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곧 만사’라고 말한다. 그런데도 곧잘 ‘인사가 망사(亡事)’가 되는 것을 자주 보게 된다. 요즘 청주시를 보면 ‘인사가 만사요, 곧 망사’임을 깨닫게 한다.
한 번 뒤틀린 인사 난맥 사이로 비난과 음해, 불만들이 봇물 터지듯 터져 나오고 있다. 인간의 성취욕은 식욕, 성욕과 같은 기본 욕구에 이어 안정욕구와 함께 강한 욕구에 속한다. 조직 사회, 특히 공직에서 승진은 성취욕구를 충족시키는 유일한 통로로 통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 만큼 공직자들이 인사 및 승진에 거는 기대와 관심은 가히 엄청나다.
하지만 현재 청주시에서 벌어지고 있는 인사를 둘러싼 논쟁의 가열과 조직 이완 현상을 보노라면 지나치다는 생각을 지울수 없다.
‘자기의 허물은 덮어둔 채 주린 개처럼 먹이감을 찾아 다니며 물어뜯기만 하고 툭하면 시비를 거는 것은 기본이요, 일부의 김일성 교시같은 주장에 이의라도 할라치면 근거없는 음해와 비판이 사형집행수의 칼끝처럼 난무한다.’는 한 공무원 네티즌의 글은 이를 잘 웅변해준다.(흥덕구청공무원직장협의회 홈페이지)
공무원들이 일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이는 시민들에 대한 행정편의 제공의 미흡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는 점에서 쉽게 간과되어선 안된다.
그런데도 한 대수 시장을 비롯한 시 간부들은 ‘가장 잘된 인사’ 운운하며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있다. 겉으로 보기에 한 대수 시장의 인사는 큰 무리수 없이 이루어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보복인사’라는 비난을 피하기 위해 조직을 일신하고 전체 사기를 진작시킬수 있는 인사를 하지 못해 전체적인 불만을 낳은 소극적인 인사에 그쳤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이에 반해 직장협의회측이 어느 한쪽은 불만이 나올 수밖에 없는 인사 문제를 가지고 자신들의 목적 달성을 위해 지나치게 문제를 확대시키고 있다는 시각도 존재한다.
어찌되었든 인사를 둘러싼 공방이나 갈등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은 조직 안정을 꾀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과 일맥상통한다. 현재의 집행부가 끌어안아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민선은 인사 문제에 있어 빽과 연줄을 동원한 줄서기, 또는 친소 등에 의한 단체장의 인사전횡에 대한 우려를 낳았던게 사실이다. 실제 많은 자치단체에서 인사 잡음을 불러 일으켰다. 청주시는 민선 3기를 거치면서 매번 시장이 바뀜으로써 선거 후면 한차례씩 인사 후유증에 시달려야 했고 조직 안정에 상당한 시간을 보내야 하는 과도기를 거쳐왔다.
이제는 공직 사회가 선거에 의해 흔들리는 허약한 조직이어서는 안된다. 한 대수시장도 선거 직후 “공무원이 선거에 개입하거나 줄서기하는 행태는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한다”며 공무원의 정치적 중립의 확립을 위해 결코 자신은 차기를 위해 일하지는 않겠다는 의지를 피력한바 있다.
이번 인사의 면면도 화합과 조직의 안정을 위해 애쓴 흔적이 역력한 것으로 평가받기도 한다. 하지만 현재 인사를 둘러싸고 흔들리는 조직을 조속히 진정시킬 책무도 한시장에게 있다. 그 원인이 초기 민선 2기를 거쳐오는 동안 쌓인 것이 될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그리고 한시장의 개혁을 기대하고 지지를 보냈던 하위직 공무원들도 급격한 변화는 자칫 전체를 더 망하게 할 수도 있고 악순환을 되풀이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어떤 것이 진정으로 청주시 조직과 시민을 위한 길인가를 따져 기다려보는 지혜도 필요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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