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달 10여일에 걸쳐 내린 집중호우로 전국적인 홍수 피해가 발생한 가운데 충북도내에서는 자연 지리적인 조건으로 자연 재해가 거의 발생하지 않아 생거진천으로 불리는 진천 지역이 최대 피해를 입었다. 이를 두고 일부 피해 농민들이 농업기반공사의 백곡 저수지 관리잘못에 따른 ‘人災’를 주장하고 나서 논란을 빚고 있다. 과연 人災였는지, 天災였는지 집중 취재했다. / 편집자

피해 농민들, “백곡저수지 급방류가 원인 됐다” 주장
농업기반공사, “농수 확보위해 호우경보만 믿을순 없었다”
진천지역에는 지난 8월6일과 7일 이틀간에 걸쳐 448㎜의 집중 호우로 가옥 184채, 농경지 1078㏊가 물에 잠겨 250억원의 재산 피해를 냈다. 특히 대통령상 수상에 빛나는 진천쌀의 생산지인 덕문이 뜰과 이월면 삼용리 일대 진천 화훼단지가 물에 잠겨 엄청난 피해를 안겼다.
그러나 이들 지역의 피해가 농업기반공사 진천지사(지사장 박승호)가 관리하는 백곡저수지의 급방류로 인해 피해가 커졌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 피해지역은 미호천과 백곡천, 한천천등의 합수지역으로 많은 비로 하천 물의 유입량이 증가한 가운데 백곡저수지에서 수문을 열어 급 방류함으로써 미호천이 이를 소화하지 못해 미호천의 범람을 초래했다는 주장이다. 이에 앞서 백곡저수지의 급 방류로 인한 직접적인 피해 사례로 제기되는 곳은 초평면 중석리와 오갑리, 가산리 일대.
초평면 중석리는 백곡저수지의 방류로 제방이 붕괴되어 12가구가 모두 물에 잠기고 농경지 수백 ㏊가 침수 피해를 입었다. 이 지역 농민들이 백곡저수지의 급 방류를 원인으로 제기하는 부분은 진천 지역에 이미 호우 주의보를 거쳐 호우 경보가 발령될 만큼 집중 호우가 예상되었는데도 저수지의 만수위가 되도록 방치했다가 짧은 시간내에 방류함으로써 홍수 피해를 발생케 했다는 점이다.
이에 대해 농업기반공사는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서는 호우 경보만을 믿고 용수를 무조건 방류할 수 없는 입장이며 80%의 저수율에 도달해 적절하게 방류한 것이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적절한 설득력을 갖기에는 궁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논쟁 1. 호우 경보 중에도 담수를?
진천지역에는 6일 오전 7시 호우 주의보가 발령됐고 3시간 뒤인 오전 10시 호우 경보로 대체 발령되어 7일 오후 6시 호우 주의보로 바뀔 때까지 호우경보가 지속됐다. 이때 이미 진천 지역, 특히 백곡저수지 유역의 강우량은 448㎜에 달했다. 그러나 농업기반공사는 6일 오전 9시 현재 백곡 저수지 저수률이 51%에 그쳤고 밤 11시30분에도 58%에 지나지 않아 방류를 검토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후 7일 오전 7시 저수률이 81.8%에 달해 방류를 시작했다는 것이 농업기반공사의 주장이다.
“호우 경보가 발령 중이었지만 호우 경보만을 믿고 물을 방류할 수 없었다. 저수률이 낮아 다음 농업 용수 공급을 위해서는 계속 담수를 할 수밖에 없었는데 예상외의 집중 호우가 발생했기 때문에 문제가 된 것이다. 역으로 호우 경보를 믿고 방류했다가 만약에 비가 오지 않았다면 그때는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그때는 농민들한테 맞아 죽게 될 것이다.” 농업기반공사 진천지사 이모부장의 대답이다.
그렇지만 그때까지 상당한 양의 비가 내렸고 호우 주의보에서 경보로 바뀌어 있는 상황에서 다음날 오전 7시까지 만수위에 이르도록 담수를 했다는 것은 이해하기 힘들다는 것이 농민들의 반응이다. 이는 농업기반공사가 무방비 상태로 있다가 저수지 상류지역인 백곡면 주민들이 홍수 위기에 이르러 항의 사태에 이르자 급 방류한 것을 감추기 위한 자기 변명이라는 의혹을 사고 있다.

