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들, “댐 방류 통보 못받았는데 벌써 물이 가슴까지…”
“방류량 조절 실수가 화 불렀다” 주민들 집단민원 움직임
이번 집중 호우로 피해를 입은 진천군 초평면 중석리 중리 마을은 피해 10여일이 지났지만 당시 상황에 몸서리를 쳤다. 가재도구를 정리하고 이제야 방 벽지를 다시 붙였다는 이 마을 조현수씨(48)는 “하천 둑이 터졌으니 대피하라는 마을 방송을 듣고 나와 보니 물이 가슴까지 차올라 몸만 겨우 빠져나왔다. 저수지 물을 방류하겠다는 통보도 받지 못한 상태였다”며 하류지역을 고려치 않은 농기공의 저수지 방류에 분노했다.
집이 반 이상 잠겨 가전 제품 등 모두를 못쓰게 됐고 이앙기, 트랙터 등 고가 농기계 5대도 물에 잠겼다. 조씨는 자신의 논 1만5000평 중 1만여평이 침수되어 최소 3분의 1의 감수는 예상했다.
이 마을 조철수 이장은 “물이 서서 밀려온다는 말을 실감했다. 둑이 터지고 나자 불과 1∼20분 사이에 마을 전체가 잠겼다. 저수지 방류량을 잘 조절했다면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5, 6시간만에 저수지물 방류량을 줄이자 일시에 물이 빠진 것만 봐도 저수지 물 급 방류에 의한 것임이 명백하다”며 농업기반공사에서 전혀 책임이 없는 듯한 태도를 보이는 것에 분개했다.
이번 피해로 진천 지역에서는 184동의 주택이 침수되어 540명의 이재민을 냈다. 농경지 1078㏊가 물에 잠겨 많은 감수가 예상되고 이월 화훼단지 9.9㏊의 시설물이 피해를 입어 전체적으로 250억여원의 재산 피해를 낸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백곡저수지 급 방류로 인한 피해 지역 주민들은 백곡 지역에 예상외의 집중 호우가 내린 것은 사실이지만 백곡 저수지의 관리 잘못에 의한 하류지역 피해가 직접적이었다며 피해보상과 함께 향후 대책을 요구하는 탄원서를 준비하는 등 집단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이들 농민들은 농업기반공사에 대한 집단 시위도 계획하는 등 농기공에 불만을 집중하고 있다.
평소 수자원 관리 불만까지 겹쳐
농업기반공사에 대한 농민들의 집단적인 블만은 이번 수해가 직접적인 원인이 되고 있지만 평소 농기공의 대 농민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겹쳐 증폭되고 있다. 농업기반공사는 정부 산하 조직 구조조정 계획에 따라 농업진흥공사, 농조, 농조연합회 등 3개 기관이 통폐합되어 탄생됐다.
이후 진천군 농조가 농기공에 통합되면서 농조에서 관리하던 진천 백곡저수지는 농기공 관리하에 놓이게 된 것이다. 그러면서 몽리지역 농민들이 내던 수세도 없어졌다. 하지만 수세를 내지 않는다고 하지만 그보다 더 큰 대가를 치루고 있다는 것이 농민들의 하소연이다. 차라리 수세를 내고 예전 만큼 용수 관리를 잘 받기를 원한다.
농민 이모씨는 “예전 농지개량조합에서 관리할 때는 직원들이 현장에 나와 수로를 돌며 막힌 곳을 뚫는 등 농민들이 농사를 짓는데 애로 사항이 없도록 관리했는데 농업기반공사로 전환되고 부터는 관리가 전혀 되지 않고 있다. 농기공 직원들은 사무실 컴퓨터 앞에나 가야 볼 수 있는 실정이다. 농민을 위한 기관인지 알 수 없다.”고 불만을 털어놨다. 피해지역 다른 농민은 “많은 피해로 군수, 도지사 등 많은 사람들이 다녀가는데 정작 농업기반공사 관계자는 얼굴조차 내밀지 않는다”며 가장 가까이 있어야 할 농업기반공사의 고압적인 태도에 인간적인 서운함도 표했다.
이에 대해 농업기반공사 진천지사 박승호 지사장은 “수로 관리는 예전과 다르지 않게 철저히 하고 있다. 이 지역 농민들이 너무 많은 것은 원한다. 자기 앞마당 청소를 해달라는 것과 같다. 자기 논으로 들어가는 작은 수로조차 농업기반공사에서 다 관리 해주길 원해 불만이 생기고 있는데 이제는 스스로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민경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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