출, 정무장관 재직시 5공 신군부 숙청작업 때 옷을 벗은 손수익 전 내무부차관의 구명작업을 벌였다. 다행히 국무총리 행정조정실장으로 복직됐고 이후 교통부장관으로 발탁됐다. 돈독한 인간관계 속에 교통부가 수도권 신공항 후보지를 물색하고 있다는 얘길듣고 손장관에게 지역 숙원사업을 하나 해결해 달라고 부탁했다. ‘청주공군비행장으로 정해주면 지역발전도 되고 민원소지가 많은 군비행장이 옮겨갈테니 일석이조가 아니냐’고 제안했다. 손장관이 수긍해 전대통령은 내가 설득하겠다고 약속했다.
마침내 청남대에서 대통령 독대 기회를 잡았고 수도권 인구분산 정책에 대해 집중건의했다. 서울대, 고려대, 연세대 명문 3개대의 지방이전과 중앙행정기관의 과감한 지방이전, 마지막으로 김포공항 이전계획에 따른 청주공군비행장 입지 당위성을 설명했다. 전대통령이 반승낙을 했고 결국 손장관은 전국 7개 후보지 가운데 순위가 6위였던 청주를 대통령 재가까지 받아 확정시켰다.
●84년 확정된 수도권 신공항 청주이전 사업에 대한 반응은.

수도권 신공항이 청주로 결정되자 언론의 비판보도가 잇따랐다. 지구상에 수도권 공항이 수도에서 제일 먼 곳이 브리질인데 98km 떨어진 데 반해 청주는 서울과 120∼140km나 떨어져 적지가 아니라는 지적이었다. 일본에서 1시간 반만에 우리나라에 도착해 서울로 들어오는데 2시간이상 걸린다면 말이 되느냐는 반문이었다. 교통부의 입장이 난감해지자 내가 수습책을 제시했다. 청주공항은 수도권 신공항이 아닌 중부권 국제공항으로 수도권 보조공항의 역할을 담당시킬 것이라고 위장발표토록 한 것이다. 당초 교통부 자체조사에서도 수도 서울과 너무 멀고, 미호천이 안개지역이며 이착륙 선회비행시 상당산성과 두타산이 걸려 지장이 있다는 분석이었다.

●청주공군비행장의 충주이전설과 중부고속도로 노선변경의 내막은.

80년대 중반 건설부가 대전-서울간 신설 고속도로 노선을 대전-안양-광명으로 추진하기에 청남대에서 전대통령을 재차 독대하게 됐다. 신설 고속도로를 서부 인구밀집지역으로 할 경우 청주국제공항과 연결된 또다른 고속도로가 필요해 중복투자가 될 소지가 많다고 건의했다. 따라서 청주쪽으로 노선을 바꾸고 청주국제공항 개항전에 공군비행장을 타 지역으로 이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중부고속도로는 음성-진천-청주노선으로 바뀌었고 공군비행장 이전지시를 받은 당시 김인기참모총장은 후보지로 김천, 해미, 이천, 충주, 서산을 올려 최종적으로 충주가 결정됐다.
이 과정에서 당시 충주·제천 지역구 이춘구의원이 내게 전화를 걸어 서운한 심정을 털어놓기도 했다. 86년당시 충주공군비행장을 건립하면서 청주부대가 옮겨가는 것으로 추진했는데 89년 걸프전이라는 암초를 만났다. 국방부가 걸프전 직후 공군력 증강을 위해 전투비행장 4개 증설을 요구하면서 청주공군비행장 이전계획이 물밑으로 잠복했기 때문이다. 당시 노태우대통령은 나를 불러 ‘청주국제공항이 완공돼 기능이 정상화될 때까지 넉넉잡고 5년 내지 10년만 군비행장과 함께 쓰는 것을 국방부가 원하니 정장관이 청주시민을 잘 설득해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수도권 신공항 무산과 청주국제공항 축소변신 배경은.
84년 청주국제공항 건설계획이 수립된 이후 진척을 보지 못한 상황에서 88년 민정당도지부장으로써 대통령공약사항을 작성하면서 청주국제공항 조기건설을 포함시키도록 했다. 하지만 당선직후 수도권 신공항 문제가 다시 대두됐고 모든 경제부처가 청주불가론을 제기해 결국 영종도로 최종확정됐다. 청주국제공항은 취소위기에 몰렸지만 여소야대의 13대 국회에서 노대통령이 국회 예결위원장을 맡겨주면서 다시 기회를 잡게 됐다. 당시 3개 야당과 협의하는 과정에서 청주국제공항 사업비 20억원을 극적으로 편성했고 민간공항 건설의 주춧돌이 됐다. 이후 14대 국회에서 낙선, 예산투쟁을 하지못해 13년이 지난 현재까지 반쪽공항으로 남게 된 것이다.

●공군비행장 이전 당위성과 향후 전망

당초 정부방침이 전국의 10여개 전투비행장으로 군비행장을 모두 이전시키는 것이었다. 청주공군비행장의 이전 당위성에 대해 국방부와 공군은 이미 알고 있다. 하지만 강력한 시민운동이 없이는 최대한 이전을 미루려고 할 것이다. 조만간 제천출신인 이준 국방장관과 대학후배인 임인택건교부장관, 지역 국회의원, 이원종지사와 만나 청주공항 활성화를 위한 간담회를 가질 예정이다. 지역출신인 이양호·이상훈 국방부장관도 이전 필요성을 공감하고 고향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 권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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