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 정계의 변화는 내년 지방선거의 광역자치단체장(도지사) 후보문제에서 본색을 드러낼 조짐이다. 여 야간 결코 양보할 수 없는 한판 승부가 예상되는 가운데 서로 ‘이기기 위한 게임’을 향해 모든 수단을 동원할게 뻔하기 때문이다. 이미 각 당이 예상외의 ‘카드’를 내심 준비하고 있고, 이의 성사여부에 따라 엄청난 소용돌이마저 예상된다. 지금까지 차기 충북도지사 후보로 거론된 인물중에 공식적인 입장을 표명한 경우는 이원종 현지사와 한대수 전행정부지사 두명에 불과하다. 다른 인물들은 정치적 한계성 때문에 시간이 지날수록 점차 관심권에서 멀어지는 추세다. 정상적이라면 이원종지사는 자민련 후보로, 한대수 전부지사는 한나라당 후보로 나서고 민주당은 제 3의 인물을 내세워야 할 판이다. 그러나 상황이 그게 아니다. 그 이상기류엔 국회 홍재형의원(민주)과 신경식의원(한나라당)이 한 흐름을 제공하고 있다.

도지사 출마 구도 이상 기류
홍·신 두명의 국회의원은 오래전부터 내년 지방선거의 도지사 후보설에 휘말렸다. 본인들은 극구 부인했지만 충분한 설득력을 갖고 있고, 실제로 이 문제가 지금 당 차원에서 다각도로 검토되고 있다. 두 당 모두 인물난을 겪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다. 민주당이나 한나라당은 공히 이원종지사의 영입을 내심 바라고 있다. 가장 확실한 당선권으로 인정되는데다 현재로선 마땅한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만약 이지사가 자민련을 떠난다면 민주당보다 한나라당을 택할 공산이 크다. 사실 여건만 조성된다면 여론상 이보다 더 좋은 ‘윈 윈 조건’이 없다.
한나라당 이회창총재가 이원종지사에 대한 구원(舊怨)을 아직 삭이지 못했다고 하더라도 이기는 선거를 하기 위해선 이지사를 항상 염두에 둘 수 밖에 없다. 어차피 이지사는 정치적 인물은 못된다. “당측에서 먼저 멍석을 깔아 준다면 이지사의 영입은 결코 어려운 문제가 아니다. 관건은 과연 어떤 명분을 찾아내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은 모든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힐 수 밖에 없지만 때가 되면 단순할 수도 있다. 물론 총재의 결단이 있어야 하겠지만....” 한나라당 핵심 관계자의 이 말은 어쨌든 이지사에 대한 주목을 숨기지 않겠다는 당의 분위기를 시사한다.

이지사에 대한 관심 ‘진행형’
이럴 경우 한대수 전 부지사의 거취가 관심거리다. 한 전부지사는 사실상 한나라당 도지사 후보로선 적자(嫡子)임에 틀림없다. 민주당 청주상당지구당위원장으로 가장 먼저 지사출마를 표명 했고 그 목표를 위해 오래전부터 저인망식 활동을 펴고 있다. 지난해 총선에서 야당 바람을 일으키는 바람에 자발적 지지세력도 부쩍 늘어 났다. 문제는 이같은 분위기가 아직 수치로서 가시화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동안의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한 전부지사는 계속 고전을 면치 못했다. 물론 지금까지의 여론조사가 정당이나 공천 등 선거변수가 대부분 생략된채 단순히 인물 본위로 시행됐기 때문에 여론조사의 지지도 자체는 아직 허구(虛構)가 많을 수 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지금까지 한 자릿수 지지도에 머문다는 것은 당의 입장에선 큰 고민거리다. 한 전부지사는 이미 배수진을 친 것으로 알려졌다. 도지사 출마를 결코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한 전부지사는 지난해 총선 때도 지역의 여론과는 별개로 이총재의 낙점으로 공천을 받아 당선을 바라볼 정도로 선전했다. 때문에 적어도 공천문제와 관련해선 믿는 구석이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비록 국회의원에 출마해 낙선했지만 충북에선 드물게 정치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를 유지하고 있다는 것도 큰 장점이다. 그러나 이런 전후사정과 관련해선 얼마전 정당행사에서 있었던 발언들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다.
“공천에 믿는 구석이 있다”
지난 6월께 한나라당의 한 공식모임에서 한 전부지사는 이런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만약 내가 승산이 없다면 당명에 따를 수 밖에 없다. 그렇더라도 이지사는 곤란하다. 정치에 명분과 원칙이 있어야 한다.” 그런가하면 지난 10월 25일의 도내 지구당위원장단 회의에서도 아주 의미심장한 얘기가 교환됐다. 이 자리에 참석한 신경식의원이 이런 말을 던졌다는 것이다. “우리 당에서 공식 출마를 선언한 사람은 한대수위원장 한 사람 뿐인데 아직 분위기가 안 산다. 충북에서 결코 지사를 빼앗길 수 없다. 도지사 선거에서 이기기 위해선 어떤 변수도 감수해야 한다. 한 대수위원장이 소신을 갖고 좀 더 열심히 뛰어라. 안되면 당의 입장에선 후보를 교체할 수 밖에 없지 않은가. 주변에선 나보고 직접 나서라고 하는데 나는 절대 도지사에 뜻이 없다.” 이를 한마디로 정리한다면 한 전부지사 문제에 대해선 포괄적으로 접근하겠다는 발상이다.
실제로 지역정가에선 한 전부지사가 좀더 경쟁력 있는 청주시장 출마쪽으로 선회했으면 하는 바람도 많다. 여론조사에서도 도지사출마보다는 청주시장 출마쪽에 지지도가 훨씬 높다. 현재 청주시장 한나라당 후보공천을 위해 김현수 전시장과 오제세 전부시장(행자부 수석고충처리위원)이 물밑 신경전을 벌이고 있지만 오 전부시장이 당측의 강한 권유에도 불구, 아직 공직 사표를 미루는 것은 한 전부지사의 변수를 감안한 측면도 크다. 한 전부지사가 청주시장쪽으로 돌아선다면 문제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치적 명분없는 인사는 곤란

그러나 이 문제와 관련해서 최근 신경식의원의 운신이 주목되고 있다. 근자에 지역구에 내려와 여러 사람들을 만난 그는 이런 말을 남긴 것으로 알려졌다. “앞으로 좀 바빠질 것같다. 특히 내년에 많이 도와달라. 도지사 후보와 관련해선 결국은 총재가 ‘키’를 쥐고 있다. 나가라면 나가야 하는게 정치도리 아닌가.” 이 부분에 대해 지역의 한 정당인은 의미심장한 말을 전했다. “이회창 한나라당 총재는 설령 정권을 잡더라도 다음번 총선에서 65세 이상에겐 절대 공천을 주지 않는다는 작심을 하고 있다. 이미 사석에선 여러번 강조된 것으로 안다.” 호적으로 38년생인 신의원은 17대 총선이 열리는 2004년엔 만 66세가 된다. 만약 이 말이 사실이라면 그가 정치 생명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연장할 개연성도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는 도지사후보에 대한 당의 솔직한 입장을 묻는 질문에 “이 문제에 대해 사족을 모두 제거한다면 이원종 아니면 신경식이다. 지금으로선 그 이상의 대안은 없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 한덕현기자

저작권자 © 충북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