▶논쟁 2. 방류 시간 조작하고 있다?
농업기반공사가 자기들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저수지 방류 시간을 조작했다는 의혹이 일고 있다. 농업기반공사 진천지사는 7일 새벽 5시10분에 ‘2시간후 백곡저수지를 방류하겠다’는 내용을 진천군청 재해대책상황실을 비롯하여 진천경찰서, 상산파출소, 진천읍, 진천군 모부대, 읍내리 4구·구곡리 이장에게 통보했다고 밝혔다.
그리고 나서 7시10분 저수률이 81.8%에서부터 방류를 시작했다는 것. 19일 박승호지사장은 취재기자에게는 “10분을 기다릴 수 없어 1시간 50분만인 7시에 방류를 시작했다”고 답했다. 어찌되었든 이들이 제시한 자료는 오전 7시 4개 수문 중 2, 4호 2개 수문을 10cm 열어 초당 9.67톤을 방류하기 시작하여 오전 8시30분에는 2, 3, 4호 3개 수문을 120cm 씩 열어 초당 191톤을 방류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후 시간당 방류량을 계속 늘려 저수률이 97.9%에 이른 낮 12시에는 3개 수문을 250cm 나 열어 초당 424톤의 물을 방류한 것을 최고로 점차 낮춰 다음날인 8일 오전 7시까지 방류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농업기반공사가 제시한 백곡저수지 방류 현황은 고의적으로 상당부분 조작됐다는 의혹을 낳고 있다. 먼저 방류 시작 시간에서부터 의혹을 남긴다. 방류시작 시간은 논쟁을 낳고 있는 급방류 문제를 비롯하여 백곡저수지 방류가 인근 지역의 홍수 피해에 어떠한 영향을 미쳤는가 등 종합적인 문제와 연관될 수 있어 중대 사안으로 꼽힌다.
중석리 이장 조철수씨는 ‘오전 7시 방류 시작’이라는 기반공사의 자료제시에 “책임을 회피하려는 의도가 드러난 결정적인 조작”이라며 어이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아침을 먹고 어머니를 모시고 진천읍 중앙의원에 갔다. 밤새 비도 많이 와 걱정이 되어서 진천 하상 주차장에 차를 대고 하천을 살펴보았는데 평소 유량이었고 주차장에 차량도 여러대 주차되어 있었다. 그때가 오전 9시 쯤이다.”
진천군의회 남명수의원의 진술도 거의 일치한다. “비가 많이 와 지역에 승용차를 타고 돌아보았는데 오전 9시 40분 진천 하상주차장 도로를 건넜다. 군청 직원들이 주차 차량을 견인하고 있었고 경찰도 있었다. 마침 오전 10시에 상창금고에서 약속이 있어 시간을 보고 약속 장소로 갔기 때문에 정확한 시간이다.”
이들의 진술을 토대로 보면 오전 8시30분 본격적으로 수문 3개를 열어 191톤을 방류 했다는 농업기반공사 진천지사의 주장과는 상당히 다름을 알 수 있다.
농민들은 농업기반공사가 상류의 호우를 저수지를 통해 제대로 통제하여 홍수 조절을 한 것이 아니라 호우를 저수지에 모아 한꺼번에 방류시켜 하류 지역에 미필적 고의에 의한 홍수 발생 결과를 초래했다고 분개하고 있다.

▶쟁점 3. 재난관리 대처 제대로?
농민들은 호우 경보 중인데 저수율80%를 고집한 농업기반공사의 입장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백곡저수지는 충북도내 저수지 중 유일한 홍수조절 기능을 보유한 저수지다. 80%는 농업용수를 위해 담수용으로 이용되고 20%가 홍수 조절을 위해 남게된다. 따라서 농업기반공사는 80% 저수률을 만수위로 본다. 이를 두고 농기공 진천지사에서는 저수율을 80%로 유지하라는 지침이 있다는 식으로 변명하여 반발을 사기도 했다.
농기공 충북지사 관계자는 “저수율을 80%로 유지하라는 지침이나 규정은 없다. 호우 경보 중이라도 내년 농업용수 확보를 위해 80% 만수위 담수를 한 것이지 비가 이렇게 많이 올 줄 알았다면 50%이하라도 내렸을 것이다”고 말했다.
진천 백곡저수지 방류에 의한 피해 논쟁은 결국 예상하지 못한 50년 만의 집중호우에 의한 불가피한 것이라는 주장이다. 백곡 저수지 유역인 백곡면 지역에 7일 오전 8시-9시 2시간 사이에 83㎜가 내린 것을 비롯해 이월면 100㎜, 광혜원면 124㎜라는 기록적인 국지성 집중 호우가 내렸다.
그렇지만 초기 방류량 조절에서도 기민하지 못했다는 점도 지적되고 있다. 진천군의회 정광섭의원은 “백곡 저수지 저수율이 오전 8시30분에 90%를 넘어선 것으로 나와 있는데 그 이전에 1백톤 미만의 방류만을 함으로써 10% 포인트 이상의 담수량을 초기에 조절하는데 실패했다”고 주장했다. 그외 정의원은 진천군의 자료와 농기공의 자료가 서로 다른 것에 대해서도 의혹을 제기한다. 진천군이 의회에 제출한 자료는 7일 오전 9시 528톤을 방류했고 오후 1시30분 341톤, 오후 5시30분 57톤을 방류한 것으로 되어 있으나 농기공이 제시하는 방류량은 오전 9시 252톤, 오후 1시 337톤, 오후 5시30분 252톤 등으로 상이하게 다르게 나타나 있다. 이는 엉터리 재난 관리가 되었다는 비난과 함께 방류량과 시간에 대한 문제가 커지자 뭔가를 숨기려는 데서 비롯된 것이 아니냐는 의혹을 사고 있다. 또한 농민들은 호우경보가 내려진 6일저녁 농기공 직원들이 제대로 비상근무를 했는지에 대해서도 의혹의 눈초리다.
/ 민경명 기자

백곡면 수해 원인놓고 공방 ‘팽팽’
백곡저수지 급 방류로 인한 피해 논쟁의 와중에는 상류지역인 백곡면 지역의 피해 내용과 뒷 얘기도 한 가운데를 차지한다. 백곡저수지 물을 신속히 방류하지 않아 이 지역에 내린 빗물의 유속을 저해하여 피해를 입었다는 내용이다.
반면에 진천을 비롯한 하류 피해지역에서는 백곡지역에서 침수 피해가 커져 저수지 방류를 강하게 요청하자 농업기반공사가 이를 받아들여 급방류를 한 것이 아니냐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는 홍수조절이 백곡저수지 축조의 주요 목적 중의 하나임에도 불구하고 농업기반공사가 호우경보 중에도 물을 담수했기 때문에 생긴 문제로 봉착되지만 저수지 홍수 관리가 지역적 편의에 의해 흔들린 것이 아니냐는 중대 사안으로 간주 될 수 있다는 점이다.
먼저 저수지로 인해 백곡면 지역에 피해 영향을 미쳤는가 부분. 백곡면 양진영면장은 “저수지와 이곳 백곡 마을과는 고도 차이가 많아 저수지 물에 의한 영향을 받을 수 없다. 경사가 심해 그대로 흘러내린다. 워낙 많은 비가 내려 피해가 발생한 것이다. 면사무소에 물이 차들어왔지만 위 하천이 넘쳐 흘러내려온 것이다.”며 저수지에 의한 영향 가능성을 부인했다. 이에 반해 백곡면 석현리 서달현이장은 “보가 있는 소하천의 물이 넘쳐 마을로 들이 닥쳤다”며 “비가 많이 온 것을 감안하더라도 저수지 담수에 의한 유속 저해로 이 지역 침수 피해에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때 마을 사람들이 농기공에 전화하여 저수지 방류를 거듭 요청했고 그에따라 저수지 방류가 시작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름을 밝히기를 꺼리는 진천 지역인사 K씨는 “당시 진천읍내에는 비가 거의 내리지 않았었고 청주에는 비가 오지 않았는데 농기공이 백곡지역 폭우 상태를 모르고 있다가 백곡 주민들의 요청에 부랴부랴 수문을 연 것으로 안다”며 무방비 상태에 있다가 급 방류를 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음에 틀림없다는 의견을 냈다. 이에대해 농기공 박승호지사장은 “수문 관리를 누구의 요청에 의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김경회 군수도 이곳 저곳의 요청을 듣고 방류수량에 대해 요구해왔지만 들어주지 않고 자체 판단에 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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